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위에서 2위로, 독수리의 봄이 찾아왔다

이준목 2025. 4. 21. 14: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최근 파죽의 7연승 질주

[이준목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에 진정한 봄이 찾아왔다. 한화는 4월 20일 홈구장인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홈 경기에서 7-1로 승리하며 최근 파죽의 7연승을 질주했다.

한화가 NC를 상대로 3연전을 스윕한 것은 2018년 6월 22∼24일 마산 3연전 이후 무려 7년 만이다. 7연승은 지난해 7월 23일 삼성전-8월 2일 KIA전 이후 261일 만이자 김경문 감독 부임 이후 두번째다. 5할승률을 넘어 시즌 성적 14승 11패(승률 0.560)를 기록한 한화는 어느덧 단독 2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1위 LG 트윈스와는 5경기 차다.

암울해 보였던 한화, 분위기가 바뀌다
 한화 이글스 외국인 투수 폰세가 20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NC와 홈 경기에서 수비에 성공 후 기뻐하고 있다.
ⓒ 한화이글스 제공
불과 약 열흘 전만 해도 한화의 전망은 그야말로 암울해 보였다. 한화는 올 시즌 첫 15경기에서 5승 10패에 그쳤다. 지난 10일까지만 해도 한화의 순위는 키움 히어로즈와 함께 공동 최하위였다.

하지만 지난 11일 키움과의 주말 '꼴찌대첩'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한화는 키움을 상대로 2승 1패를 기록하며 위닝시리즈와 함께 꼴찌를 탈출했다. 이어 지난주에는 SSG와 NC를 상대로 2연속 스윕을 이뤄내며 13일 키움전부터 시작된 7연승 행진을 질주했다. 한화는 최근 4연속 위닝시리즈와 함께 10경기에서 무려 9승(1패)을 챙겼다.

한화의 연승 기간동안 가장 돋보였던 것은 강력한 선발야구였다. 한화는 7연승 기간 모두 선발승을 거뒀다. 13일 문동주부터 시작해 코디 폰세, 라이언 와이스, 류현진, 엄상백이 차례로 선발 등판해 모두 승리 투수가 됐다. 문동주와 폰세는 로테이션이 한 바퀴 돌고도 연승을 거뒀다. 7연승 기간 한화 마운드의 평균자책점은 1.98, 선발진의 평균자책점은 2.18(41.1이닝 11실점.10자책)에 불과했다.

7경기 연속 선발승은 2001년 이후 24년 만에 나온 한화의 구단 최다 타이기록에 해당한다. KBO 역대 선발 최다 연승 1위는 1986시즌 삼성의 12경기 연속이었고, 한화의 기록은 역대 공동 5위에 해당한다.

올시즌 한화의 1선발인 폰세는 현재 리그 최고의 외국인 투수 중 한 명으로 꼽힌다. 6경기에 등판하여 패배없이 4승을 수확하여 박세웅(롯데), 임찬규, 치리노스(이상 LG)와 함께 다승 공동 선두에 올랐으며, 탈삼진(56개)은 압도적인 단독 1위다. 자책점은 2.31(39이닝 10자책)에 WHIP 0.97, 4회의 QS(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든든하게 한화 마운드를 이끌고 있다.

폰세는 최근 2경기 연속으로 자신의 KBO리그 개인 최다삼진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 15일 인천 SSG전에서 7이닝 무실점에 삼진 12개를 뽑아냈던 폰세는, 5일만에 치러진 NC전에서는 7이닝 무실점에 13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타자들을 압도했다. 두자릿수 탈삼진을 기록한 경기만 지난 3일 롯데전을 포함하여 올시즌 벌써 3번째다.

폰세의 강점은 최고 구속 157㎞ 강속구 투수임에도 제구력까지 안정적이라는 점이다. 폰세는 6경기에서 9개의 사사구만을 내줬고 지난 20일 NC전에서는 무사사구 경기를 기록했다. 투구폼이 간결하고 경기 운영 능력이 빼어나서 타자들이 공략할 타이밍을 예측하기 어렵다. 벌써부터 상대 감독들 사이에서 역대급 외국인 투수가 될수있다는 전망까지 나올 정도다.

폰세와 외국인 선발진을 이끄는 라이언 와이스는 5경기 2승 1패 4.91를 기록중이다. 지난 시즌 임시 대체선수로 합류하여 뛰어난 가성비 활약을 보이며 재계약가지 성공한 와이스는 초반 부진했으나 최근 2연승과 함께 16일 경기에서는 10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는 등, SSG 천적의 면모를 과시했다. 3선발로 내려오며 부담을 던 류현진은 올해도 5경기 2승 2.54로 건재하다. 부상과 부진으로 초반 다소 흔들렸던 차세대 에이스 문동주(5경기 2승1패 3.68)는 와 5선발 엄상백(4경기 1승3패 6.89)도 4월들어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선발진만 탄탄한 것이 아니라 불펜도 완벽했다. 한화 불펜진은 강우콜드승으로 불펜소모가 없었던 19일 NC전을 제외하고 6경기에서 1.53의 자책점만을 내줬으며 피안타율은 .194에 불과했다. 김범수와 조동욱, 박상원, 한승혁에 루키 정우주까지 가세하며 불펜진의 뎁스가 더 깊고 탄탄해졌다.

