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 기자의 ‘영화로 보는 茶 이야기] (39) 아웃오브아프리카 | 케냐는 커피의 나라? NO~ 茶의 나라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뜨겠지”라고 똑같이 외칠 것 같은 그녀, 카렌 블릭센. 덴마크에서 태어난 카렌은 ‘남작 부인’이란 이름을 얻기 위해 “자신의 돈을 보고 결혼하라”며 빈털터리 남작 브로 블릭센과 결혼한다. 케냐에 광대한 농장을 갖고 있던 그녀는 결혼 후 남작과 케냐 농장에서 낙농업을 하기로 약속하고 블릭센 남작을 먼저 보낸다. 배를 타고 수에즈 운하를 지나 케냐 동부 항구도시 몸바사에 도착한 후 다시 기차를 타고 와야 하는 지난한 여정 끝에 드디어 나이로비에 도착한 카렌. 그러나 기차역에 남작은 보이지 않고 낯선 흑인 한 명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두 사람이 살 집은 나이로비 시내에서 마차를 타고 2시간쯤 들어가야 나오는 니공 언덕에 있었다. 그리고 니공 언덕에서부터 펼쳐진 광대한 100만여 평 땅이 바로 그녀의 농장. 그러나 낙농업을 하자는 약속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블릭센 남작은 커피 농사를 지을거라며 벌써 커피 묘목을 잔뜩 사들인 게 아닌가. 모두 그녀 돈으로, 그녀와 일언반구 상의도 없이. 그뿐인가. 결혼식 다음날 아침, 남작은 “사냥을 갔다온다”는 말만 남기고 사라지고 없다. 하인은 그가 “비가 오기 전에 돌아올 것”이라 했다고 들려준다. “오늘 중에 비가 올까요?” 묻는 카렌에게 하인은 말한다. “비가 오려면 며칠 걸릴 거예요….”
한때 많은 청춘남녀가 열광했던 ‘아웃오브아프리카’. 덴마크에서 태어나 실제 케냐에 와서 커피농장을 운영했던 카렌 블릭센의 자전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스칼렛 오하라가 무색하게 정말 케냐에서 ‘바람 잘 날 없는’ 날들을 보내며 좌절하고 또 좌절했던 그녀는 이후 소설가가 되어 엄청난 성공을 거둔다. ‘아웃오브아프리카’로 노벨문학상에 두 번이나 노미네이트되었는가 하면, 그녀의 또다른 소설 ‘바베트의 만찬’은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영화상을 비롯해 칸영화제 등 유수 영화제에서 줄줄이 수상하면서 그녀의 또다른 대표작으로 남았다.

그 케냐가 지금은 세계 커피 명산지를 꼽을 때 반드시 포함되는 나라가 됐다. 특히 케냐 최상급 원두로 꼽히는 ‘케냐AA(케냐더블에이)’는 고지대 떼루아에 힘입어 오묘한 과일향이 나는 덕분에 커피 애호가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런던에 본사를 두고 연례 통계 회보(Annual Bulletin of Statistics)를 발간하는 ITC가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전세계 차 생산량은 660만t이다. 이 중 중국이 320만t으로 전 세계 생산량의 49% 가량을 차지한다. 인도가 137만t 정도로 2위다. 그런데 왜 중국이 답이 아닐까? ‘홍차’에 힌트가 있다. 중국은 차 생산량의 60% 정도를 차지하는 것이 녹차다. 반면 인도는 모든 생산량이 전부 홍차다. 중국은 홍차 생산량에서는 인도에 한참 밀린다. 다시 퀴즈. 전 세계에서 홍차를 2번째로 많이 생산하는 나라는? 1위가 인도니 2위는 ‘실론티’의 나라 스리랑카? 역시 땡~ 이쯤 되면 눈치 빠른 분들은 “그럼 케냐?” 하실지도. 놀랍게도 정답이다. 케냐는 매년 60만t 가량의 홍차를 생산한다. 스리랑카의 2배쯤 되는 물량이다.
세 번째 퀴즈. 그럼 전 세계에서 홍차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국가는? “아니 그런 쉬운 문제를” 하며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 독자가 많을지도. “당연히 인도”라며. 딩동댕~ 하고 싶지만 이것도 땡~이다. 인도는 심지어 스리랑카에 이어 홍차 수출 물량 3위 국가다. 인도는 차 생산량의 85%를 자국 내에서 소비하기 때문에 수출할 물량이 거의 없다. 반면 케냐는 국내 차 소비량이 5%에 불과하다. 생산하는 홍차의 95%를 수출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생산량은 인도에 비해 한참 떨어지지만 수출량은 전 세계 1위다.

커피의 나라인 줄 알았던 케냐가 언제 그렇게 홍차 대국이 되었을까?
무엇보다 케냐가 영국령인 것과 관련이 깊다. 케냐는 우간다와 함께 영국령이었다(그래서 아프리카 홍차 2위 생산국가가 우간다다.) 1903년 영국인들은 인도와 스리랑카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케냐에 차를 심기 시작했다. 케냐 리무루(Limuru) 지역에 케인 형제가 아프리카 최초의 차나무를 심은 것으로 전해진다.

홍차 제조법 중 가장 흔한 공법이 ‘CTC’라 불리는 방식이다. ‘CTC’는 ‘Crush(으깨고)’ ‘Tear(찢고)’ ‘Curl(휘마는)’ 가공법으로 만들었다는 뜻. ‘CTC’ 용법으로 가공된 찻잎은 당연히 잘게 으깨져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차는 여러 차와 블렌딩되어 주로 티백으로 만들어진다. 전혀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티백홍차를 통해 이미 케냐홍차를 경험해봤을지도 모를 일이다.

다시 카렌 이야기로. 카렌은 17년 동안 운영하던 커피 농장과 케냐를 왜 떠났을까. 오랫동안 수익을 내지 못하던 커피 농장이 최고의 수확량을 일궈낸 후 공장에 사고가 나서 카렌은 빈털터리가 된다. 그녀는 자신이 왔던 길 그대로 몸바사로 가서 몸바사에서 다시 덴마크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시는 케냐에 가지 않았다고. 자세한 내용은 직접 영화를 보시길. 여기서 잠깐 ‘몸바사’ 얘기. 나이로비에 이은 케냐 제2 도시 몸바사는 케냐 차 산업에서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몸바사에는 거래 물량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차 경매(Tea Auction) 센터’가 있다. 케냐에서 생산되는 홍차뿐 아니라 우간다, 말라위, 탄자니아, 르완다에서 생산된 모든 홍차가 이 곳으로 모여 이 곳에서 거래된다.


① 냄비에 물과 우유를 1:1 비율로 넣고 끓인다.
② 물이 끓기 시작하면 홍차 찻잎이나 티백을 넣는다.
③ 취향에 따라 설탕과 잘게 썬 생강이나 다른 향신료를 추가한다.
④ 중약불에서 2~3분간 더 끓여 차가 충분히 우러나게 한다.
⑤ 거름망을 이용해 찻잎과 향신료를 걸러내고 컵에 따르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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