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상장사 쫓아낼 것"…시진핑 전방위로 옥죄는 트럼프

김인엽/김리안 2025. 4. 16.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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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에 쓰인 엔비디아 저가칩…美, 중국 수출 막아
관세폭격에도 中 계속 맞서자
美, AI 발전 막으려 수출 통제
< 반미 전선 넓히는 習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16일 말레이시아 푸트라자야에 있는 총리 관저에서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와 협정서를 교환한 뒤 악수하고 있다. 시 주석은 “중국과 말레이시아는 아시아 가족들의 밝은 미래를 함께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인공지능(AI) 칩의 중국 수출을 통제한 데 이어 중국 기업을 뉴욕증시에서 상장폐지하는 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AI굴기에 필수적인 첨단 기술과 자본을 제한하고, 동맹국에 중국과 거래를 끊도록 압박하는 등 전방위 고립 전략을 통해 중국을 협상장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의 ‘AI굴기’ 압박

외신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중국 수출통제 명단에 오른 엔비디아 H20칩은 중국이 사용할 수 있는 최고 사양 AI칩이다. 미국은 2022년 조 바이든 행정부 때부터 국가 안보를 이유로 최첨단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기술기업은 최첨단 H200 칩에 비해 사양이 떨어지는 H20 칩을 이용해 AI 모델을 훈련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H20 수출을 통제하면 중국에서 AI 모델을 개발하는 비용이 약 3~6% 증가한다고 추산했다. 엔비디아는 120억달러(약 17조원) 규모 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H20 칩 수출 통제가 중국의 AI 기술 발전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라면 중국 기업의 뉴욕증시 상장폐지는 기술기업의 자금줄을 끊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이날 폴리티코는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이 미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을 상장폐지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에 따르면 지난달 미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은 286개로 시가총액은 1조1000억달러(약 1569조원) 규모다.

 ◇‘미·중 양자택일’ 요구하나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에도 대(對)중국 전선 동참을 압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율을 낮추고자 한다면 자국을 통해 우회 수출하는 중국 기업을 추방하고, 중국 저가품 수입을 통제하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인터뷰에서 각국이 미국과 중국 중에서 선택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이 같은 전략을 추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는 글로벌 경제에서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 중국의 협상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평가된다.

중국 기업들은 2018년 미·중 무역전쟁 이후 미국이 대중 관세율을 높이자 베트남 멕시코 등으로 수출 경로를 다변화하고 있다. 만약 미국이 협상을 통해 이들 국가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를 낮추면 높은 대중 관세율이 무력화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대중 관세율 145%가 실효를 거두려면 중국 물건이 다른 나라를 통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걸 막아야 하고, 이를 위해선 다른 나라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정부는 아직 미국으로부터 구체적인 요청을 받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이 이같이 제안한다면 한국은 난감한 양자택일 상황에 놓인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한국의 가치 사슬이 중국과 얽힌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중국(시장)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은 각각 지난해 한국 수출총액의 18.7%, 19.5%를 차지했다.

미국의 관련 요구가 얼마나 구체적인지 따져본 뒤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중국산 물건을 사지 말라는 등의 극단적인 요구일지, 중국산 ‘택갈이’를 방지하기 위해 원산지 규정을 강화하라는 등 제도 정비에 관한 주문일지 현재로선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김인엽/김리안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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