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어느 쪽 주로 차는지 써있다… 신들린 선방 비결 ‘커닝 페이퍼’
축구는 11명과 11명이 싸우는 팀 스포츠지만, 예외도 있다. 페널티킥이다. 골대에서 불과 11m 떨어진 지점에 공이 놓인다. 키커는 득점을 위해 슈팅을 날리고, 골키퍼는 선방을 위해 몸을 날린다. 키커와 골키퍼가 오롯이 일대일로 맞붙는 싸움이다.
페널티킥에도 전략은 있다. 키커는 골키퍼 손에 걸리지 않도록 사람보다 빠른 속도로 공을 차야 한다. 공이 발에 닿기 직전 골키퍼의 모션을 감지해 찰나에 방향을 정하는 유형도 있다. 골키퍼 입장도 같다. 키커가 어느 방향으로 찰 것인지 포착해 몸을 날려야 한다. 대개 공의 방향을 정하는 키커가 유리하다. 프로 축구에서 페널티킥 성공 확률은 대략 70%라고 알려졌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크리스털 팰리스와 리버풀의 커뮤니티 실드 맞대결이 10일(현지 시각) 치러졌다. 직전 시즌 EPL 우승팀과 FA컵 우승팀이 ‘진짜 챔피언’이 누구인지 겨루는 대회다. 두 팀은 2-2 승부를 전·후반 90분 동안 뒤집지 못하고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이날 승부차기에서 프로 축구에서 잘 볼 수 없는 독특한 장면이 연출됐다.
크리스털 팰리스 수문장 딘 헨더슨(잉글랜드)은 이날 리버풀 키커의 슈팅을 두 번이나 선방해내며 팀의 우승(승부차기 3-2 승)을 이끌었다. 한 번도 힘든 페널티킥 선방을 두 번이나 해낸 것이다.
경기 후 선방의 비결이 밝혀졌다. 헨더슨이 골대 주변에 던져놓은 수상한 물병이 현지 중계 카메라에 포착된 것이다. 물병엔 리버풀 선수들의 평소 페널티킥 패턴을 분석한 ‘커닝 페이퍼’가 적혀 있었다. “맥 알리스터는 왼쪽, 엘리엇은 오른쪽(Mac Allister-L, Elliott -R)”이란 식이다.

커닝 페이퍼는 적중했다. 리버풀의 2번 키커로 나선 알렉시스 맥 알리스터는 실제로 왼쪽으로 찼고, 4번 키커 하비 엘리엇은 오른쪽으로 찼다. 승부차기 직전까지 이들이 즐겨 차는 방향을 외운 헨더슨은 그대로 몸을 날려 득점을 막았다.
골키퍼가 상대 팀 선수의 페널티킥 방향을 분석해 실전에 임하는 건 어디까지나 ‘전략’의 일환이다. 경기를 마친 헨더슨은 “승부차기를 위한 사전 준비는 훌륭했다”며 우승을 자축했다. 그는 지난 5월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와 FA컵 결승전에서도 전반 36분 오마르 마르무시의 페널티킥을 막고 1대0 승리를 지켰다.
헨더슨은 이날 착용하고 나온 모자로도 화제가 됐다. 그는 햇빛으로 인한 눈부심을 방지하기 위해 챙이 달린 검은 모자를 쓰고 경기장에 나왔다. 팬들 사이에선 일본 유명 축구 만화 ‘캡틴 츠바사’의 등장인물 와카바야시 겐조가 연상된다는 반응이 나왔다.
작중 와카바야시는 주인공 오오조라 츠바사에 필적하는 축구 지능을 갖춘 골키퍼로 항상 모자를 쓰고 골문을 지킨다. 헨더슨도 이날 상대 키커의 방향을 두 번이나 맞히는 뛰어난 축구 지능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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