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광풍 '원로들의 고언'] "주택 수요와 공급, 한쪽에 무게 두는건 무의미"

2016. 10. 2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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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이후 확보한 공급물량을 되돌릴 수는 없다. 가계부채 문제가 맞물려 지역적으로 짧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길고 포괄적인 잣대를 들이대면 주택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역대 정권의 부동산 정책을 지켜본 전 국토연구원장들은 차기 정부의 주택정책에 대해 단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 지역의 과열을 조장하는 투기수요를 걷어내는 한편 현실적인 수요 예측을 통한 지역별 차등 공급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조언이 뒤따랐다. 부동산에 집중된 관심을 분산시킬 경제적 토양과 고령화 시대에 걸맞은 사회 안전망의 필요성도 강조됐다.

정부가 집값이 급등하고 청약 과열 현상이 심화하는 일부 지역에 대한 주택 수요규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이 싸늘하게 반응하고 있다. 사진은 재건축을 앞우고 있는 강남 압구정 일대 아파트 단지.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

최병선 전 원장은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강조했다. 그는 “압축성장이 진행 중이던 과거와 달리 주택시장에서 수요와 공급, 한쪽에 무게중심을 두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민간이 공급이 부족한 지역을 위주로 짓는 방향으로 공급을 조절하고, 금융정책의 체질을 바꾸는 형태로 수요를 맞춰야 주택시장의 불균형을 방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역대 정부에서 수요와 공급의 괴리는 언제나 존재했다. 규제와 완화 사이에서 ‘두마리 토끼 사냥’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는 의미다. 이정식 전 원장은 “규제 시그널을 잘못 받아들여 투기성 자본이 주택시장을 주도하면 집값 상승에 속도가 붙어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면서 “냉온탕 정책을 펼치기보다 원론적으로 시장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사각지대에 놓인 주거약자를 보듬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비정상적인 주택시장 열기의 밑바닥엔 저금리가 똬리를 틀고 있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5060세대가 부동산 시장에 발을 들이게 된 배경이다. 은퇴세대를 위한 사회 안전망과 노후대책이 중요하다. 고령화 사회에 걸맞은 LH의 역할론도 대두됐다.

박양호 전 원장은 “임대주택은 모두 실수요자에게 간다“며 “임대주택을 다양한 계층이 살 수 있도록 마련하는 것이 건설경제를 살리고 투기수요를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정식 전 원장은 “안정적인 주거생활이 가능하도록 연금제도를 보완하고, 부동산에 집중된 부동자금과 관심을 분산시킬 소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금융정책은 입주가 몰린 내년 이후 거시경제 건전성의 큰 변수로 꼽힌다. 주택담보대출 등 서민이 짊어진 빚이 경제의 발목을 잡는 시한폭탄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이정식 전 원장은 “선진국처럼 주택과 관련된 금융 전문가를 양성하고 가계 빚이 증가하지 않는 계획적인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박양호 전 원장은 “대출조건을 실수요자까지 엄격하게 하면 안 된다”며 “돈을 빌리는 사람이 투자형인지 생계형인지 판단하는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찬수 기자/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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