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아우성에 숨통 터줬지만.. "중저가 주택 수요 더 커질 가능성"
생애 최초로 주택을 구입하는 신혼부부를 포함한 실수요자들의 숨통은 일부 트였다. 정부가 특별공급을 확대해 청약 당첨의 가능성을 일부 높여주고, 대출 규제도 완화한 덕분이다. 지나치게 엄격했던 서민·실수요자 소득 기준도 완화되고 취득세 감면 폭도 커졌다. 하지만 중저가 주택 시장에서 이들의 수요가 커지면 또 다른 시장 불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수요자 다독인 7·10 대책…실수요 공급·대출 늘렸다
10일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 보완대책’에서 생애 최초 특별공급 주택을 더 확대한다고 밝혔다. 국민주택뿐 아니라 민영주택에서도 생애 최초 특별공급분을 확보했다. 가점제 중심으로 청약제도가 개편되면서 서울 등에서는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었던 20~30대의 경우엔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생기는 셈이다.
예를 들어 생애 최초 주택 구입 희망자들이 최근 분양을 시작한 개포 디에이치퍼스트아이파크(구 개포1단지)에 청약을 하려면 일반 분양에서 가점 경쟁을 벌여야 했지만, 앞으로는 분양될 아파트에서는 이들을 위한 물량이 따로 구비 된다는 셈이다. 200가구가 공급되는 평면에 청약을 넣고 싶다면 생애 최초 물량이 40가구 정도는 배정된다. 건설사 관계자는 "특별공급 유형 중에서 어느 곳에 넣어야 할지 고민하는 경우가 생기겠지만, 무주택 40~50대 고가점자가 경쟁에서 일단 제외된다는 점에서 혜택이 있다"고 했다.
자금조달 측면도 배려했다. 서민·실수요자에 한해 LTV·DTI를 10%포인트 완화해 자금조달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서민·실수요자들의 소득 기준이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도 감안했다. 우대 대상의 소득 기준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모두 부부합산 연소득 8000만원 이하로 상향했다. 생애 최초 구입자는 9000만원 이하로 높아졌다. 이 밖에 정부는 취득세 감면 폭도 넓혔다.
◇중저가 주택 풍선효과·역차별 논란도 여전
부동산 전문가들은 먼저 20~30대 젊은 층의 주택 구입 환경이 보다 좋아졌다는 점에서는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다만 앞으로 중저가 주택에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라고 입을 모았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노원·도봉·강북구(노도강) 등 외곽지역의 9억원 이하 기존 아파트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라면서 "거래가 늘면 이들 주택에 대해선 강보합세를 유지할 수도 있겠다"고 했다.
중저가 주택의 풍선효과가 없으려면 사전 청약 물량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야 하는데 이 부분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은 것도 이번 정책의 취약점이다. 3기 신도시 개발은 아주 초기 상태인데 사전분양 물량을 9000가구에서 3만가구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것은 실수요 무주택자에겐 체감하기 어려운 이야기기 때문이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아직은 먼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리고 그동안 전·월세살이를 해야 한다는 것도 실수요자들에게는 힘든 일"이라고 했다.
게다가 이제껏 정부의 정책을 믿고 기다려온 무주택자들이 6·17 대책 이후로는 ‘대출이 더 끊기기 전에 사자’는 분위기로 돌아선 것도 주택 가격 안정화엔 부담이다. 6·17 대책으로 규제지역이 늘며 수도권 대출 한도는 자연히 줄었다. 매물이 많이 나오고 수요가 줄어야 하는데, 매물이 적게 나오고 수요는 꾸준한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대기업 맞벌이 부부 김현선(36)씨는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초 담화에서 취임 이전 수준으로 집값을 돌려놓겠다고 해서 믿었는데, 6·17 대책을 보니 대출한도만 줄어들고 전세대출도 활용할 수 없게 됐다"면서 "이제는 미련을 버리고 대책 이후 나오는 주택이라도 사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역차별 논란도 있다. 정부가 실수요·무주택자에 대한 소득 기준을 완화하고, 취득세 감면 대상도 확대해줬지만 웬만한 맞벌이는 여전히 서민·실수요자에서 제외되는 탓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완화된 소득 기준에도 여전히 해당되지 않는 맞벌이 부부들이 많고, 이런 사람들에게는 ‘서울살이는 포기하고 수도권으로 빠지라’는 뜻으로 보여 역차별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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