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매 소화 반짝상승이냐, V자 반등 시작이냐

성유진 기자 2020. 6. 10.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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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집값 다시 꿈틀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코로나발(發) 경기 침체 영향으로 하락하던 서울 집값이 두 달 만에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은 보합(0%)을 기록하며 9주 만에 하락세가 멈췄다. 민간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14 조사에선 이미 2주 전부터 집값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지난주 0.03% 상승해 한 주 전(0.01%)보다 상승 폭이 커졌고, 정부 규제 직격탄을 맞았던 강남구까지 0.02% 올랐다.

집값 하락세가 주춤해진 것을 두고 절세(節稅) 매물 소화에 따른 일시적 조정인지, 하반기 'V자' 반등의 신호인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초저금리로 인한 '수퍼' 유동성과 서울의 공급 부족이 집값을 밀어올릴 것이라는 관측과, 정부 추가 규제와 실물 경기 침체로 서울 집값이 계속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4억 떨어졌다가 2억 올라

올해 서울 집값 하락은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12·16 대책으로 15억원 넘는 아파트의 대출이 전면 금지된 데다, 여당이 4·15 총선에서 압승하며 재건축이 당분간 어려워질 것이란 예상이 영향을 줬다. 보유세 인상에 부담을 느낀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보유세 부과 기준일(6월 1일)과 양도세 중과(重課) 유예 기간 종료(6월 말) 전에 집을 팔기 위해 호가를 수억원 낮춘 급매물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대치동 은마 전용면적 76㎡는 지난 4월 17억4500만원까지 가격이 떨어졌지만, 지난달엔 19억3000만원에 팔리며 2억원 가까이 가격이 올랐다. 현재 호가는 19억원대에 형성돼 있다. 지난해 말 최고가(21억5000만원)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지만, 서서히 회복하는 모양새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역시 전용면적 83㎡ 매물이 이달 22억6100만원에 팔렸다. 4월 말 가격(19억5425만원)과 비교하면 3억원가량 올랐다.

한국감정원은 "삼성동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 등 개발 호재가 있는 곳 위주로 급매물이 소화되고 호가가 상승했다"고 했다.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보유세 부과일이 지난 데다, 양도세 중과 유예 기간도 얼마 남지 않아 절세 목적의 급매물은 이미 소진됐고, 집주인이 다시 호가를 높였다"고 했다.

비(非)강남권의 흐름도 비슷하다. '대장주' 아파트 중 한 곳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는 전용면적 84㎡가 지난달 16억원에 거래되며, 직전 최고가(16억5000만원)에 근접했다. 이곳은 12·16대책 영향으로 올해 가격이 14억5000만원까지 내려갔던 곳이다. 노원·금천·구로 등 서울 외곽 지역의 9억원 이하 아파트 가격 역시 3~4월 잠시 주춤하다 다시 오르는 추세다.

초저금리와 전셋값 상승 영향

아파트 거래량도 늘고 있다. 코로나 영향과 집값이 더 하락할 것이란 전망 속에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올 2월 8275건에서 4월 3019건까지 줄었다가, 지난달 3430건(8일 기준)으로 증가했다. 부동산 거래 신고는 계약일 이후 한 달 안에만 하면 돼 실제 거래량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집값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 역시 지난주 97을 기록하며 3주 연속 올랐다. 이 지수는 한국감정원이 중개업소 설문조사를 토대로 수요와 공급 비중을 점수화한 것이다. 100을 기준으로 100보다 크면 집을 사려는 사람이 팔려는 사람보다 많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초저금리로 인한 유동성에 아파트값 하락세가 멈췄다고 보고 있다. 김열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8일 하반기 주택시장전망 보고서에서 "아파트는 싸지 않지만 저금리로 인한 유동성의 힘은 역대 최대"라며 "중저가 아파트는 실수요자들의 매수 가능성이 높고, 재개발·재건축 거래는 투기 수요가 지속적으로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전셋값이 계속 오르고 있는 점도 상승 요인이다. 지난주 한국감정원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은 49주 연속 올랐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하반기에는 코로나로 그동안 억눌려 있던 이사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셋값이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며 "전셋값이 오르면 주택 가격도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경기 침체로 반등 쉽지 않아"

실물 경기가 침체한 상황에서 집값만 상승하긴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말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을 -0.2%로 전망했다. 종전 2.1%에서 큰 폭으로 낮아진 수치다. 한국은행 전망대로 올해 마이너스 성장이 현실화하면, 우리 경제가 외환 위기 때인 1998년(-5.1%) 이후 22년 만에 역(逆)성장하게 되는 셈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저금리와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는 점에서 집값이 급격하게 하락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전체적인 경제지표가 하락하는 등 경제 기초체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집값만 나 홀로 상승하긴 어렵다"고 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코로나로 인한 경기 침체가 하반기부터 본격화할 경우 연말을 기점으로 집값이 꺾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집값이 상승할 조짐이 보이면 정부가 추가 규제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변수다. 정부는 지난달 용산 8000가구 공급 계획 발표 후 집값이 들썩이자 일주일 만에 용산 정비창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지난 5일에는 서울시가 '잠실 스포츠·마이스(MICE) 민간투자사업' 사업자 선정 공고를 연내에 내겠다고 하자 서울 강남·잠실 등에 대한 부동산 투기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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