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대법원장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대한민국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街人) 김병로 선생은 강직한 법관이었다. 간혹 친척이 찾아와 재판에 관한 얘기를 꺼내면 그는 “집안에 대법원장이 둘이냐”고 핀잔을 줬다. 감히 대법원장 앞에서 재판에 관해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경고였을 것이다. 나중에는 법원에 소송이 계류 중인 지인은 아예 방문을 금지해 버렸다. 어느 겨울 친구 아들이 한강에서 낚시로 잡아 선물한 잉어 다섯 마리조차 “만에 하나라도 의심을 받을 수 있다”며 되돌려 보낼 정도로 청렴했다. 가인의 가족 가운데 그 좋다는 대법원장 관용차에 동승해 본 이는 한 명도 없었다. “딱 한 번만 차에 태워 달라”는 손자의 간청도 물리칠 만큼 공사의 구분이 엄격했다.

최종영 대법원장(1999∼2005년 재임)은 1965년 판사로 임용된 뒤 40년간 ‘은둔자’처럼 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관이라고 티를 내지 않고 조용히 일만 하는 그에게 ‘판사가 아니라 법원 직원 같다’는 의미로 ‘최 주사(主事)’라는 별명이 붙었다. 최 대법원장이 법원을 떠나고 7개월쯤 지난 2006년 4월 법무법인 바른이 그를 고문으로 영입했다. ‘전직 대법원장이 소일거리가 없어 수개월째 매일 한강변을 배회한다’는 소문을 듣고 취한 조치였다. 최 대법원장은 ‘사건은 일절 맡지 않고 후배들과 얘기하거나 바둑만 둔다’는 조건 아래 이를 수용했다. 그렇게 로펌에 ‘출근’하게 된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대법원장 시절 함께 일한 동료 대법관들과의 골프 약속 취소였다. ‘로펌에 몸담은 이상 부적절하게 비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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