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포옛 감독의 이유 있는 ‘닥수’
수비로 바닥 다지며 ‘지키는 전술’
성적 절실한 팀 현실 ‘고육책’ 평가
프로축구 전북 현대가 지독하게 부진한 지난 2년 동안 관중석에선 “닥치고 공격!”을 외치는 팬들이 많았다. 21세기 최강을 자랑하던 전북이 트레이드 마크인 공격 축구로 반등에 나서길 바라는 팬들의 바람이었다.
안타깝게도 올해도 전북의 ‘닥공’(닥치고 공격)은 당분간 개점 휴업 모드다. 그리스 출신 명장인 거스 포옛 전북 감독이 정반대인 ‘닥수’(닥치고 수비)로 바닥을 다지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어서다.
전북은 지난 30일 FC안양 원정(1-0 승)에서 ‘닥공’이 아닌 ‘닥수’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전북은 안양에 주도권을 내주며 고전했지만 행운의 선제골을 얻었다. 수비수 박진섭이 공중볼 경합 상황에서 안양 골키퍼 김다솔에게 뺨을 맞으면서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콤파뇨가 후반 7분 PK 선제골을 넣었다.
이후 포옛 감독 용병술은 팬들을 더 놀라게 했다. 포옛 감독은 후반 31분 측면 공격수 전병관 대신 수비수 김영빈을 투입하더니 후반 42분 미드필더 강상윤 대신 또 다른 수비수 홍정호까지 넣었다. 기존 센터백 듀오인 박진섭과 연제운이 고스란히 남은 상황이니 중앙 수비요원 4명이 동시에 뛴 셈이다. 양 측면 풀백도 좀처럼 올라가지 않은 채 수비에 전념했다. 힘겹게 얻은 한 골을 기필코 지키겠다는 절실함이 느껴졌다. 공격수 이승우와 송민규, 에르난데스 등은 벤치에 머물렀다.
축구 현장에선 전북의 어쩔 수 없는 현실을 짚었다. 전북은 직전까지 정규리그에서 4경기 연속 무승(2무2패)에 빠졌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2(ACL2)까지 합친다면 무려 6경기 연속 무승. 승점 3점이 누구보다 간절했다는 얘기다.
포옛 감독은 “감독 경험이 많지만 이렇게 수비적으로 한 적은 처음인 것 같다”며 “이번 승리로 선수들이 자신감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승점 3점을 따고 클린시트를 한 것도 긍정적”이라며 “사람들은 경기 결과를 볼 때 누가 이겼는지를 먼저 본다. 어떻게 이겼는지, 수비수가 6명인지는 잘 확인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전북이 더 이상 ‘닥공’으로 승리를 가져올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스포츠통계업체 ‘옵타’에 따르면 전북은 2골 차 이상 리드를 잡은 정규리그에서 2017년부터 2023년까지는 98승4무로 무패를 기록했지만, 강등을 걱정한 지난해부터는 4승4무1패에 그쳤다. 다만 전북이 끝까지 ‘닥수’를 고집할 것 같지는 않다. 포옛 감독은 안양전 직후 앞으로 극단적인 수비는 안 할 생각인지를 묻는 말에 포옛 감독은 “그러길 바란다”며 웃었다. 그는 “벤치에는 송민규, 이승우, 에르난데스 같은 공격적 자원들이 많다”며 “앞으로는 경기 중 보다 더 공격적으로 변화를 줄 수 있도록 경기가 흘러가면 좋겠다”고 바랐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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