과감한 마무리 조기 교체도 신의 한 수였다. 시즌 초반 주현상의 부진으로 인하여 갑작스럽게 한화의 새로운 마무리로 낙점된 영건 김서현은 올시즌 12경기에 등판하여 10.2이닝간 5세이브 1홀드를 기록하는 동안 아직까지 단 한번의 실점과 블론세이브도 허용하지 않은 '미스터 제로'로 남아있다. 이는 현재 10개구단 마무리를 통틀어 유일한 기록이다. 김서현은 7연승 기간에 3경기에 등판하여 2세이브를 추가했다.

시즌 전체로 보면 한화는 21일 현재 팀 평균자책점 3.58를 기록중이며, 선발 평균자책점 3.68, 불펜 3.40으로 모두 각각 3위를 달리고 있다. 꼴찌를 기록하던 첫 15경기(4.53)과 비교하면 불과 10경기만에 자책점이 1점 이상 하락했다. 한화 팬들에게는 오랜만에 1990년대 후반 구대성, 송진우, 정민철, 이상목 등 강력한 마운드를 앞세워 한국시리즈까지 제패했던 전성기 독수리마운드의 향수를 일깨운 장면이다.

'한화의 봄' 앞으로도 이어질까

시즌 초반 한화의 최대고민은 '물타선'이었다. 첫 15경기에서 마운드가 그럭저럭 리그 평균은 유지하던 시절에도 한화의 팀 타율은 .186에 그치며 리그 유일의 1할대 타율 팀이었다. 하지만 최근 10경기에서 한화의 팀타율은 무려 2할 9푼 9리로 거의 3할에 육박할만큼 급상승했다. 7연승 기간만 놓고보면 3할 2푼 3리까지 치솟으며 이는 리그 전체 2위에 해당한다.

올시즌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하고 있는 문현빈은 23경기에서 타율 .320(75타수 24안타) 3홈런 16타점 OPS(출루율+장타율) .870을 기록하고 있다. 4월만 놓고보면 15경기에서 월간 타율은 .364(55타수 20안타) 3홈런 16타점으로 물이 올랐다. 본인의 생일이기도 했던 20일 NC전에서는 팬들의 생일축가 응원가에 힘입어 4타수 2안타 4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7연승을 이끌었다.

시즌 초반 극도의 부진으로 애를 태웠던 거포 노시환은 NC와의 주말 3연전 내내 연속으로 아치를 쏘아올리며 개인 통산 100개를 채웠다. KBO 역대 108번째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타율을 .266까지 끌어올린 노시환은 1주일만에 5개의 홈런을 추가하며 총 8홈런 20타점으로 양대부문 공동 선두에 등극했다.

이밖에도 1할대 타율에 허덕이던 채은성과 플로리얼이 살아나 각각 타율을 .295와 0.280까지 끌어올리며 중심 타선의 무게감을 회복했다. 특히 플로리얼은 팀 내에서 노시환 다음으로 많은 18타점(공동 4위)을 기록하며 찬스에 강한 모습으로 시즌 초반 조기 교체설까지 나오던 혹평을 완전히 극복했다.

한화는 올시즌 탄탄한 전력을 바탕으로 강력한 5강 후보로 거론됐다. 지난 시즌에는 개막 초 리그 선두까지 갔다가 4월 중순부터 하위권으로 추락하며 감독까지 교체됐던 아픈 기억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정반대로 시즌 초반에 바닥까지 찍었다가 상위권으로 올라왔기에 기세가 더 뜨겁다.

물론 한화가 지금의 기세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한화가 최근 10경기에서 상대한 키움, NC, SSG는 모두 7위권 이하의 하위팀들이었다. 또한 현재 단독 선두를 질주 중인 '절대 1강' LG를 제외하고 2위부터 최하위까지의 승차가 불과 6경기 차밖에 나지 않을 정도로 초접전 상황이라, 언제든 순위는 요동칠 수 있다.

한화는 이번 주부터 또다른 돌풍의 팀인 3위 롯데(원정), 강력한 마운드를 자랑하는 2위 KT(홈), 그리고 다음 주 초에는 선두 LG(홈)까지 상위권 팀들과 줄줄이 격돌하는 9연전을 앞두고 있다. 팬들이 기다려왔던 '한화의 봄'이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지 가늠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