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리 "내 딸은 금명이 같지 않길... 노역 연기 후 급노화" [인터뷰]

유수경 2025. 4. 18.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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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싹 속았수다' 배우 문소리 인터뷰
너무 일찍 철든 딸 금명이 보며 마음 아팠던 애순
실제 딸 둔 엄마라 더욱 공감해
노역 촬영 마치고 응급실 실려가기도
'폭싹 속았수다'에서 부부를 연기한 박해준과 문소리.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속 절절한 모성애를 연기하며 배우 문소리는 여러 차례 눈물을 쏟았다. 실제로 딸을 둔 엄마이기도 한 그는 대본을 볼 때나 연기를 할 때 어머니가 많이 떠올랐단다. 극 중 인물의 감정과 현실의 경험이 맞닿으며, 그의 연기에는 진심이 묻어났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애순의 마음에 더 깊게 몰입할 수 있었다.

최근 본지와 만난 문소리는 "애순이는 변치 않는 애순이인데, 우리가 봄 여름에는 휘황찬란하지 않았나. 꽃도 피고 해도 쨍쨍했다가 가을 겨울이 되면 많이들 그냥 평범한 엄마가 된다. 그게 이 작품에도 적용이 돼야 하는데, 애순의 변하지 않는 본질은 있어야 했다. 개별성과 보편성을 어떻게 녹여낼 수 있을까. 거기에 문소리도 있으니 나도 들어갈 거고 그게 좀 어려웠다"라고 털어놨다.

"애순이는 특별할 거 없는 엄마죠. 어느 집에나 있는 엄마요. 밤에 전화하고 가면 밥해주고 양말 신으라고 챙겨주는 그런 엄마. 이런 것들을 잘 버무려내 하나로 만드는 게 제겐 큰 미션이었어요."

실제 문소리의 어머니 이향란은 배우로 활동 중이다. 작품을 본 모친의 반응에 대해 묻자, "엄마는 분명히 울면서 봤을 거다. 별다른 연락을 주진 않았고 아버지만 문자가 왔다. 이런 작품 보여줘서 고맙다고 한 거 같다. '드라마 잘 봤다. 자랑스럽네'라고 하셨다"고 답했다.

모녀 호흡을 맞춘 문소리와 아이유. 넷플릭스 제공

애순을 연기하며 문소리는 실제 아내이자 엄마로서의 살림 실력도 뽐냈다. "이 작품을 찍을 땐 '내일 촬영간다'라고 안 하고 '살림하고 와야지' 그랬어요. 아이 밥도 해주고 신발장도 정리하고 할 일이 많다고. 극 중 애순이 살림에 제 살림이 많이 묻어있죠. 빨래 개는 거나 이불을 개는 방식도 실제 제가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김밥을 쌀 때도 옛날식이니까 종지에 미지근한 물을 좀 놔달라고 했어요. 비닐장갑이 없는 때라서 물을 묻혀야 하거든요."

그는 딸 금명이를 바라보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다고 털어놨다. "너무 안쓰럽죠. 빨리 철이 들어서. 동명이도 가고, 엄마 아빠가 힘든 걸 누구보다 알고. 금명이는 공부를 잘해야만 했고 자기가 뭘 원하는지 부모가 원하는 것도 잘 알아요. 제니 엄마를 연기한 김금순 여사님은 너무 좋아하는 배우인데, 금명이가 (그 집에서) 그 꼴을 당하고도 아무 소리 못하잖아요. 너무 그게 마음이 아팠어요. 엄마는 아무것도 모르고 '아빠 갔어'라고 하죠. 제 딸은 그런 일 당하면 울고불고 다 얘기했으면 좋겠어요."

문소리는 자신의 딸이 금명이처럼 혼자 속앓이를 한다는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날 것 같다며 자신도 금명이 같은 딸이었다고 고백했다. 또한 어머니 생각도 많이 났단다. "전반적으로는 엄마랑 세대가 비슷해요. 애순이가 51년생, 엄마가 52년생이니까. 우리 엄마도 22살에 저를 낳았어요. 일찍 결혼을 해서 생활력 강하게 살아오셨죠. 딸을 없는 형편에서도 누구보다 부족함 없이 키우시는데 최선을 다하신 삶이었어요. 저는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거든요. 돌이켜보면 그리 넉넉하지 않은 형편인데도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았어요."

노년의 애순을 촬영할 땐 특수분장 때문에 고생을 하기도 했단다. "나이가 들수록 특수분장 시간이 많이 걸려요. 어느 날 가니까 '화장품 뭐 쓰냐' 묻더라고요. 얼굴이 너무 촉촉하니 다음엔 조금만 바르고 오라고요. 유분이 있으면 (분장이) 안 붙는 거죠. 저는 원래 얼굴이 건조해서 아침에 (크림을) 듬뿍 바르고 가요. 그 뒤론 안 바르고 갔더니 늙는 속도가 정말 빠르더라고요. 관리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문소리는 체력 관리에 대한 경각심도 느끼게 된 계기가 됐다고 털어놨다. "요양원에서 파란 바다를 그리는 장면이 모두의 마지막 촬영이었어요. 여수에서 찍었는데 그날 아침에 공항에 도착하니 비가 흩뿌리고 날씨가 너무 흐린 거예요. 어르신들이 야외에서 찍어야 하는데, 분장을 마치고 나가니까 기적처럼 해가 나더라고요. 바람도 안 불고 너무 감사한 마음으로 찍었어요. 그런데 저녁을 먹으려는데 컨디션이 안 좋아서 누룽지를 좀 먹고 비행기를 탔거든요. 그 뒤로 기억이 거의 없어요. 깨보니 병원 응급실에 누워있더라고요."

배우 문소리. 넷플릭스 제공

당시 문소리는 혹독한 독감에 시달렸다. 코로나 시기도 많이 고생하지 않고 지나가 2주간 격리가 힘들지 않았다고 회상한 그는 "이번엔 너무 아파서 매일 병원에 갔다. 후두가 부어서 말도 못 했다. 그러고 나니까 얼마나 더 늙었겠나. 정신 차리고 보니 급 노화가 진행됐더라. 남편한테 '이렇게는 안되겠어요' 그런 걱정을 한 적도 있었다"고 전했다.

노역을 소화할 시기엔 남편 관식(박해준)이 여윈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밥도 못 먹고 현장에 오던 때였다. 문소리는 "덩달아 뭘 먹을 수가 없더라. 차에 가서 요기를 했다. 해준씨가 물도 안 먹더라. 볼이 확 패이는데 놀랐다. 물을 안 먹으니까 목도 잠기고. 나만 쌩쌩할 수 없으니 보조를 맞추려고 했다. 화면으로 나이든 모습을 보는 게 처음이다. 실제론 그거보다 더 험하게 늙을 수도 있겠지"라며 웃었다.

일을 할 때 완벽주의인 문소리는 배우 생활을 하며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고 고백했다. "저에겐 혹독하고 엄격한 편이예요. 끝나고나서도 마음 편히 작품을 못 보죠. 한편으론 '이걸 이렇게 할 사람은 나밖에 없다. 난 누구와도 다르다'란 생각도 해요. 남들과 같은 방향으로는 안 가려고 노력하죠. 언젠가 외국에서 유명한 감독이 왔는데 잠깐 미팅을 했었어요. 한국의 많은 여배우들을 언급하며 '뷰티풀' '글래머러스' 이러다가, 제게는 '유니크'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땐 좀 별로였는데, 두고두고 생각해보니 감사하더라고요. 지금도 그 중에 고르라면 '유니크'를 고를 거 같아요."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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