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 상승폭 둔화에도 여전한 신고가 행렬
12·16 부동산 대책 여파로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지만 일부 단지들은 직전 최고 거래가격을 갈아치우며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거래 가능한 매물이 많지 않다 보니 드물게 나오는 매물마다 가장 비싼 값에 팔리는 것이다.
◇한달 새 수천만원 치솟으며 ‘신고가’
신고가 행렬은 특정 지역이나 특정 가격대에 국한되지 않고 산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당초 정부의 대출 규제로 9억원을 넘는 아파트나 15억원 초과 ‘초고가’ 아파트 위주로 가격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특히 실수요가 많은 아파트 단지일수록 나오는 매물이 거의 없어 신고가로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 실수요가 많은 아파트 단지는 대출이나 세제로 규제를 하더라도 급매로 내놔야 할 만큼 다급한 매도물량이 없어서다. 실제 입주 15년이상된 마포구 신수동 ‘대원칸타빌’은 지난 8일 전용 117㎡짜리가 12억 3000만원(12층)에 손바뀜하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직전 1월 거래가격인 12억원(15층)에서 3000만원이나 뛰었다.
종로구, 중구, 노원구 등 강북권 여러곳에서 신고가 단지는 쏟아지고 있다. 중구 흥인동의 ‘청계천 두산위브더제니스’ 아파트 전용 116.62㎡는 지난 7일 11억4000만원에 팔리며 신고가 갱신했다. 앞서 지난달 6일 종로구 홍파동 ‘경희궁자이2단지’ 전용 101.99㎡짜리 주택은 19억7500만원(7층)에 팔리며 20억원을 코 앞에 두고 있다. 노원구 중계동의 건영3차도 지난달 14일 전용 84㎡짜리가 9억4250만원에 팔리며 역대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종로구 교남동 A공인 대표는 “호가 보다 낮은 가격에 매물이 나오면 연락 달라는 매수자들은 상당한 데, 생각만큼 급매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12·16대책의 대출 규제로 가격 약세가 예상됐던 강남권 30억원 초과 아파트 중에서도 신고가를 기록하는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의 ‘래미안퍼스티지’ 아파트 전용 198㎡ 테라스 하우스는 지난 10일 47억원(7층)에 거래되며 지난주 서울에서 가장 비싼 매매값을 기록했다. 물론 이 단지 역시 신고가다. 동 차이는 있지만 같은 면적의 아파트가 지난해 7월 44억5000만원(12층)에 팔린 것과 비교하면 반년 만에 2억5000만원이나 값이 뛰었다.
이러한 신고가 행렬은 서울 아파트값이 전반적으로 둔화세를 보이는 것과 상반되는 모습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값은 지난 12·16 대책 이후 줄곧 상승폭이 둔화하고 있다. 지난 12월 20일 전주 대비 0.20% 상승을 기록한 이후 지난주(10일 기준) 0.01%로 상승폭이 ‘뚝’ 떨어졌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거래 가능한 매물이 많지 않다 보니 신고가 행렬이 특정 지역에서 두드러지기보다 지역 내 단지 개별성이 강해지고 있다”며 “입지가 좋고, 신축인 지역 내 랜드마크 단지에 매수자들이 쏠리며 값이 뛰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매물 적고, 주택 공급 위축 불안 여전
앞서 정부는 지난 12·16대책에서 매물 잠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안에서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팔 때는 한시적으로 양도세 중과를 배제하기로 했지만 사실상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 부동산 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건수는 4102건으로 직전 12월(9398건)에 비해 반토막 난 상태다. 다만 이는 계약일을 기준으로 조사한 건수로 현행 부동산 거래 신고일이 60일 이내(2월 21일부터는 30일 이내로 단축)인 만큼 미신고 계약이 등록되면 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1월이라는 비수기적 요인도 있겠지만,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풀어줬는데도 매물이 확 늘어난다는 걸 체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서울 도심 내 추가 주택 공급 방안을 이르면 이번주 발표할 계획이지만, 시장에서 원하는 대규모 주택공급 방안이 담길지는 미지수다. 고준석 동국대학교 겸임교 수는 “현재 서울의 집값 상승이 기본적인 수요와 공급에 의해 형성되는 가격이라기보다 정부 규제라는 인위적인 요인에 따라 왜곡된 상승”이라며 “도심 내 정비사업 활성화, 용적률 상향 등의 획기적인 주택 공급 방안이 뒤따라야 집값 불안 요인을 잠재워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민 (parkm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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