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통증, 심리∙사회적 배경으로 이해해야…"환자 중심의 치료" 필요 ① [인터뷰]

안세진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2025. 4. 2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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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은 단순한 신체적 이상을 알리는 신호에 그치지 않는다. 때로는 분명한 원인을 찾기 어렵거나, 오랜 시간 지속되며 만성화되는 등 복합적인 양상으로 나타난다. 통증이 신체 손상만으로 설명되지 않고 심리적·사회적 요인과도 밀접하게 얽혀 있다는 점에서, 이제 통증은 단일 질환이 아닌 다면적 문제로 다뤄져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게다가 고령화와 만성질환자의 증가, 정신건강 문제의 확산 등으로 인해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실제로 국제통증연구협회(IASP)는 전 세계 성인의 약 20%가 만성통증을 겪고 있다고 추정하며, 국내 노인실태조사에서도 60세 이상 여성의 87.7%가 만성통증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통증의 양상이 복잡해지고 환자 수도 늘어나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 개개인의 통증 특성과 삶의 맥락을 고려한 '환자 중심의 치료'다. 단순히 통증 부위를 치료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환자의 심리적·사회적 배경까지 함께 살피는 접근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환자 중심의 통증 치료란 무엇이며, 앞으로 통증 치료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이에 대해 누구보다 '환자 중심의 치료'를 강조해온 대한신경통증학회 회장 신동아 교수(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신동아 교수|출처: 세브란스병원

손상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통증, "생물심리사회학적으로 이해해야"
몸이 쑤시고 불편한 느낌이 들 때 우리는 보통 근육이나 관절에 이상이 생겼다고 생각하고, 병원을 찾는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통증은 단순히 근골격계 손상이나 특정 질환 등 생물학적 요인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각종 검사를 받아도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만성 통증 환자들이 적지 않으며, 같은 정도의 손상이라도 사람마다 느끼는 통증의 강도와 양상이 다르게 나타난다.

이에 대해 신동아 교수는 "오늘날의 통증은 더 이상 단선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현상이 아니다"라며, 통증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생물학적·심리적·사회적 요소를 함께 고려하는 '생물심리사회적(Biopsychosocial)'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개인의 스트레스, 우울, 불안은 통증 민감도를 높이고 만성화를 유도할 수 있다"며, "같은 통증 자극이라도 '혹시 큰 병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있으면 더 심하게 느끼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통증은 개인이 처한 정서적 상태와 인식, 주변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바쁜 일상 속 스트레스, 사회적 고립, 직장 내 압박 등은 통증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며, 특히 고령화와 정신건강 문제의 확산도 무시할 수 없는 배경이다. 디지털 기기 사용 증가, 수면 부족, 불규칙한 생활 등도 신체 감각에 영향을 미쳐 통증 역치를 낮추는 요인이 된다.

신 교수는 "이전에는 '통증은 참는 것'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환자들이 스스로 통증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능력이 높아졌고, 의료진 역시 다양한 양상의 통증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됐다"며, "의료 접근성이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복합적인 통증 양상이 더 자주 관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울과 같은 심리적 요인, 고령화 등의 사회적 요인으로 인해 통증의 양상이 더욱 복잡해졌다|출처: 클립아트코리아

환자의 삶의 질과 일상까지 고려한 '환자 중심 치료'란?
이와 같이 복합적인 양상으로 나타나는 통증.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면 다행이지만, 많은 환자들이 반복적이거나 만성적인 통증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받고 있다. 결국 통증은 삶의 질을 전반적으로 떨어뜨리는 요소가 되며, 단순히 통증의 원인만을 해결하는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등장한 개념이 바로 '환자 중심 치료(Patient-centered care)'다. 이는 통증의 원인을 생물학적·심리적·사회적 요소를 함께 고려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환자 중심 치료는 환자를 질병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하나의 독립된 인간으로 존중하며 신체적 문제는 물론 심리적·사회적 배경까지 함께 고려하는 통합적 치료 방식이다. 신동아 교수는 "환자 중심 치료는 치료의 모든 과정을 의사가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방식이 아니라, 환자와 충분히 소통하고 치료 목표를 함께 설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즉, 치료에 있어 환자의 참여와 의사결정 권한이 중요해진 것이다.

특히 통증은 수치로 정확히 표현하거나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매우 주관적인 경험이라는 점에서 환자의 목소리를 더욱 세심하게 듣는 것이 중요하다. 신 교수는 "검사 결과에 이상이 없더라도 환자가 불편을 호소한다면, 그 자체를 인정하고 다각도로 접근해야 한다"며, "통증의 강도뿐 아니라 그것이 환자의 일상과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함께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진이 환자의 심리 상태나 사회적 환경까지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필요하다면 정신건강의학과, 물리치료, 상담 등 다학제적 협업을 통해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이러한 통합적이고 유연한 치료 방식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환자 중심 치료라고 할 수 있다.

통증 치료, 이제 '환자 중심 치료'로의 패러다임 전환 필요
이처럼 통증은 단순히 '어디가 아픈가'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시대를 지나, '왜 그렇게 아픈가'를 묻고 해석해야 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환자의 신체뿐 아니라 마음과 환경까지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 통합적 접근이야말로 앞으로의 통증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열쇠다.

그렇다면 실제 치료 현장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이러한 '환자 중심 치료'가 이뤄지고 있을까. 수술 없이 통증을 완화할 수 있는 최신 치료법부터, 고령화 사회에서 증가하는 퇴행성 질환 환자를 위한 전략, 치료가 어려운 난치성 통증 환자를 위한 조언까지— 다음 편에서는 신동아 교수가 제시하는 실질적인 치료법과 회복의 조건에 대해 깊이 있게 살펴본다.

안세진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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