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먹는 하마' 비급여 손보겠다는 정부에 "보험사만 배불릴 것" 주장, 왜

정심교 기자 2025. 3. 13.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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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희 의원-의협 토론회서 '비급여·실손보험 개혁안' 공방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도수치료·체외충격파 치료 등 비급여 지료로 지급된 실손보험이 늘어가고 있다. 5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실손보험 지급 보험금은 4조94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했다. 이 가운데 비급여 진료비 비율이 높은 과는 정형외과와 가정의학과로 나타났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의 한 정형외과의 모습. 2024.11.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돈 먹는 하마'로 지목돼온 비급여 항목에 대해 정부가 대규모로 손보겠다고 예고했지만 의사집단의 반발이 거세다. 보장을 줄여 환자의 부담은 커지고, 이에 환자들이 '비싼 진료'를 포기하면 병·의원의 수익은 위축되고 보험사만 배불릴 것이란 암울한 관측에서다. 이에 정부가 발표한 '비급여 관리·실손보험 개혁방안'을 두고 의사·변호사·금융당국 간 팽팽한 공방이 벌어졌다.

13일 '정부의 비급여 관리·실손보험 개혁방안, 무엇이 문제인가'란 주제로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하고,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주관한 토론회가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는 앞서 정부가 지난 1월, 불필요한 도수치료 등 비중증·비급여 치료를 '관리급여'로 지정해 본인부담률을 90% 이상으로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한 비급여 관리 개선방안을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실손보험 가입자가 비가입자보다 의료비 지출액이 4배 많다는 점을 주목하며, 실손보험 가입자는 의료 접근도가 좋아, 이런 환자들은 병원을 많이 갈 수밖에 없어, 의료비 지출이 빠르게 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실손보험 가입자는 병원에서 비급여 항목을 부담 없이 많이 받게 돼 의료비 지출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치료 남용 우려를 막기 위해 정부는 '관리급여 제도'를 신설하기로 했다. 관리급여 항목으로 지정되면 진료비의 5~10%를 정부가 건보 재정에서 내주고, 나머지(90~95%)를 환자가 부담하는 방식이다.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이봉근 한양의대 정형외과 교수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정부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방안 관련 국회 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2025.03.13. suncho21@newsis.com /사진=조성봉

이에 대해 이봉근 한양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현재 비급여 항목은 실비에서 지급해 환자의 부담이 적지만, 관리급여는 실비로 보상받을 수 없는 새로운 급여 시스템"이라며 "환자들이 자기 돈으로 진료비의 90~95%를 지불해야 해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개특위는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치료같이 '다빈도 비급여'를 관리급여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봉근 교수는 "도수치료나 체외충격파 치료의 효과는 과학적 근거가 입증됐다. 특히 석회성 건염 환자에게 체외충격파 치료는 임상에서 유용하게 쓰인다"며 "그런데도 이들 항목을 관리급여로 전환하면 이들 환자는 실비로 보상받지 못해 본인부담률이 높아진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내놓은 '급여·비급여 병행진료 금지' 항목도 비판했다. 지금까지는 급여(정부가 지원하는 돈)와 비급여 항목을 같은 날, 한꺼번에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두 가지 진료를 같이 받을 수 없게 해 환자가 다른 날 와야 한다"며 "이는 환자들을 번거롭게 불편하게 오가게 해, 병원 이용률을 줄이겠다는 목적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병원을 적게 이용하게 하면 보험사는 '나갈 돈'이 줄어 이익이 늘 것"이라면서 "하지만 개원가 의사들은 수익을 내기 위한 다른 치료를 찾아야 하는 풍선효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법조계의 우려도 이어졌다. 토론회 패널로 참석한 법무법인 세승의 한진 변호사는 "정부가 발표한 '관리급여'의 기준이 모호하다"면서 "물론 일부 임상에서 보험사기에 가까운 행태가 드러나고는 있지만, 대부분은 환자 적응증에 대한 의학적 판단에 따라 진료를 시행하는데 과연 모호한 기준으로 관리급여로 전환하는 게 합당한 대처인지 의문스럽다"고 했다.

한진 변호사는 병행진료 제한 방안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일반적인 통증치료는 치료 목적으로 시행하므로, 급여 치료와 병행하는 게 대부분"이라며 "그런데도 급여·비급여 병행진료를 일괄적으로 배제하면 결국 실손보험사의 이익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개혁방안이 성급히 진행되는 게 우려된다"면서 "비급여 대상 치료 기준을 의사집단 등 전문가 단체와 협의해 설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정부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방안 관련 국회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5.03.13. suncho21@newsis.com /사진=조성봉


이날 토론회에선 '실손보험 보장 항목을 줄이고 자기부담금을 늘리면 국민 부담만 늘고 보험사 수익은 커질 것', '금육당국이 보험사를 도우려는 것'이란 시선에 대해 금융당국의 입장도 눈길을 끌었다. 전현욱 금융감독원 보험상품제도 팀장은 "이런 시선은 모두 오해"라며 "훌륭한 의사, 고생하는 의사가 많은 것 잘 알고 있다. 의사들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거나, (의사·국민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려는 건 아니"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전현욱 팀장은 "실손보험 1·2세대 상품이 상대적으로 자기 부담률이 낮고 보장항목이 많으니 보험사의 손해가 클 테고, 그래서 정부가 보험사를 도우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많지만, 사실이 아니"라며 "뜯어보면 손해율은 전 세대에 걸쳐 1·2세대가 낮고 안정화돼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상대적으로 출시 기간이 짧은 3·4세대보다 보험금 납입 기간이 길어 손해율이 낮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편 건보 재정은 날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의료비 지출 규모는 2015년 1인당 367만원, 전체 22조2000억원이었지만 2025년 591만원과 58조원으로 늘고 2030년 760만원, 91조3000억원으로 크게 늘 전망이다. 정부는 건보 재정을 관리하고, 진료 남용을 막아 생긴 '아낀 돈'으로 필수의료를 살리는 데 투입하겠다는 전략이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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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 먹는 하마'로 지목돼온 비급여 항목에 대해 정부가 대규모로 손보겠다고 예고했지만 의사집단의 반발이 거셉니다. 보장을 줄여 환자의 부담은 커지고, 이에 환자들이 '비싼 진료'를 포기하면 병·의원의 수익은 위축되고 보험사만 배불릴 것이란 암울한 관측에서입니다. 정부가 발표한 '비급여 관리·실손보험 개혁방안'을 두고 의사·변호사·금융당국 간 팽팽한 공방이 벌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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