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를 사랑하는, 발리 역시 사랑한 그녀…박재아가 말하는 발리 ‘천기누설’[이사람]

강석봉 기자 2025. 4. 18.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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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마설은 경을 맞을 비아냥이다. 그 화살이 여자를 향했다면 더더욱. 하지만 세상은 변했고 그 중심에 여자가 있음도 무시할 수 없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은데, 끝내 파산한 이도 있다. 그 창대한 출발에 미진한 결말은 시사하는 바 크다. 품을 세상이 버린 그와 달리, 품은 세상과 끝없이 소통하며 사랑을 키우는 이가 있다. 박재아 전 인도네시아 관광부 한국지사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는 세상을 발려 발리를 편애한다. 가시고기 박재아의 발리 사랑이야기.




“전 세계 섬을 다녀봤지만 발리에 모두 발린다”

“전 세계 수많은 섬을 다녀봤지만, 발리는 다르다. 정말 다르다.” 박재아 은 단호하게 말했다. 섬 전문가이자 관광·국제포럼 기획자로서 20년 넘게 전 세계를 여행하고, 수많은 섬에 머물러본 그가 단연 최고의 ‘한 달 살기’ 장소로 발리를 꼽았다.

“발리의 매력을 한 번 맛보면 빠져 나오기 힘들다. 그래서 나는 발리를 ‘블랙홀’이라고 부른다. 표면적으로는 그저 동남아의 유명 휴양지처럼 보이지만, 직접 살아보면 전혀 다른 매력이 숨어 있다. 모든 조건이 절묘하게 갖춰져 있다.“ 그의 말에는 단순한 추천을 넘어 체험자의 신념이 실려 있었다.

연중 따뜻한 기후와 발리화된 힌두 문화




박재아 대표가 꼽은 발리의 첫 번째 매력은 기후와 문화이다. “발리는 일 년 내내 평균 기온이 26~32도를 유지하는 곳이다. 아침저녁은 선선하고, 한낮은 햇살이 강렬하지만 바람이 시원하다. 우기가 있어도 스콜처럼 잠깐 내렸다가 금방 개는 수준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과 달리, 발리는 365일 여름이지만 불쾌한 더위는 아니다. 물론 몇 년 사이 부쩍기후변화로 날씨 패턴에 변수가 많아 지긴 했다.”

이 기후가 사람의 마음과 몸을 풀어준다. 특히 번아웃에 시달리는 직장인이나 창작에 지친 예술가가 발리에서 새로운 활력을 찾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이곳은 힌두교가 생활에 깊숙이 녹아든 섬이다. 하지만 인도 힌두교와는 전혀 다르다. 발리화된 힌두교, 즉 ‘아가마 힌두 발리(Agama Hindu Bali)’가 사람들의 삶을 지탱하고 있다. 매일 아침이면 각 가정과 가게 앞에 작은 꽃과 향을 담은 ‘찬나(Sesajen)’가 올려지고, 거리는 어디서나 향내가 흐른다. 신에게 감사하고 조상을 공경하는 이들의 생활은 여행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그는 “명상과 요가가 단순한 액티비티가 아닌 삶의 일부분인 섬”이라고 표현했다. 이곳에 머물다 보면 절로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삶의 리듬이 천천히 조율된다는 것이다.

지역마다 다른 매력을 품은 다층적 구조




박재아 대표는 발리 섬을 ‘다층적 구조’라고 설명했다. “발리는 단일한 이미지를 가진 섬이 아니다. 북부와 남부, 동쪽과 서쪽이 완전히 다른 성격을 지닌다. 똑같이 바닷가에 있어도 분위기와 문화가 다르다.”

그가 추천하는 발리의 주요 지역은 다음과 같다.

① 우붓(Ubud)

“요가와 명상의 메카입니다. 예술가들의 마을이라 불리죠. 우붓은 정글과 논밭이 어우러진 조용한 곳으로, 명상과 요가를 배우기에 최적입니다. ‘요가 반(Yoga Barn)’과 같은 글로벌 요가 센터가 있고, 세계적인 리트리트 프로그램도 진행됩니다. 아티스트와 작가들이 사랑하는 마을입니다. 이곳에서 요가 강사 자격증을 따는 이들도 많죠.” 또한 박재아 대표는 우붓의 ‘우붓 왕궁’과 ‘사라스와티 사원’을 추천하며, “여기서는 현대와 전통이 어우러진 깊은 예술성을 경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② 스미냑(Seminyak)

“스미냑은 말하자면 발리의 청담동이에요. 고급 리조트와 세련된 부티크가 많습니다. 미슐랭 스타급 레스토랑과 루프탑 바, 트렌디한 카페가 밀집해 있습니다. 럭셔리한 라이프스타일을 원하는 이들에게 추천합니다. 해변도 깨끗하고, 관광객은 물론 현지 상류층도 선호하는 곳입니다.”

