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부동산 대책 100일] 강남發 투기 잡았지만 실수요자까지 위축 우려

박세환 기자 2017. 2. 9.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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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한파에 꽁꽁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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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권 전매 제한과 재당첨 금지 등을 골자로 한 11·3 부동산 대책이 10일로 시행 100일을 맞는다. 대책 시행으로 부동산 시장은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11주 연속 가격이 떨어졌고, 치솟던 청약 열기도 한풀 꺾였다.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는 정부 의도는 일단 성공한 셈이다.

그러나 ‘투기수요’ 외에 ‘실수요’까지 잡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주택시장 침체와 미국의 금리인상 움직임, 공급과잉 우려가 복합적인 상황에서 연착륙을 위한 정부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크다.

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11·3대책 여파로 강남4구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11월 첫 주부터 11주 연속 가격이 떨어졌다. 이 기간 4곳의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은 평균 1.67% 하락했다. 아파트 거래량도 줄었다. 지난 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4535건)은 2013년 1월(1196건) 이후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강남3구만 놓고 보면 지난해 11월부터 3달간 거래량은 3590건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15% 감소했다.

거래량이 감소하면서 강남4구의 시가총액도 떨어졌다. 9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대책 발표 후 강남4구의 재건축 시가총액은 1조4200억원가량 하락했다. 대책 발표 직전인 10월 말 112조3536억원에서 2월 초 110조9328억원으로 줄어든 셈이다. 청약자 수도 급감했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대책 시행 전인 지난해 8∼10월 전국 1순위 청약자는 149만9763명에 달했지만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1월까지 80만1348명에 그쳤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대책 이후 대출 규제가 더욱 강화되면서 청약자들이 매우 신중해진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1·3대책 이전에 분양한 서울 마포 ‘신촌숲 아이파크’가 평균 경쟁률 74.8대 1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11월 이후 분양한 신촌 그랑자이, 잠실 올림픽아이파크, 성북 래미안아트리치 등은 내집 마련 추첨까지 가서야 완판됐다. 지난해 11월 말 분양했던 연희 파크 푸르지오는 1순위에서 미달됐다. 서울 강남구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책 발표 당시에는 3개월 후 다시 시장이 살아날 것이란 기대가 많았지만 이제 봄 이사철에도 상황이 변함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고 했다. 그만큼 대책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업계에선 강남발 재건축 광풍을 잡으려면 정부 규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있었다. 지난 10월 강남3구 재건축 아파트의 3.3㎡당 평균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4000만원을 넘어서고, 호가도 2억원을 넘기는 등 시장이 과열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11·3대책이 국내 전체 주택시장을 과도하게 냉각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올해는 공급 물량 증가 우려도 높다.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 37만 가구, 2018년 39만 가구로 2년 동안 총 76만 가구에 달한다. 공급 과잉에 따른 입주 대란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대출 규제에 따른 자금 마련 부담으로 투자수요는 물론 내 집 마련 실수요도 크게 줄게 되면 분양시장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규제책만 내민다면 장기적으로 큰 혼란이 우려된다”며 “부동산의 점진적인 변화를 유도하고 보완하는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글=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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