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후 신규 학교시설 안 생겨도 학교용지부담금 부과···헌재 “합헌”

김나연 기자 2025. 4. 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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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1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성재 법무부 장관 탄핵 심판 선고가 열린 대심판정에 입장해 대기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헌법재판소가 재건축 이후 가구 수가 늘지 않고 새로운 학교시설이 들어서지 않았더라도 학교용지부담금을 내도록 규정한 법 조항에 대해 합헌으로 결정했다. 헌재는 세대 구성원이 변동되면 향후 학교시설을 확보할 필요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옛 ‘학교용지 확보 등에 관한 특례법(학교용지법)’ 5조1항에 대해 지난 10일 ‘재판관 6대 2’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2017년 12월 서울 강남구에서는 민간분양주택과 공공임대주택 등 총 1996세대를 신축하는 주택건설사업이 시행됐다. 시행사들은 기존 부지에 있던 공무원임대아파트 등을 철거하고 새 주택을 건설했다. 문제는 2019년 강남구청이 시행사들에게 학교용지부담금 194억원가량을 내도록 하면서 발생했다. 강남구청은 학교용지법 5조1항에 따라 분양된 민간주택 전체를 대상으로 학교용지부담금을 부과했다. 시행사들은 ‘증가된 가구 수’가 아닌 ‘전체 가구 수’를 기준으로 부담금을 부과한 것이 부당하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학교용지법 5조1항은 일부 개발사업에 대해 가구 수가 증가하지 않았다면 부담금을 부과하지 않도록 규정했는데, ‘주택개발사업’에는 이 같은 예외를 적용하지 않은 게 위헌이라는 취지였다.

시행사들은 학교용지부담금은 학교시설이 추가로 생길 때 부과하는 것이므로 기존보다 늘어난 가구를 대상으로만 부담금을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개발사업의 실질이 기존 주택의 재건축에 불과해 학교시설 확보 필요성을 유발하지 않는 경우에도 획일적으로 부담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한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했다.

헌재는 시행사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기존 세대가 잔류하지 않고 인구가 새로 유입되면서 세대가 교체돼 그 구성원에 변동이 생기는 상황이라면 가구 수 자체의 변동이 없더라도 취학 수요가 증가해 학교시설을 확보할 필요성이 유발된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재건축으로 새로운 인구가 유입되면 향후 학교시설이 추가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김형두·정형식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은 “학교용지부담금은 개발에 따른 추가적인 교육 기반시설의 확보라는 필요성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존 세대의 교체 여부가 아니라 개발사업의 결과로 공급되는 증가한 신규 주택의 수, 이에 따른 추가적인 학교시설 확보의 필요성에 비례해 결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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