주택 정책 '조커'된 서울 그린벨트..오락가락하다 결국 '검토'
한다, 안한다 정부부처간 혼선
정책 아마추어리즘 그대로 노출
열쇠 쥔 서울시는 여전히 "반대"
서울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가 정부의 주택 공급 대책 카드로 협의 테이블에 올랐다.
정부는 15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주택공급확대 실무기획단 1차 회의를 열고 “도시 주변 그린벨트의 활용 가능성 유무 등 지금까지 검토되지 않았던 다양한 이슈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그린벨트 해제 관련 검토를 공식화한 것이다. 이 자리에는 기획단장인 박선호 국토부 1차관을 포함해 기획재정부,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 등 중앙부처 및 지자체 담당자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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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그린벨트 해제 본격 논의
지난 10일 22번째 부동산 대책이 나올 때만 해도 정부는 "그린벨트 해제는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서울시의 강력한 반대 때문이다.
기류 변화를 알린 것은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었다. 그는 14일 오후 8시 방송 인터뷰에서 “그린벨트 문제(해제)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며 운을 뗐다. 하지만 15일 오전 8시 박선호 국토부 1차관이 “국토부가 그린벨트를 만들고 운영해온 부처”라며 “정부 차원에서 검토 안 했다”고 밝혀 혼선을 빚었다. 논란이 일자 기재부·국토부는 이날 오후 2시 "정부 입장은 동일하다"는 내용의 설명자료를 내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회에서 부동산 비공개 당정 협의(오전 10시)를 열고 난 뒤 나온 메시지는 또 달랐다. 국회 국토교통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조응천 의원은 그린벨트 해제 관련 질문에 “그런 것까지 포함해 주택 공급 방안에 대해 범정부적으로 논의하게 된다”고 밝혔다. 결국 오후 3시 주택공급확대 실무기획단 회의에서 그린벨트 논의를 공식화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리 예단해서 어떤 건 넣고, 어떤 건 빼고 할 상황이 아니다"며 "모든 아이디어를 놓고 공급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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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말 혼선, 아마추어리즘 드러나
그동안 그린벨트 해제 발표는 보안 유지 후 전격 공개 수순을 밟는 게 당연했다. 개발 호재를 노린 땅값 상승, 투기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정책 ‘아마추어리즘’을 그린벨트 해제 문제에서도 드러냈다. 시행이 아닌 검토를 하느냐, 마느냐 단계부터 정부부처가 서로 다른 메시지를 내 시장의 혼란과 우려만 키웠다. 15일 서울 세곡동 등 그린벨트 지역의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관련 문의 전화가 쏟아졌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오락가락 부동산 정책의 현주소를 딱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해 해결해야 문제는 적지 않다. 무엇보다 열쇠를 쥔 서울시가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미래세대를 위해 남겨야 할 땅이며 그린벨트를 해제해서 아파트를 지어봤자 특정 계층에만 혜택이 돌아간다”는 주장이다.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은 이날 "서울시는 개발제한구역이 제외된 '7·10 주택시장 안정 보완대책' 범주 내에서 (공급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며 "미래 자산인 그린벨트를 흔들림 없이 지키겠다" 고 말했다.
서울시의 반대를 무릅쓰고 중앙정부에서 직권 해제하기엔 정치적으로 부담이 크다. 3기 신도시 계획(2018년 9월)에서도 서울시의 반대로 국토부는 서울을 뺀 수도권 일대 그린벨트를 풀어 30만호 공급 계획을 채워야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도심 내 고층 개발, 공공기관 이전 부지 등 유휴지 물색에 우선순위를 두고 서울 주택 공급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달 중 발표될 1차 공급 대책에 그린벨트 해제를 포함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관련 발표를 하려면 공공주택 특별법에 따라 지구 지정하는 단계까지 가야 하는데 시간이 빠듯하다.
서울 그린벨트는 서울시 면적의 25%(149.13㎢)에 달한다. 이 중 보존 가치가 낮은 3~5등급 지역은 약 29㎢다. 강남구 수서역 일대, 서초구 내곡동 가구단지 일대, 강남구 세곡동 자동차면허시험장 일대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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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방부 방문, 군 유휴지 개발되나
한편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를 방문해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만났다. 이와 관련해 군 유휴지를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서울에 남은 군 시설은 내곡동 예비군훈련장, 은평뉴타운 인근 군부대 등이 있다.
한은화 기자, 세종=조현숙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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