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빈 손, 마침내 채웠다

“소니, 너만큼 이 트로피를 가질 자격이 있는 사람은 여기에 없어.”
22일(한국 시각) 토트넘 홋스퍼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2024-2025시즌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 리그(UEL) 결승전이 열린 스페인 빌바오 산 마메스 스타디움. 종료 휘슬이 울리고 토트넘이 유로파 리그 우승을 확정한 순간 손흥민(33)이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고 포효하자, 동료 로드리고 벤탕쿠르(28·우루과이)가 다가와 손흥민 얼굴을 감싸쥐면서 이렇게 말했다. 토트넘에서 10시즌째 뛰며 생애 첫 유럽 축구 무대 트로피를 움켜쥔 손흥민은 “우승도 좋지만, 동료들 진심 어린 축하가 더 감동이었다”고 말했다.

토트넘은 전반 42분 브레넌 존슨(24·웨일스) 결승골을 앞세워 맨유를 1대0으로 물리치며 1972년, 1984년에 이어 세 번째 유로파 리그 정상에 올랐다. 2007-2008시즌 잉글랜드 리그컵 이후 17년 만에 우승 가뭄에 마침표를 찍자 스타디움 한쪽을 가득 채운 토트넘 팬들은 경기가 끝나고 1시간이 넘게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환희에 젖었다. 유로파 리그는 최고 유럽 클럽을 가리는 UEFA 챔피언스 리그(UCL) 바로 아래 단계 대회로, 1971년 UEFA컵으로 창설돼 2009-2010시즌부터 유로파 리그로 명칭이 바뀌었다.

차범근(72) 전 대표팀 감독이 UEFA컵 역사에 길이 남아 있다. 그는 1980년 프랑크푸르트(독일), 1988년 레버쿠젠(독일) 유니폼을 입고 두 차례 UEFA컵 정상에 올랐는데 특히 1988년 에스파뇰(스페인)과 벌인 결승 2차전에서 후반 36분 1·2차전 합계 3-3 동점을 만드는 골을 터뜨리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가는 맹활약을 펼쳤다. 결국 레버쿠젠은 승부차기 끝에 정상에 올랐다. 2008년엔 김동진(43)과 이호(41)가 제니트(러시아) 소속으로 우승을 경험했지만 경기엔 거의 뛰지 못했다. 차 전 감독은 22일 소셜미디어에 “나의 생일날 아침에 흥민이가 UEFA컵을 들어 올렸다. 평생에 받기 힘든 고마운 선물”이란 글을 남겼다.
한국 선수로는 네 번째로 유로파 리그 챔피언이 된 손흥민은 그 위상이 선배들과 달랐다. 유럽 클럽 대항전 타이틀을 따낸 첫 아시아인 주장이 된 그는 ‘캡틴’ 자격으로 우승 행사에서 태극기를 허리춤에 두른 채 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렸다. 유로파 리그 트로피 무게는 15kg으로 UEFA에서 수여하는 상패 중 가장 무겁다. 하지만 프로 데뷔 후 15년간 이어온 ‘무관(無冠)’의 설움을 끝낸 손흥민은 그라운드와 라커룸에서 몇 번이나 트로피를 치켜들며 환희를 만끽했다. 동료가 미는 바람에 트로피에 부딪혀 이마에 상처가 났지만 즐거울 뿐이었다.
손흥민은 결승전을 앞두고 “내 축구 커리어의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추고 싶다”고 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EPL) 득점왕 등 화려한 경력에도 그는 그동안 우승이 없어 커리어가 평가절하되는 면이 있었다. 2019년 UCL과 2021년 리그컵 결승에 올라 우승 문턱까지 갔지만 번번이 좌절했다. 당시 UCL 결승 출전 멤버 중 유일하게 토트넘에 남아 6년 전 아쉬움을 말끔히 씻어낸 손흥민은 “밤낮 가리지 않고 제 경기를 지켜보면서 오래 기다려준 팬들 덕분에 완벽하게 퍼즐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했다.
토트넘의 우승 비결은 끈끈한 조직력의 수비 축구. EPL에서 뒤를 돌아보지 않는 공격 축구로 17위까지 떨어진 수모를 겪고 있는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날 토트넘이 1-0으로 앞서자 자신의 전술 스타일을 확 바꿔 뒷문을 단단히 잠그며 맨유 공격을 효과적으로 봉쇄했다. 발 부상으로 약 한 달간 결장한 손흥민은 후반 21분 교체로 들어가 열심히 수비에 가담하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스포츠 전문 매체 디 애슬레틱은 “이 토트넘 멤버는 해리 케인, 개러스 베일, 루카 모드리치도 이루지 못했던 일을 해냈다”며 “손흥민은 트로피를 위해 팀을 떠난 케인을 넘어 토트넘 현대 축구사에서 최고 선수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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