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우를 위한 핑계 : 왜 일자형 퍼터인가?…PGA RSC 헤리티지 관전기 [윤영호의 ‘골프, 시선의 확장’] <40>
우리의 관심은 최종 라운드를 선두로 출발한 김시우에게 있었다. 마스터스에서 에너지를 소진한 대부분의 선수와 달리 김시우는 첫날부터 활력이 넘쳤고, 공격적이었고, 일관적이었기에 우승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그러나 마지막 라운드에서 김시우는 긴장한 채로 소극적인 경기를 펼쳤다. 이곳은 오거스타 내셔널이 아니어서 무너지지 않고 기다리다 보면 기회가 생기는 곳도 아니었다. 그의 뒤에는 우승을 위해 공격적으로 나올 것이 분명한 선수가 10명이나 있었다. 감이 잡히면 10언더파도 쉽게 치는 저스틴 토마스가 한 타 차로 뒤에 있었고, 디펜딩 챔피언 스카티 셰플러도 지척에 있었다. 1승에 굶주린 토미 플릿우드와 앤드루 노박이 있었고, 퍼팅의 신이라고 불리는 브라이언 하먼도 있었다.
경험 많은 김시우가 그런 상황을 모를 리가 없었기에 의식적으로 방어적 전략을 가지고 나오지는 않았겠지만, 시청자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쇼트게임과 퍼팅은 번번이 짧았고, 쇼트게임에서 핀까지 세 번을 끊어 가기도 했다. 오랫동안 우승 기회를 잡지 못한 위축감과 마스터스 최종 라운드에서 1오버파를 치고도 우승을 차지한 로리 매킬로이 플레이가 그의 무의식을 지배하는 것처럼 보였다.
김시우는 16번 홀에서 후반 홀 첫 버디를 기록했지만, 이미 선두와 다섯 타 차로 벌어진 상태였다. 앞 조 선수의 플레이를 기다리면서 그는 17번 홀 티샷박스에서 주저 않자 고개를 숙이고 자책했다. 관중과 시청자의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김시우가 롱퍼터를 버린 것은 그의 메이저 대회 우승을 바라는 골프팬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그가 새롭게 선택한 퍼터는 전통적인 일자형 퍼터다.
골프는 장비의 스포츠다. 장비 기술은 매년 발전하고, 많은 엔지니어가 장비 발전을 위해 연구를 거듭한다. 그 결과 가장 성과가 좋은 것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 말렛 퍼터다. 메이저 대회의 지배자이며 세계 랭킹 1위, 2위, 3위인 스카티 셰플러, 로리 매킬로이와 잰더 쇼플리가 모두 말렛 퍼터를 사용하고 있다. 셰플러의 성적이 말렛 퍼터를 사용하면서 극적으로 좋아진 것은 모두에게 알려져 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다툰 상위권 10명의 선수 중 8명은 말렛 퍼터를 사용했다.
마스터스 대회에서 부치 하먼이 스카이 스포츠의 해설을 맡았다. 프레드 커플스, 그렉 노먼, 어니 엘스, 필 미켈슨과 타이거 우즈의 코치를 역임한 그는 해설 중에 토미 플릿우드에게 공개적으로 조언했다. ‘토미는 환상적인 스윙을 가지고 있고, 그가 인격적으로 훌륭하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그가 퍼터를 일자형에서 말렛으로 바꾸고 3미터 이내의 퍼팅에서 퍼팅 라인을 직선적으로 잡고 공격적으로 퍼팅한다면 훨씬 좋은 성적을 낼 것이다.’
그이 조언을 따른 플릿우드는 마스터스가 끝난 지 사흘 만에 일자형 퍼터 대신에 말렛 퍼터를 가지고 나와서 이번 대회에서 선두권에서 경쟁했다. 말렛 퍼터에 완전히 적응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지만, 로(low)사이드로 빠지거나 조금씩 짧던 고질적 퍼팅 문제가 이번 대회에서는 깔끔하게 개선됐다.
우리나라 골프를 대표하는 임성재, 김주형, 김시우가 모두 일자형 퍼터를 쓰고 있고, 안병훈은 그보다 못한 롱퍼터를 쓰고 있다. RBC 헤리티지 대회를 보면서 우리 선수들이 오랫동안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핑계를 생각해 보게 됐다.
윤영호 골프 칼럼니스트
윤영호 ㅣ 서울대 외교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증권·보험·자산운용사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했다. 2018년부터 런던에 살면서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 ‘옵션투자바이블’ ‘유라시아 골든 허브’ ‘그러니까 영국’ ‘우리는 침묵할 수 없다’ ‘골프: 골프의 성지에서 깨달은 삶의 교훈’ 등이 있다. 런던골프클럽의 멤버이며, ‘주간조선’ 등에 골프 칼럼을 연재했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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