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보면 더 예쁘다' 봄날 인제 곰배령에선 한계령풀 등 향연

이동명 2025. 4. 19.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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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 곰배령 탐방기

열목소, 폭포 등 계곡 볼거리
드넓게 펼쳐진 이끼바위 장관
엘레지, 모데미풀 등 봄꽃 유혹
노란 한계령풀 군락지에 감탄

▲ 19일 인제 곰배령 정상은 아직 봄기운이 번지지 않았다. 이동명

엘레지, 노루귀, 홀아비바람꽃, 한계령풀, 모데미풀, 갈퀴현호색… 수줍은 꽃들은 자세히 보면 더 예쁘다. 꽃의 모습에 취해 계곡 옆으로 물소리를 들으며, 이끼바위에 감탄하며 걷다가, 숲이 사라지고 문득 하늘이 열리는 곳. 곰배령이다. 오는 23일 곰배령 산림생태 탐방이 재개된다. 인제국유림관리소와 인제군의 협조를 얻어 ‘수줍게 찬란한’ 곰배령을 탐방했다.

19일 인제 기린면 현리 시가지에서 곰배령길 20 점봉산산림생태관리센터까지 가는 도로 주변엔 벚꽃과 진달래꽃 등이 피어 완연한 봄기운을 전했다.

점봉산산림생태관리센터에서 곰배령 정상까지의 거리는 5.1㎞다.
 

▲ 오는 23일 개방을 앞둔 인제 곰배령을 19일 탐방했다. 곰배령 정상 표지석.

관리센터에서 강선마을을 지나 중간초소까지를 1구간, 중간초소에서 나무다리까지를 2구간, 나무다리에서 곰배령 정상까지를 3구간으로 설정하면 각 구간 약 30분 정도 걸린다고 했다. 총산행 거리는 올랐던 길을 되짚어 내려오면 10.2㎞, 정상에서 주목 군락지, 철쭉군락지 등 하산 전용 코스(5.4㎞)를 이용하면 10.5㎞다. 산행시간은 4~5시간이다. 걷는 거리는 10㎞가 넘는다. 꽃구경을 하다보면 6시간 이상 걸릴 수도 있다.

관리센터에서 강선마을까지 가는 길은 낭만적이다. 둘이서 손잡고 걷기에 알맞은 너비의 길옆으로는 맑디맑은 계곡이 흐른다. 방태천 최상류 계곡이다. 계곡에는 열목어가 산다. 5월쯤이면 열목어가 포말을 일으키는 물살을 거슬러 뛰어오르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 급경사 나무계단을 오르면 곰배령 정상의 탁 트인 모습과 시원한 바람이 탐방객을 반긴다.

꽃들이 예뻐서 그랬을까. 신선이 하늘에서 내려와 노닐었다는 전설을 품었기에 ‘강선(降仙)’ 마을이다. 이 마을에는 10가구 정도가 거주하고 있다.

산은 아직 거뭇거뭇하다. 연둣빛 신록이 퍼지기 직전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산은 색을 바꿔가며 나그네를 반길 것이다. 겨울에는 눈꽃이 피어날 것이다.
 

▲ 오는 23일 개방을 앞둔 인제 곰배령을 19일 탐방했다. 한계령풀 군락지가 장관이다.
▲ 오는 23일 개방을 앞둔 인제 곰배령을 19일 탐방했다. 한계령풀 군락지가 장관이다.
▲ 인제 곰배령에서 봄꽃을 보려면 4월말에서 5월초까지, 여름꽃을 보고 싶으면 7월말에서 8월 중순까지 오면 좋다. 한계령풀 군락지.

강선마을을 벗어나면 원시림과의 만남이 시작된다. 마을 끝자락에 있는 초소에서 곰배령 정상까지는 1시간 정도 걸린다.

계곡 옆으로 수줍게 고개를 내민 꽃들을 보노라면 시간의 흐름을 잊는다.

신호경 점봉산산림생태관리원은 탐방객들이 곰배령에 언제 오면 좋냐고 물으면 어떤 꽃을 보고 싶은지를 되묻는다고 했다.
 

▲ 인제 곰배령 탐방로에서 만난 드넓은 이끼바위 군락.

