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산책] 급증하는 단기 부동 자금의 특징
시중 자금이 선순환되지 못하면 단기 부동 자금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
무엇보다 경기 침체 등으로 국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전반에 걸쳐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 침체 등으로 경제와 금융시장 전반에 걸쳐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국내 단기 부동 자금이 증가하고 있다. 단기 부동 자금은 경제 주체들의 불안 심리로 인해 장기 투자처보다 단기 금융 상품 등에 몰린 자금이다. 이를 금융회사 단기 수신을 이용해 추정하면 2013년 3월 현재 2010년 5월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767조8000억 원(현금 포함 시 814조5000억 원)의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급증하고 있는 단기 부동 자금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 금융회사별로 단기 부동 자금이 은행에서 증권 등 자본시장 관련 금융회사로 이동하고 있다. 70%대 비중을 차지한 예금은행은 2013년 3월 현재 약 67%로 감소하고 증권사는 2010년 지급 결제 기능이 부가된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상품의 급증에 힘입어 약 17%로 크게 증가하고 있다.
둘째, 금융 상품별로 저금리 기조 하에서 금리형보다 실적형 상품으로 이동하고 있다. 정통적 단기 금리 상품인 은행의 6개월 미만 정기예금은 2012년 하반기부터 감소하고 금리형 수익 상품(양도성예금증서·매출어음·환매조건부채권) 등도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반면 증시 관련 상품(투신의 MMF, 증권의 고객 예탁금과 CMA)이나 단기 채권형 펀드, 증권의 환매조건부채권(RP) 등 채권 실적형 상품도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셋째, 저금리 속에서 기능성을 중시하고 있는 경향이 크다. 요구불예금이 꾸준히 늘어나고 2009년 6월 5만 원권 출시 이후 현금통화도 급증하는 등 손쉽게 이동 가능한 상품이 선호되고 있다. 또한 일정 이자와 지급 결제 기능을 결합한 증권사 CMA와 은행 수시입출식저축예금(MMDA) 등이 견조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단기 부동 자금은 일반적으로 국내 경제의 생산을 담당하는 기업 등으로 장기 투자 자금이 선순환 유입되지 못해 기업의 생산 활동이 위축되고 경기 회복을 위한 금융 완화 정책의 효과를 약화시키는 등 실물경제 침체를 장기화시킨다. 언제든지 빠져나갈 수 있다는 특성 때문에 대규모 단기 자금이 금융권 간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 돼 금융시장의 혼란이 심화되고 손쉽게 자산 버블을 형성하고 붕괴시키는 등 국가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카드 사태 이후 증가한 단기 부동 자금이 2004~2006년 사이 경제가 안정되면서 수도권 부동산 버블을 야기했다.
앞으로도 시중 자금이 선순환되지 못하면 단기 부동 자금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 무엇보다 경기 침체 등으로 국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전반에 걸쳐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기업의 유보 자금들 역시 투자되지 못하고 단기 부동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단기 부동 자금을 방치하다가 갑자기 방향을 급선회한다면(금융 긴축 등) 나타나는 부작용이 시장에 혼란을 주지 않도록 점진적으로 조절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일관된 정책과 정부의 적극적 경기 회복 및 금융시장 안정 의지를 보임으로써 가계나 기업들의 소비 및 투자 심리를 조속히 회복시킬 필요가 있다. 일자리 창출과 연관되는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 활성화 대책과 최근 위축되고 있는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
1958년생. 1981년 성균관대
경제학과 졸업. 1986년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석사. 1994년 뉴욕주립대 경제학 박사. 1999년 하나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2004년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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