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소박한 생활로 인류 화합 헌신···프란치스코 교황 선종에 애도하는 세계
이민자 출신으로 교황직까지 올라
본명은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 젊은 시절 화학 기술자가 되기 위해 공부했으나, 이후 성소를 깨닫고 1958년 예수회에 입회했다.
베르고글리오는 칠레에서 인문학을 공부한 뒤, 아르헨티나로 돌아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산미겔 신학교에서 철학과 신학을 전공했다. 1969년 사제 서품을 받았으며, 이후 예수회 지도자로 활동하며 신학 교육에 헌신했다.
1973년부터 1979년까지 아르헨티나 예수회 관구장을 역임하며 군사독재 정권하에서 가난한 이들과 소외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힘썼다.
1992년 부에노스아이레스 보좌주교로 임명된 그는 1998년 대주교로 승진했다. 이후 가난한 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이며 교회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했다. 2001년 당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추기경에 서임된 그는 겸손하고 소박한 생활로 주목받았다. 공관을 두지 않고 작은 아파트에서 생활했으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검소한 삶을 실천했다.
2013년 3월 13일, 베네딕토 16세의 뒤를 이어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됐다. 그는 교황으로서 처음으로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을 선택하며, 가난한 자들의 수호 성인인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를 본받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재임 기간 동안 사회적 약자 보호를 실천하고 교황청을 적극 개혁해나갔다. 교황청 개혁을 추진하며 그는 바티칸 은행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성추문 문제에 단호히 대응했다. 또한 기후 변화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며 2015년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를 발표해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 교회의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보다 포용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혼과 동성애를 죄악시하던 교회의 전통적인 접근 방식을 다소 완화하고, 이슬람교 및 개신교 지도자들과의 대화를 확대하며 종교 간 화합을 도모했다. 지난 2020년에는 “동성애자들도 하느님의 자녀들이며, 동성 커플도 법적으로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발언하며 동성 커플의 법적 권리를 지지하기도 했다.
외교적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쿠바와 미국 간 국교 정상화를 중재했다.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의장에게 각각 서신을 보내 양국 간 대화를 촉구하는가 하면, 바티칸에서 양국 고위급 비밀 회담을 주선하기도 했다. 또한 난민 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여러 국제 분쟁의 해결과 유럽의 난민 보호를 촉구했다.
2021년에는 이라크를 방문하여 전쟁과 박해로 고통받는 이라크 국민들에게 평화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당시 3박4일 일정으로 이라크에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곳뿐 아니라 모든 곳에서 무력 충돌은 중단돼야 한다”며 국제사회의 평화와 화합을 촉구했다. 아울러 우르 평원의유적지에서 종교 지도자들과 만남을 갖고 “아브라함의 땅이자 신앙이 태동한 이곳에서 가장 큰 신성모독은 형제·자매를 증오하는 데 하느님의 이름을 이용하는 것임을 천명하자”며 종교 간 화합을 촉구했다.
교황은 한반도 평화 정착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특히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남북 단일팀이 결성된 점을 가리키며 “이번 올림픽이 우정과 스포츠의 위대한 제전이 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올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난민 인권 침해 우려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대규모 이민자 추방 계획에 대해 “ 단지 불법 체류자라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을 강제 추방하는 것은 인간의 고유한 존엄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가톨릭 신자인 JD밴스 부통령이 중세 교리를 인용해 이민 단속을 옹호하자 교황은 지난 2월 미국 주교들에게 보내는 이례적인 공개 서한을 통해 이 같은 신학적 해석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이어 출애굽기와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언급하며 사람들에게는 타국에서 피난처와 안전을 찾을 권리가 있다고 난민을 적극 옹호했다.
교황은 “기독교 교리를 아는 사람이라면 불법 체류자를 범죄자로 간주하는 정책에 대해 비판적 판단을 내리고 반대 의사를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며 “힘에 기반한 조치는 인간의 동등한 존엄성이라는 진리에 근거하지 않기 때문에 잘못된 출발이며 결국 잘못된 결말을 맞게 된다”고 경고했다.
문가영·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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