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는 법"…청빈한 삶 살다 간 프란치스코 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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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오전 선종(善終)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전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며 평생 청렴한 삶을 실천해왔다.
전통적인 붉은 교황 신발 대신 추기경 시절부터 신어오던 검정 구두를 그대로 신었고, 교황청의 호화로운 공식 숙소 대신 임시로 사용되던 '마르타의 집'에서 생활해왔다.
교황 선출 직후 첫 미사를 집전하며 고향 아르헨티나의 성직자들에게 미사에 오지 말고 그 비용을 가난한 이들을 위해 써달라고 요청한 일화는 그의 소박함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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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청빈한 삶 강조하며 소외된 이 살펴
기득권에 대한 개혁에 힘써
성소수자 배척 반대, 품는 태도 강조
21일(현지시간) 오전 선종(善終)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전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며 평생 청렴한 삶을 실천해왔다. 그는 기득권을 개혁하고 소외된 이들의 곁을 지켰다. 폐렴으로 38일간 입원했다 지난달 23일 퇴원하면서 교황직에서 물러날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교황의 사명은 목숨이 다할 때까지 이어지는 것"이란 평소 신념처럼 자신의 사명을 다하고 생을 마감했다.
교황은 선출부터 이후 행보까지 여러 면에서 파격적이었다. 그는 최초의 신대륙 출신으로, 1282년 만에 비(非)유럽권에서 나온 교황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936년 12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이탈리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청년 시절에는 여느 젊은이처럼 축구와 탱고에 열광했고, 아리따운 여성에 마음을 뺏기기도 했다. 이후 사제의 길을 선택해 예수회에 입회했고, 아르헨티나 최대 교구인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장을 거쳐 2013년 베네딕토 16세의 퇴위 후 열린 콘클라베에서 교황으로 선출됐다. 당시 그는 왕복 항공권을 끊고 로마로 향했으며 자신이 교황이 될 것이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프란치스코는 역대 교황 중 가장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프란치스코'라는 교황명을 사용한 최초의 교황이기도 하다. 기존 교황들이 여러 성인의 이름을 따온 것과 달리 '빈자의 성자'로 불리는 아시시의 프란치스코(1182~1226)에서 이름을 따왔다. 2013년 교황으로 선출된 직후 브라질 출신의 무메스 추기경이 그를 껴안으며 "가난한 이를 잊지 마세요"고 당부한 것이 계기가 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2016년 매년 연중 제33주일(11월 중순)을 '세계 가난한 이의 날'로 제정하기도 했다.
교황은 복장에서도 권위를 내려놓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전통적인 붉은 교황 신발 대신 추기경 시절부터 신어오던 검정 구두를 그대로 신었고, 교황청의 호화로운 공식 숙소 대신 임시로 사용되던 '마르타의 집'에서 생활해왔다. 교황 선출 직후 첫 미사를 집전하며 고향 아르헨티나의 성직자들에게 미사에 오지 말고 그 비용을 가난한 이들을 위해 써달라고 요청한 일화는 그의 소박함을 잘 보여준다. 청빈을 강조하는 그의 행보는 일부로부터 '마르크스주의자'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그의 포용적 자세도 눈에 띈다. 미혼모의 자녀, 이민자와 난민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보냈고, 가톨릭 내에서도 민감한 이슈였던 동성애 문제에 대해서도 "하느님은 모든 사람, 특히 죄인을 사랑하신다"는 관점에서 개방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에 따라 동성애 사제의 축복을 허용했지만 동성혼과 성소수자 세례에 대해서는 기존 교리 입장을 유지했다.
재정·인사 분야에서도 그는 관행을 깨는 개혁을 단행했다. 전통적으로 추기경이 배출되던 파리나 밀라노 대신 상대적으로 외곽 지역에서도 추기경을 발탁했다. 한국의 유흥식 대전교구장이 그 예다. 회계 감사를 외부에 맡긴 것도 그가 취임 직후부터 진행한 개혁 중 하나였으며 2021년부터는 로마 교구도 감사 대상에 포함됐다. 교황청의 재정, 주식·부동산 투자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 과정에서 기득권과 충돌하기도 했다. 2014년에는 악을 숭배한다는 이유로 이탈리아 남부 마피아 조직 은드란게타를 공개적으로 파문했다.
생전 그는 자신의 장례 역시 기존 관례에서 벗어나 소박하게 치를 것을 당부했다. 공개된 유언장에 따르면 바티칸이 아닌 산타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 안식하길 원했고, 지하 묘지에는 특별한 장식 없이 단 하나의 비문만 남겨달라고 했다. 장례 역시 역대 교황들과는 달리 간소하게 치러질 예정이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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