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만성질환도 중증 인정'..추경 투입

세종 2013. 4. 16.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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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추경]-세입보전 '주사'..부양용 '몰핀'은 '글쎄'

[머니투데이 세종=박재범기자][[2013 추경]-세입보전 '주사'…부양용 '몰핀'은 '글쎄']

국가재정법엔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요건이 명확히 규정돼 있다. 정부의 습관적 추경 편성을 막자는 취지에서다. 요건은 전쟁, 자연재해, 경기침체, 대량실업 등이다. 병으로 따지면 '중병' 이상에 해당된다. 이 진단을 받아야 종합병원 입원과 처방이 가능하단 얘기다.

성장률로 보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는 돼야 한다. 지난해 정치권의 추경 요구를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장관이 거부할 때 논리도 이랬다. 5분기 연속 0%대 성장으로 활력이 떨어졌을 때다. 한마디로 '만성 질환'인데 이 정도론 추경 처방을 받을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그렇게 반년이 더 흘렀다. 0%대 성장 행진은 7분기째 이어졌다. 정부는 '사상 최초'란 수식어도 붙였다. 저성장이 추경 요건이란 점을 부각시켜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성장률을 3.0%에서 2.3%로 낮춘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사실 추경 요건 논란은 큰 의미가 없다. 이미 '만성 질환=중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치권이나 전문가 모두 추경 필요성에 한목소리다. 추경 규모(17조3000억원)도 예상 범위다.

헌데 처방전을 보면 짚어볼 문제가 적잖다. 세수 결손 보전액(12조원)이 전체의 70%다. '12조+а' 추경이라 불린 게 과언이 아니다. "세입 보전을 하지 않으면 하반기 재정 집행이 어렵기 때문에 이 역시 경기 회복 용도"라는 게 정부 설명이지만 궁색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9년 추경 때를 봐도 그렇다. 28조9000억원의 슈퍼 추경안은 세입경정 11조2000억원, 세출 증액 17조7000억원으로 구성됐다. '부양'에 확실히 방점을 찍었다. 세입 경정에 따른 효과를 따로 계상하지 않았던 정부였다.

이번 추경의 세입 경정 규모가 큰 것도 문제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을 때보다 메워야 할 세금이 더 많다. 성장률 하락에 따른 세입 감소야 어쩔 수 없다지만 세외수입 감소분은 정치적 판단의 산물이다. 정권말 정부는 '균형재정'에 집착했다. 대선을 전후로 여야는 각각 계산기를 두드리느라 눈감아줬다.

세입 경정분을 뺀 세출 확대 금액은 5조3000억원에 불과하다. 전체 추경의 30%만 '민생 안정과 경제 회복' 용도다. 4년전의 1/3도 안 된다. 정부가 지출 확대를 설명하면서 기금 확대(2조원)를 거듭 강조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세출 증액이 7조3000억원, 전체 추경 규모가 19조3000억원에 이르는 점을 부각시키고 싶다는 의미다.

물론 정부로서도 부양 규모를 늘리고 싶었을 거다. 성장률을 0.3%포인트 끌어올리는 데 만족하긴 쉽지 않다. 하지만 걸림돌이 너무 많았다. 당장 재원이 마땅찮다. 이번 추경을 하는 데만 15조9000억원의 국고채가 필요하다. 추경 규모와 국고채 물량은 비례한다. 시장 금리도 고려해야 한다.

게다가 재정 부담도 만만찮다. 현 부총리는 "추경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시장에 미치는 영향 클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재정 건전화라는 목표를 도외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추경으로만 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23조5000억원으로 커진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1.8%다. 국가채무는 480조5000억원, GDP의 36.2% 수준이다. 중기재정계획에 따른 균형재정 달성 시점도 2013년에서 "임기내 실현"(현오석 경제부총리)으로 변경됐다. .

또하나 고민은 돈을 쓸 곳이 마땅치 않다는 거다. 공공기관 일자리, 중소·수출기업 지원, 지역 경제 활성화 등 과거 추경 단골 메뉴가 되풀이됐다. 서민주거안정도 4.1 부동산 대책 내용이어서 새롭지 않다.

속을 보면 사실 건설·부동산에 집중했다. 지역경제 활성화의 경우 취득세 감면에 따른 세수 감소분(1조원)을 빼면 위험도로 개선, 철도시설 개량, 재해위험지역정비, 환경기초시설 완공 저수지 개보수 등이다. 부동산 대책(1조4000억원)을 합치면 세출의 절반 수준이 된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 즉시 돈을 넣을 수 있고 효과를 볼 수 있는 사업에 국한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현 부총리는 이를 '마중물'이라고 했다. 이석준 기재부 2차관은 "추경은 정상적 성장 토대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민간 투자 활성화와 소비 증가가 뒤따라야 한다. 박 대통령이 전날 "아무리 추경을 해도 기업이 투자에 나서지 않는다면 경기 회복에 한계가 있다"며 기업의 투자 확대를 당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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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세종=박재범기자 swal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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