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I 규제완화 연장 가닥 잡은듯
금융위 "DTI 산정때 부동산등 자산도 반영"실제 상환능력 반영해 부실대출 줄이기근로소득자는 오히려 대출 줄어들 수도
총부채상환비율(DTI)은 담보대출인정비율(LTV)과 함께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을 통제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정부는 부동산 경기가 호황과 불황을 오갈 때마다 DTI와 LTV를 조정해 부동산시장에 개입해왔다. 특히 가계의 연간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을 표시하는 DTI 규제는 LTV보다 한층 까다로워 부동산 경기가 과열될 때마다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하는 단골 메뉴로 등장했다.
문제는 DTI가 가계의 소득만을 기준으로 해 정확한 부채 상환능력을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소득은 없지만 다수의 부동산을 보유한 은퇴자나 직장인에 비해 소득을 적게 신고하는 자영업자는 실제 부채 상환능력에 비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한도가 축소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소득은 일정하지만 자산이 없는 일반 직장인들은 상환능력이 과대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금융위원회가 DTI 산정 기준에 자산을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DTI가 가계의 실질적인 상환능력을 반영하도록 해 부실대출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정은보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외국은 각 금융기관별로 소득과 자산을 포함해 다양한 방식으로 대출자의 상환능력을 측정한다"며 "우리나라는 소득만으로 상환능력을 평가해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DTI 산정시 자산을 포함할 경우 현행 DTI 규제가 사실상 완화되는 효과가 있어 반대론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소득은 없지만 부동산이 많은 고액 자산가의 대출이 증가해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반면 근로소득자에 대한 대출은 오히려 감소할 수 있어 반발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DTI 산정시 대출자의 연령도 중요 요소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정 국장은 "똑같이 10억원을 대출받더라도 30대와 50대의 상환능력은 다를 수밖에 없다"며 "연령에 따라 가중치를 달리하는 방식으로 차등을 두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출자의 연령에 따라 미래소득이 달라진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당국의 이번 조치가 DTI 규제완화 조치를 사실상 연장하겠다는 의사 표시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규제를 다시 원점으로 돌리겠다면 이 같은 완화 조치를 추가로 내놓을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조치는 최근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부동산 매매시장을 활성화해 전세대란을 완화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정 국장은 "DTI 개선과 DTI 완화 조치 만료(3월 말)와는 관계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일부에서는 DTI 완화 조치 연장과 연계해 실질적인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푸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위는 DTI제도 개선과 함께 ▦일자리 창출 등 가계소득 확대, ▦가계 사교육비 지출 축소 ▦자산시장으로의 자금 쏠림 등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종합대책을 다음달 중 발표할 방침이다. 현재 변동금리대출 위주인 금융기관 대출을 장기·고정대출로 전환하는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 국장은 "가계부채는 금융시장뿐 아니라 거시경제 전반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거시·미시정책 수단을 망라한 종합적인 대응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 국장은 부실 저축은행 정리를 위한 공동계정 문제와 관련해 "법률에 공동계정의 시한을 적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향후 부실 저축은행 사태가 일단락될 경우에는 공동계정 운영 성과를 평가한 뒤 제도유지 여부를 검토해볼 수 있다"고 전했다.
김능현 기자 nhkimch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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