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중간한 협박성 대책에 더 멀리 도망간 서울 집값..한달새 최고 1억 급등
정부가 ‘6·19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지 한 달여가 흘렀다. 하지만 서울 집값은 꿈쩍도 않는 모습이다. 집값 폭등의 진앙으로 지목됐던 강남 집값은 정부 대책을 비웃듯 오히려 더 멀리 달아나고 있다. 한 달새 최고 1억원 이상 오른 아파트 단지가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잘못된 시장 분석을 바탕으로 어중간한 협박성 대책을 내놓는 바람에 오히려 집값을 더 부채질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 비웃는 강남 집값, 한달새 최고 1억원 급등
26일 조선일보 부동산 플랫폼 땅집고(realty.chosun.com)가 6·19 대책 이후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의 실거래가 추이를 조사한 결과, 지난 한 달여 동안 최대 1억원까지 실거래가 가격이 오른 아파트 단지가 나타나는 등 전반적으로 집값이 더 오른 것으로 드러났다.
당장 정부가 투기 세력의 진앙지로 지목했던 서울 강남권 아파트값은 대책 발표 이후 곳곳에서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리모델링 승인을 받은 강남구 개포동 삼익대청 아파트 39㎡(이하 전용면적)는 6·19 대책 발표 시점인 6월 중순 6억1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이달 들어 6억7000만원에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이는 2006년 국토부가 실거래가를 공개한 이래 이 아파트의 역대 최고가다.
강남구 대치동 대치삼성1차 아파트도 역대 최고가를 넘어섰다. 대치삼성1차 84㎡는 이달 중순 13억원에 팔려 6·19 대책 발표 이전 거래된 12억원보다 1억원 올랐다.
개포동 개포주공6단지와 통합 재건축을 추진 중인 개포주공7단지도 강세다. 개포주공7단지는 지난 5월 53㎡가 9억1000만원에 거래됐는데, 6·19 대책 이후인 이달 초에는 7000만원 오른 9억8000만원에 매매 거래된 걸로 신고됐다. 개포주공 저층(1~4단지) 재건축 사업이 마무리되면서 중층(5~7단지)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옮겨붙는 모습이다.
비 강남권에서도 6·19 대책 이후 매매가가 오른 곳이 적지 않다. 금천구 시흥동 남서울 힐스테이트 59.82㎡는 이달 중순 4억8000만원에 거래돼 규제 발표 이전보다 2000만~3000만원 올랐다. 이 단지 역시 이번 거래가격이 역대 최고가다.
집값이 뛰자, 분양가도 덩달아 꿈틀대고 있다. 6·19 대책 이후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들은 규제 이전보다 분양가를 잇따라 올리고 있다. GS건설이 영등포구 신길동 신길뉴타운에 분양하는 ‘신길 센트럴자이’는 지난달 공급한 신길동 ‘보라매SK뷰’ 아파트보다 주택형별로 약 2000만원 비싸게 분양가격을 책정됐다.
■“공급 확대 없는 정책…집값 잡기 힘들어”
그렇다면 왜 이렇게 집값이 잡히지 않는 걸까.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6·19 대책이 뛰는 집값을 잡는데 애초부터 부적절했다고 주장한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과)는 “과거 분양권 전매 제한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거나 국세청이 세무조사에 나서는 극약 처방을 해도 집값이 안 잡혔는데, 청약조정대상지역이란 제도만으로 집값을 잡기는 역부족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가격이 오르면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신호인데, 공급 관련 정책은 전혀 없이 협박만 한다고 해서 수요·공급이 해결이 되겠느냐”면서 “6·19 대책은 시장 진단이 잘못됐다”고 했다.
심 교수는 “정부가 지방 부동산 시장이 안 좋은 상황에서 금리 인상과 입주 폭탄을 우려해 어중간한 정책을 어중간한 시기에 내놓았다”면서 “사실 강남 집값은 오르는 대로 부자들이 살게 하고, 정부는 서민 주거안정과 복지에 힘써야 하는데 전국을 다루는 부처가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값이 오른다고 대책을 만드는 것 자체가 이상한 처방”이라고 했다.
비이성적으로 과열된 투기 심리도 문제다. 시중은행의 한 부동산 전문가는 “수요자들이 도시재생 뉴딜 정책도 경기부양으로 받아들이는 등 최근 비이성적인 기대심리로 시장이 과열된 것 같다”면서 “정부의 규제 정책은 좀 더 누적돼야 효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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