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INSIDE]임시방편 그친 부동산 후속대책..'빚 내서 집 사라' 틀 못 벗어나
정부가 4·1, 8·28 대책에 이어 또다시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시장 반응은 시큰둥하다. 부동산 법안의 국회 통과가 지연되면서 내놓은 고육책인데 '싼 금리 대출을 늘려주겠다'는 틀에서 못 벗어나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이번 대책은 박근혜정부 공약인 행복주택 공급은 줄이고 공유형 모기지 혜택을 늘리겠다는 게 핵심이다.
일단 8·28 부동산 대책에 등장해 눈길을 끌었던 '수익·손익 공유형 모기지'는 혜택 대상을 기존 3000가구에서 대폭 늘린다. 예산 2조원 한도 내에서 총 1만5000가구에 공급하기로 했다. 공유형 모기지는 1~2%대 저금리로 대출을 해주는 대신 나중에 집을 되팔 때 시세차익이나 손해가 발생하면 국민주택기금과 수익, 손해를 공유하는 상품이다. 정부는 내년에 2조원 규모의 공유형 모기지를 포함해 주택 구입자금 지원액을 11조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주택 대출상품 혜택 대상도 확대하기로 했다. 우대형 보금자리론의 경우 지금까지는 부부 합산 연소득 5000만원 이하만 신청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 일반 무주택자는 소득 6000만원 이하, 생애최초 구입자는 7000만원 이하일 경우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우대형 보금자리론 금리는 연 3.3~4.05% 수준에서 향후 2.8~3.6%로 떨어진다. 연 3.7% 금리의 전세금 안심대출 상품도 내년부터 새로 선보이기로 했다.
지지부진하던 행복주택은 대폭 줄인다. 당초 20만가구 예정이던 행복주택 물량은 14만가구로 감소한다. 줄어든 6만가구는 임대주택으로 대체 공급하기로 했다. 또한 신혼부부, 사회초년생 입주 비율을 종전 60%에서 80%까지 늘릴 방침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행복주택 물량이 줄었지만 2017년까지 공공임대주택 51만가구를 공급하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정부가 올해를 넘기지 못하고 또다시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건 그만큼 사정이 다급했기 때문이다. 취득세율 영구 인하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 부동산 핵심 법안의 국회 통과가 지연되면서 9~10월 오르던 주택 가격이 최근 하락세로 반전한 상태다.
하지만 이번 대책이 효과를 낼지는 의문이다. 공유형 모기지 등 주택 구입자금 지원을 늘려 매매 수요를 늘리겠다는 목표지만 공유형 모기지 1만5000가구가 전체 시장에 영향을 주긴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주택 대출 금리를 낮췄어도 전세금 대출 금리 역시 저렴한 상황이라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전환될지도 미지수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무주택 서민의 내집마련 기회를 확대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양도세 감면이 연내 종료되고 취득세 감면도 법안 통과가 안 된 상태라 한계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전세 대출 이자가 워낙 낮아 오히려 전세 수요만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행복주택 공급 6만가구 줄여 '한발 후퇴'
근본적으로 정부 부동산 대책이 대출 활성화를 통한 경기 부양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다. 한 부동산 컨설팅업체 대표는 "가계 빚이 1000조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빚을 내 집을 사고 전세를 구하라는 정책은 오히려 부작용만 불러올 것"이라고 전했다.
행복주택 공급 물량을 줄였지만 목동, 안산 등 주민 반발이 극심한 시범지구 개발을 강행하기로 한 것도 논란이다. 실제로 목동지구가 포함된 양천구는 지자체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고, 고잔지구 개발에 대해선 안산시장과 시의회까지 나서서 반대성명서를 냈다. 때문에 지난 12월 5일로 예정됐던 목동, 송파, 잠실, 공릉, 고잔 등 5개 시범지구 지정은 주민 반발에 부닥쳐 무기한 연기됐다.
남영우 나사렛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MB정부 보금자리주택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정권 초기에 행복주택 공급을 과감하게 줄인 건 바람직하다"면서도 "임대주택 공급만 고집할 게 아니라 고령자 등 특정 계층을 위한 맞춤형 주택 공급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736호(13.12.11~12.17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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