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7 부동산 대책' 일주일도 안 돼 '규제 완화' 내비친 정부
"집값 안정 근본 대책 없이 정책 급조 '땜질식 처방' 되풀이" 비판
[경향신문]
‘6·17 부동산 대책’을 통해 집값 잡기에 나선 정부가 대책을 내놓은 지 일주일도 안 돼 일부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신설된 ‘재건축 아파트 2년 실거주 의무’를 놓고 논란이 일자 일부 임대사업등록자에 한해 예외적용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집값 안정을 위한 근본적 대책 없이 규제를 급조하다보니 ‘땜질식 처방’이 끊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2일 국토교통부는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의 재건축에 대한 2년 거주 의무조항으로 장기등록임대사업자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있다”며 “임대사업자의 잔여 임대기간 등 각종 사례들에 대한 현황조사를 거쳐 (예외적용이 가능한지 등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된 규제는 서울, 경기 성남·과천·수원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아파트 재건축 시 ‘조합원 분양 신청 시점’까지 실거주 2년을 채우지 못한 집주인에게는 새 아파트 분양권을 주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합원 분양신청은 재건축조합 설립 후 시행인가를 취득한 뒤 진행된다. 규제에 따라 해당지역에서 실거주 요건을 채우지 못한 집주인은 관리처분 인가가 나기 전 해당 시점 감정가로 주택을 처분해야 한다.
국토부가 추정한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의 가구당 재건축 부담금은 7억원이 넘는다. 실거주 요건을 채우지 못할 경우 수억원의 손실을 보는 집주인도 생긴다는 뜻이다.
규제 내용이 알려진 뒤 보유 주택을 8년가량 장기 임대사업주택으로 등록한 집주인은 실거주 요건을 채우고 싶어도 하지 못한다는 논란이 일었고, 국토부는 부랴부랴 예외적용 가능성을 내비치며 진화에 나선 것이다.
정부가 대책 발표 직후 규제완화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잠실의 한 공인중개사는 “재건축 단지의 경우 각 단지별로 인가를 받을 때까지 몇 년이 걸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특정 사례를 놓고 규제를 예외시켜주면 너도나도 면제를 해달라는 요구가 잇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임대사업등록자에 대한 규제완화 가능성이 거론된 뒤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해외거주’, ‘직장문제’ 등을 들어 규제 제외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대책본부 사무국장은 “6·17 대책 발표 이후 의도치 않았던 논란이 발생하니 한발짝 뒤로 물러선 것”이라며 “집값 안정을 위한 근본적 대책 없이 온갖 규제를 끌어다가 정책을 급조한 결과로, 정부 스스로 정책의 신뢰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책 발표 직후 ‘풍선 효과’ 대상 지역으로 떠오른 경기 김포·파주 지역에 대한 추가 규제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21일 “모든 정책 수단을 소진한 것은 아니다”라며 상황에 따라 규제카드를 더 꺼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토부는 일단 김포 등지의 부동산 거래 상황을 모니터링한 뒤 규제지역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지만 향후 2~3주 내 규제지역으로 추가될 경우 ‘뒷북 대책’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다만 6·17 대책으로 강화한 ‘갭투자 규제’ 문제와 관련해선 추가로 규제완화에 나설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직장이동·자녀교육·부모봉양 등 기존 부동산 대책에서도 예외적용으로 인정했던 사안에 대해서만 규제를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갭투자와 연관된 전세대출 제한 문제 역시 6·17 대책 기조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전세대출 제한 취지는 앞으로 투기·투기과열지구에서 실거주 하지 않을 아파트를 전세대출을 활용해 구입하는 행위를 제한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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