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한 여정길.. 한입만 먹어도 배부른 '엘프의 빵' [김셰프의 씨네퀴진]
프로도·샘 '반지 원정대'에 주는
엘프들이 만든 비상식량
수분 없는 빵이지만 소중한 한끼
군대에서 먹던 우리의 '건빵'과 비슷
1차 대전 겪은 세대인 저자도
보급식량 보며
'상상의 음식' 창조한건 아닐까
#영화 ‘반지의 제왕’
판타지 영화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영화들이 몇 있다. 동심을 녹인다면 ‘해리포터’가 될 것이고 하이틴을 원한다면 ‘나니아 연대기’다. 그 모든 판타지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가 바로 ‘반지의 제왕’이다.
소설 반지의 제왕은 기본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판타지 세계관을 정립한 책이다. 소설, 만화, 게임에 등장하는 드래건, 엘프, 드워프, 호빗, 오크 등은 대부분 반지의 제왕에서 나왔다. 처음 이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에 판타지를 사랑하는 이들은 뛸 듯이 기쁘면서도 한편으론 불안과 걱정도 겹쳤다. 당시만 해도 소설이나 만화를 영화로 만들어 성공한 사례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드래건, 오크 등 세상에 없는 생명체를 만들어야 하는데 과연 이게 가능할까 하는 우려가 컸다.
하지만 영화가 개봉하자 이런 우려는 환호로 바뀌었다. 알찬 내용과 판타지의 정석 같은 기본에 충실한 캐릭터들. 시대를 앞서간 영상미와 스케일은 판타지를 좋아하는 모든 이들이 꿈을 꾸게 하는 계기가 됐다.
프로도는 우여곡절 끝에 반지원정대를 결성하고 험난한 길을 떠나게 된다. 엘프 갈라드리엘이 프로도와 샘에게 나뭇잎으로 감싼 렘바스를 건넨다. 이는 엘프만이 특별한 레시피로 만들 수 있는 음식으로 한 입만 먹어도 충분히 배부르다. 하지만 사악하고 부정한 생명체들에게는 혐오의 음식이다. 그래서인지 영화의 감초 같은 역할인 골룸은 렘바스를 극도로 싫어한다.
여행길 내내 배고픈 일행의 소중한 한끼가 되어주는 이 렘바스는 영화에서 꽤 의미 있다. 엘프들에게 아주 특별한 식량인 렘바스를 건네 받은 것은 반지원정대의 프로도가 신뢰와 희망을 얻었음을 의미한다. 주인공 프로도의 충실한 종복이자 친구인 샘과 프로도를 이간질하려는 골룸에게는 훌륭한 도구가 돼 준다. 한입만 먹어도 배부르고 정말 맛있는 음식으로 소개되지만 영화 속에서 렘바스는 푸석푸석하고 말라 있다. 이를 보니 한입만 먹어도 배부른 것이 아니라 한입만 먹어도 더는 먹고 싶지 않을 정도로 맛이 없다는 부정적 의미를 담아 배부르다고 말한 것 같다.
#건빵과 렘바스의 공통점
그런 영화 속 렘바스는 우리 음식 건빵과 많이 닮았다. 밀가루를 주재료로 만드는 건빵은 수분을 거의 없앤 뒤 구워 건조시킨 단단한 빵이자 비스킷이다. 수분이 없다 보니 보관이 쉬어 군대에서 전투식량이나 비상식량으로 널리 이용됐다. 군대에서 당연히 맛볼 수 있는 이 건빵은 사실 우리만의 고유 음식은 아니다.
이름 자체가 빵이듯, 전 세계에서 비슷한 음식들을 찾아볼 수 있다. 한국 전쟁 전에 ‘이순택’이라는 제과사가 일본제과점에서 레시피를 배운 뒤 우리나라에 건빵을 들여 왔고 이후 한국 전쟁을 통해 널리 보급되면서 발전했다. 1차 세계대전을 겪은 세대인 J.R.톨킨도 이 맛없는 보급식량을 보며 렘바스를 창조 한 것은 아닐까. 물론 건빵에 비해 한없이 맛있다는 설정을 더해서 말이다.
<재료>
건빵 100g, 우유 200㎖, 베이컨 1줄, 양파 30g, 피자 치즈 50g, 버터 1ts, 가루 파마산 치즈 30g, 생크림 15㎖
<만들기>
① 건빵을 잘게 부순다. ② 냄비에 버터를 두르고 다진 양파와 베이컨을 넣은 후 볶는다. ③ 우유를 넣고 끓이다 1번에 준비해 놓은 건빵을 넣고 걸쭉하게 만든다. ④ 생크림을 넣고 맛을 더해 준 뒤 그라탱 접시로 옮기고 가루 파마산 치즈와 피자 치즈를 넣고 그라탱을 해 준다.
김동기 오스테리아 주연 오너셰프 payche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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