億 億 億..분양권 투기판이 된 부동산 시장

김성민 기자 2016. 10. 1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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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월 서울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 블레스티지’에 청약, 전용면적 84㎡형에 당첨된 김모(43)씨는 지난주 전매제한 기간(6개월)이 끝나자마자 중개업소의 전화를 받았다. 중개업자는 “양도세를 매수자가 부담하는 조건으로 웃돈을 5000만원 준다”고 했다. 하지만 김씨는 이를 거절했다. 그는 “웃돈이 1억원이 될 때까지 전화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 4~5년간 집값이 한 해에 10% 안팎씩 폭등했던 대구 주택 시장의 분위기는 전혀 딴판이다. 대구 수성구의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대구 집값이 올해 곤두박질치면서 거래 자체가 실종됐고, 사실 개점휴업 상태”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있다. 서울·수도권 신규 주택 시장에서는 당첨만 되면 수천만원의 웃돈을 받을 수 있어 ‘청약 광풍(狂風)이 불고 있다. 그러나 대구나 경북, 충청권의 주택 시장은 미분양이 속출하고, 지역에 따라 주택 가격도 하락하는 등 ‘침체기’에 본격 진입하고 있다. 이처럼 부동산 시장이 지역별로 극단적으로 양극화돼 정부가 ‘투자 수요 억제’와 ‘경기 부양’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과열된 서울과 찬바람 부는 지방 부동산 시장

현재 서울 부동산 시장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수직 상승 중이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4단지’ 전용면적 50.67㎡형 2층짜리 아파트는 9월 10억3000만원에 팔렸다. 지난 3월보다 1억3000만원이 뛴 금액이다.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 ‘아현역푸르지오’ 전용 84.96㎡형도 지난 2월(6월8000만원)보다 6000만원 오른 7억4315만원에 지난 7월 거래됐다.

서울에서는 전매 시세 차익을 노린 ‘분양권(입주할 수 있는 권리) 투기’도 확산되고 있다. 본지가 부동산 리서치 회사 ‘리얼투데이’와 함께 조사한 결과, 올해 전매(轉買) 제한이 해제된 서울 강남권 분양 아파트 당첨자의 32%가 주인이 바뀌었다.

지난 5월 전매 제한이 풀린 서울 송파구 가락동 ‘송파 헬리오시티’는 일반 분양 물량 1558가구 중 434가구(28%)가 주인이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단지는 전매가 해제된 직후인 6월 한 달 동안에만 308건의 전매 거래가 이뤄졌다. 올 2월 전매 제한이 해제된 서울 대치동 ‘대치 SK뷰’도 분양된 39가구 중 12가구(31%)의 전매가 이뤄졌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삼성동 센트럴 아이파크’와 서울 성동구 옥수동 ‘옥수 e편한세상 파크힐스’도 각각 웃돈 차익을 1억원 보고 거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현재 서울 강남이나 일부 수도권 신도시의 분양 시장은 과열돼 거의 투기장과 가깝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반면 지방 부동산 시장엔 찬바람이 불고 있다. 부동산 리서치 업체 ‘부동산114’가 금융결제원 자료를 토대로 전국 아파트 1순위 청약경쟁률을 분석한 결과, 올해 서울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21.77대 1이지만, 광주(18.9대 1), 경남(14.12대 1), 울산(3.39대 1)은 경쟁률이 낮았다. 지방 미분양 주택도 증가세다. 올 8월 기준 지방의 미분양 주택은 총 4만1206가구로, 지난 6월(3만6674가구)보다 4500가구 증가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현재 주택 시장의 상황은 서울 내에서도 강남과 비(非)강남의 차이가 나고, 수도권과 지방이 완전히 상반된 국면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외과수술 방식 대책 검토”

주택 시장이 양극화되면서 정부는 고심에 빠졌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서울 일부 지역은 부동산 시장에 과열 현상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전국적으로는 그렇지 않다”며 “서지컬(외과수술 방식)’한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지만, 지금은 지켜봐야 하는 상황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부동산 대책으로 ‘외과수술 방식’을 거론하는 이유는 과거처럼 일반적인 부동산 대책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 억제 대책을 내놨다가는 침체기에 들어간 지방 주택 시장이 ‘폭락’세로 바뀔 수 있다. 반면 주택 경기 부양책은 과열된 강남 재건축 시장이 ‘폭등’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과거 정부는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등 금융 수단을 동원에 주택시장에 개입해 왔지만, 금융 규제는 적용 범위가 너무 넓어 현재 동원할 수 있는 카드는 아닌 상황이다. 건국대 조주현 교수는 “강남권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강남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정부가 ‘인증’을 해 주는 결과를 가져와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대책으로는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을 현재 6개월에서 1년이나 그 이상으로 늘리는 방식이 거론된다. 국토부 박선호 주택토지실장은 “11월이 되면 겨울철 주택 시장의 비수기가 시작돼 특정 지역의 과열 조짐이 진정될 수도 있어 당분간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라며 “대책을 내놓는다고 해도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단계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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