봄꽃을 보려면 4월말에서 5월초까지, 여름꽃을 보고 싶으면 7월말에서 8월 중순까지 오면 좋다는 것이다.

같은 날 곰배령에 다녀온 한 탐방객이 “꽃이 없다”고 말하고, 또 다른 탐방객은 “꽃구경 잘 했다”고 말한다.

노루귀는 평지의 그늘 지고 배수가 잘 되는 곳에 핀다. 꽃들도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아 그곳에서 핀다.

같은 한계령풀이라도 꽃마다 모양이 다 다르다. 모양이 저마다 다르지만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
 

▲ 인제 곰배령 계곡의 이름 없는 폭포
▲ 인제 곰배령 계곡의 이름없는 폭포

꽃이름을 모르면 어떤가.

원시림이 길을 덮고 있지만 아직 연둣빛이 번지지 않아 황량하다.

길 옆으로 계곡이 흐르는데 정상까지 오르는 동안 3개의 폭포를 만날 수 있다. 폭포에는 이름이 붙지 않았다.

길은 평탄하다.

산행 구간은 점봉산 산림유전자보호구역이다. 빽빽한 원시림이 울창해지면 그늘이 충분하고 대부분 계곡을 끼고 걷는다.

남녀노소 누구나 큰 부담 없이 오르기 좋다.

나무다리를 건너 완만한 오르막길을 걷다보면 거대한 면적의 이끼바위 군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람에 흔들리는 노란 한계령풀 군락지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완만했던 오르막이 급경사로 바뀌고, 잠시 다리에 힘을 주고 오르다 보면 구불구불 뒤틀린 신갈나무 등의 행렬이 끝나고 하늘이 열린다. 세찬 바람이 불어온다. 곰배령 정상이다.

정상에서 ‘천상의 화원’을 보려면 여름에 와야 한다. 봄꽃은 정상까지 올라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여름에는 둥근이질풀 등 야생화의 향연을 볼 수 있다.

곰배령 정상 전망대에서는 손에 잡힐 듯한 점봉산과 선명한 설악산 대청봉이 조망된다.

곰배령은 곰뱃골에서 강선리를 잇는 고개다. ‘곰배’는 고무래의 방언이다. 곡식을 그러모으고 펴거나, 밭의 흙을 고르거나 아궁이의 재를 긁어모으는 데에 쓰는 ‘정(丁)’ 자 모양의 기구가 고무래다.

이 고갯마루는 구름 이불을 덮거나 파란 하늘과 맞닿은 모습으로 탐방객을 맞는다.

차현미 점봉산산림생태관리센터 주무관은 “곰배령은 인제의 자랑거리이며 자부심이 될만한 곳”이라며 “센터 입구에 먼지털이 같은 시설물이 있는데 이는 곰배령으로 들어오기 전에 혹시나 외부에서 묻혀올 수 있는 씨앗 같은 것을 털고 들어오라는 뜻으로 설치한 것”이라고 했다. 차현미 주무관은 “시간, 기간 등 제한을 두고 제한적 탐방을 하는 이유는 소중한 것을 소중하게 여기라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봄철 산불조심 기간이 지나 이뤄지는 곰배령 하절기 예약탐방은 오는 23일부터 10월 말까지 이뤄진다. 탐방 사전예약은 탐방일 4주전 수요일에 시작된다. 1일 평일 탐방 가능인원은 인터넷 예약 450명, 진동리 민박 신청 450명 등 총 900명이다. 주말·공휴일에는 예약과 민박 탐방인원이 280명씩 늘어 690명씩 총 1380명이다. 가을 산불조심기간이 지나면 12월 16일부터 2월말까지 겨울 탐방이 이뤄진다. 곰배령의 눈꽃과 설경도 장관이다. 탐방예약은 숲나들e 홈페이지 ‘점봉산 곰배령 생태탐방’을 통해 하면 된다.
 

▲ 인제 곰배령 엘레지 군락

산행 후 방동막국수에서 수육, 막국수, 감자전에 시원한 막걸리 한 잔을 곁들이는 것을 어떨까. 속이 든든한 두부요리를 맛보려면 고향집 식당과 방태산 대복식당 등 두부전문점을 찾는 것도 좋다. 이동명
 

▲ 방동막국수 수육
▲ 인제 방동막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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