③ 울루와뚜(Uluwatu)

“울루와뚜는 절벽 위의 사원과 최고의 서핑 포인트로 유명합니다. ‘울루와뚜 사원’에서 바라보는 석양은 정말 잊을 수 없습니다. 이곳은 서퍼들의 천국이기도 하죠. 아침엔 서핑하고, 오후엔 절경의 사원을 돌아보고, 저녁엔 케착 댄스를 감상하는 일상이 가능합니다. 무엇보다 관광객이 적어 조용한 휴양을 원하는 이들에게 좋습니다.”

④ 꾸따(Kuta)

“꾸따는 활기찬 비치 라이프가 살아있는 곳입니다. 배낭여행자, 젊은 여행자들이 많이 찾죠. 가격도 저렴하고, 활력이 넘치는 분위기가 매력입니다. 쇼핑몰, 클럽, 해변 마사지 등 액티비티가 다양하고, 낮에도 밤에도 사람이 넘쳐납니다.”

⑤ 누사 페니다(Nusa Penida)

“자연 그대로의 절경이 남아있는 곳입니다. 다이빙과 스노클링 포인트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거대한 절벽과 해변, 수정처럼 맑은 바다는 인스타그램 명소로도 유명합니다. 최근 한국인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지역입니다.”

발리의 강점


① 한국인의 입맛과 완벽한 조화

“발리는 ‘향신료의 천국’이지만, 한국인에게 놀라울 정도로 잘 맞습니다. 매운 맛을 선호하는 인도네시아 사람들 덕분에 매운 나시고렝, 사떼 아얌 등 한식과 가까운 요리가 많습니다. 또 ‘바비굴링’ 같은 발리 전통 음식도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습니다.” 박재아 대표는 현지 와룽(Warung, 소규모 식당)부터 미슐랭 레스토랑까지 음식 선택 폭이 넓다는 점도 강조했다. “커피 또한 품질이 높습니다. 발리 싱글 오리진 원두는 세계 바리스타 대회에서도 인정받는 품종입니다.”

② 저렴한 생활비와 코워킹 스페이스 인프라

코로나19 이후 발리의 물가는 다소 상승했지만, 여전히 서구권이나 한국, 일본보다 훨씬 저렴하다. “코스텔(월세형 숙소)은 월 30만 원부터 시작하고, 풀빌라도 100만 원 정도면 구할 수 있습니다. 오토바이 렌트는 한 달에 10만 원이고, 한 끼 식사는 3천 원 수준입니다. 이런 환경이 장기 체류자에게 최적입니다.” 게다가 디지털 노마드와 워케이션 인구의 증가로 발리에는 전문 코워킹 스페이스가 급증했다. “Dojo Bali(짱구), Hubud(우붓), BWork(짱구)는 모두 최첨단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프라이빗 부스, 회의실, 스튜디오까지 완비되어 있어 원격 근무에 전혀 불편함이 없습니다.”

③ 치안과 생활 안전

박재아 대표는 “발리는 인도네시아 내에서도 치안이 좋은 지역으로 평가받는다”고 강조했다. “종교적 관용과 공동체 중심 문화 덕분에 외국인을 배척하지 않습니다. 물론 해외 어디든 범죄는 존재하지만, 이곳은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친절하고 이방인에게 열려 있습니다. 여성이 혼자 여행하거나 장기 체류하는 것도 위험하지 않습니다.”

④ 국제학교와 교육 환경

마지막으로 그는 발리가 글로벌 교육의 허브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발리는 원래 가족 단위의 이주가 활발했습니다. 국제학교가 많고 수준도 높습니다. 미국과 캐나다는 학비가 부담되고, 필리핀은 치안과 환경 문제가 걱정된다면, 발리가 훌륭한 대안입니다. 발리의 국제학교는 IB(국제 바칼로레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영어와 다양한 외국어 교육이 병행됩니다.”

그는 특히 코로나19 이후 국제학교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미국, 호주, 유럽에서 발리로 오는 가족이 늘고 있어요. 교육비도 합리적이고, 부모는 워케이션을 하고, 아이는 국제교육을 받는 구조가 완성되고 있습니다.”

발리의 꿈

박재아 대표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발리는 단순한 휴양지가 아닙니다. 여기서는 삶을 새로 디자인할 수 있습니다. 지금이 바로, 한 달 살기를 넘어 삶을 전환할 수 있는 시점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재편된 워케이션과 디지털 노마드의 중심, 발리. 그곳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닌, 삶의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주는 블랙홀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짱구에서 노트북을 펴고 일을 시작하고, 누군가는 우붓에서 요가 매트를 깔고 삶을 다듬는다. 그리고 이들의 일상은, 어쩌면 우리 모두가 꿈꾸는 새로운 삶의 방식일지도 모른다.



강석봉 기자 ks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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