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부모님 대신 17살 때부터 육남매 키워”

도영진 기자 2025. 4. 22. 03:0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사랑을 선택하고 그 책임도 함께하는 것이 부부입니다. 여섯 명의 동생을 끝까지 책임지며 키워낸 것이 인생에서 가장 자랑스럽습니다."

우 씨는 교통사고로 부모를 여읜 뒤 박 씨와 백년가약을 맺고 함께 여섯 명의 동생을 헌신적으로 키워내 지역 사회에 깊은 감동을 줬다.

우 씨는 돌아가신 부모님을 대신해 동생 여섯 명을 책임져야 했기 때문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원제-우정민 씨, 모범부부 대상
우 씨, 일곱 남매 맏이로 가장 역할
내달 창원 도계부부시장서 기념식
부부의날위원회, 20쌍 선정해 시상
세계부부의날위원회는 ‘부부의 날’ 모범부부 대상에 박원제 우정민 씨 부부 등 20쌍을 선정하고 다음 달 21일 시상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사진은 2023년 우 씨의 막냇동생인 우정실 씨(신부) 결혼식에서 혼주석에 앉은 부부와 가족의 모습. 우정실 씨 제공
“사랑을 선택하고 그 책임도 함께하는 것이 부부입니다. 여섯 명의 동생을 끝까지 책임지며 키워낸 것이 인생에서 가장 자랑스럽습니다.”

박원제 씨(56) 우정민 씨(55) 부부는 세계부부의날위원회가 주최하는 ‘부부의 날’ 기념식 모범부부 대상에 선정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우 씨는 교통사고로 부모를 여읜 뒤 박 씨와 백년가약을 맺고 함께 여섯 명의 동생을 헌신적으로 키워내 지역 사회에 깊은 감동을 줬다.

경남 산청에서 화목한 가정을 꾸려 온 우 씨 부모님은 1987년 진주에서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7남매의 맏이인 우 씨 나이는 불과 열일곱 살이었고 막내는 겨우 세 살이었다고 한다.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우 씨는 대학 입학을 포기하고 이듬해 김해 공장에 취업하며 여섯 동생을 책임질 가장이 됐다. 이 직장에서 박 씨를 만났다.

둘은 사랑을 키워 갔고 사랑이 깊어질수록 고민도 커져 갔다. 우 씨는 돌아가신 부모님을 대신해 동생 여섯 명을 책임져야 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같이 극복하기로 결심하고 20대 중반에 결혼했다. 부부는 결혼한 뒤 여섯 명의 동생을 성인이 되고 결혼할 때까지 책임지며 키워냈다. 여섯 명의 동생을 양육하는 우 씨의 책임감과 박 씨의 사랑과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부모님을 여의었을 당시 막내였던 우정실 씨(40)는 언니 부부와 함께 살며 성인이 됐고 간호대학에 진학했다. 졸업 후에는 학창 시절 장학금을 받은 인연이 있는 창원한마음병원에 2006년 입사했고 재작년 결혼해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2017년 10년 장기 근속자가 된 정실 씨는 근속자의 부모님을 대상으로 해외 여행을 보내드리는 복지 제도를 알게 됐다. 근속자의 부모님만 보내드릴 수 있기에 우 씨에겐 해당 사항이 없었다고 한다. 우 씨는 고민 끝에 병원 측을 찾아가 “부모님을 대신에 언니와 형부가 저를 키워줬다”며 “부모님 같은 존재인데, 이 기회를 언니와 형부에게 꼭 주고 싶다”고 부탁했다. 병원 측은 흔쾌히 이를 받아들여 박원제 우정민 씨 부부는 3박 5일간 태국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고 한다. 정실 씨는 2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어렸을 때 저와 나이 차가 많이 나지 않는 조카들을 데리고 놀이동산에 함께 소풍을 갔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언니와 형부는 내겐 부모님과 다름없는 분이다. 동생들을 향한 희생과 사랑에 존경스러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부부의 날은 1995년 5월 21일 창원시에서 권재도 목사 부부에 의해 시작돼 국민 청원을 거쳐 2007년 제정된 법정기념일이다. ‘가정의 달 5월에 둘(2)이 하나(1) 되자’라는 뜻이 담겨 있다. 위원회는 이들 부부와 함께 2024 파리 패럴림픽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종목에 국가대표로 처음 출전한 ‘두 팔 없는 철인’ 김황태 씨(48)와 아내 김진희 씨(48) 부부 등 20쌍에 부부상을 수여할 예정이다. 부부의 날 기념식은 다음 달 21일 그랜드 머큐어 앰배서더 창원호텔에서 열린다.

하충식 세계부부의날위원회 총재는 “부부의 날을 통해 가족의 힘과 헌신, 따뜻한 공동체의 의미를 되새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