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재판서 93분 발언...“계엄은 자유민주주의 지키기 위한 것”

박혜연 기자 2025. 4. 14.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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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혐의’ 첫 정식 재판 열려
“작년 봄부터 내란 그림? 코미디 같은 얘기”
“김용현 국방 임명 때 계엄 염두 안해”
“감사원장·검사 탄핵, 사법 질서 치명타”
“메시지·경고성 계엄, 포고령 집행 생각 안해”
“26년간 검사했지만 이런 ‘로직’의 공소장은 처음”
“검찰 공소장 위법해 방어권 행사 어려워”
“준비기일 열고 다시 쟁점 정리해야”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14일 형사 첫 정식재판이 열리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14일 자신의 첫 형사 재판에 출석했다. 지난 4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으로 파면된 지 열흘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는 14일 오전 10시부터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전 대통령의 첫 정식 재판을 진행했다. 윤 전 대통령은 법원의 허가를 받아 차량을 타고 지하주차장을 통해 출석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50분쯤 양복 차림에 붉은 넥타이를 매고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법정은 역대 기소된 전직 대통령 모두가 선 법정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 법정에 선 다섯 번째 전직 대통령이다.

재판이 시작되자 재판장인 지귀연 부장판사가 “윤석열 피고인, 1960년생 맞나요”라고 하자 윤 전 대통령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곧이어 “직업은 전 대통령이고…주소는 어딥니까?”라고 묻자, 윤 전 대통령은 “서초4동 아크로비스타…”라고 답했다. 지난 11일 한남동 관저를 떠난 후 머물고 있는 자택 주소다.

이날 검찰과 윤 전 대통령 측은 약 6시간 동안 날 선 공방을 벌였다. 검찰 측은 모두진술에서 “피고인은 위헌·위법적인 포고령에 근거해 비상계엄을 대한민국 전역에 선포했다”며 “군경을 동원해 한 지역의 평온을 해하는 폭동을 일으켜 형법 제87조(내란)에 의하여 기소했다”고 밝혔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첫 정식 재판에 출석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차량이 14일 서울 서초구 사저 출입구를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 尹 총 93분간 직접 발언…“어떤 논리로 내란이라는지 알 수가 없다”

윤 전 대통령은 모두 진술을 포함해 총 93분간 직접 마이크를 잡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발언 동안 재판부를 바라보며, 양손을 허공에서 휘젓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준비된 대본 없이 즉석에서 검찰 측 주장에 반박했다.

윤 전 대통령은 “공소장과 구속 영장을 보니, 26년간 검사 생활을 하면서 많은 사람을 구속하고 기소한 저로서도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어떤 로직(논리·logic)에 의해 내란죄가 된다는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며 “12·12, 5·18 사건 공소장도 이렇진 않다”고 했다. 이어 “원래 (검찰) 수사는 여러 사람이 하더라도, 검찰 한 사람이 수미일관하게 논리를 만들어 공소장이 나오는 건데, 이건 조서를 모자이크 식으로 붙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재판의 절차적 하자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윤 전 대통령 측 위현석 변호사는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의한 불법 구속이 있었고, 검찰 기소 역시 위법하게 이뤄졌다”며 “준비기일을 다시 지정해 쟁점 정리를 마치고 증인 신문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검찰의 공소장이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위 변호사는 “공소장에 윤 전 대통령이 어떤 내용을 어떻게 모의했단 건지, 김용현 전 국방 장관에게 지시한 게 무엇인지 등에 대한 기재가 없다”며 “구체적인 지시와 행위가 특정되지 않아, 무엇을 다퉈야 할지 어려울 만큼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가져오는 위법한 공소장”이라고 했다.

아울러 “변호인들은 검찰이 제시한 증거에 대한 인부(認否·인정 또는 부인) 절차를 마치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 상태에서 증인 신문을 진행하면 위법성이 높은 자료마저 공판에 현출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그러면 피고인이 방어권을 행사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 당시 윤 전 대통령에게 직접 지시를 받은 사람들부터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위 변호사는 “법리적·효율적 측면에서 피고인에게 직접 지시를 받을 수 있었던 증인부터 신문을 진행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도 “저와 직접 대화하고 전화 통화한 사람들부터 증인 신문이 들어가고, 그다음 단계에는 저와 직접 관련 없는 사람들의 신문도 해야 하는데 그야말로 (순서가) 중구난방”이라고 지적했다.

◇ 尹 “자유민주주의 지키기 위한 메시지 계엄…포고령 집행 생각 안 해”

윤 전 대통령은 “비폭력적으로 국회의 해제 요구를 즉각 수용해 (비상계엄을) 해제한 몇 시간의 사건을 내란으로 구성하는 것 자체가 법리상 맞지 않는다”고 했다. 또 “김용현을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할 당시 비상계엄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검찰 말대로 2024년 봄부터 이런 그림을 그려왔다는 주장 자체가 ‘코미디’ 같은 얘기”라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장기 집권을 목표로 계엄을 선포한 게 아니라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저는 군인에게 실탄 지급을 하지 않고 민간인과의 충돌을 절대 피하라고 지시했다”며 “대국민 메시지를 위한 계엄이지, 이것이 단기간이든 장기간이든 군정을 목표로 한 게 아니라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고 했다.

또 “계엄을 쿠데타, 내란과 동급으로 얘기하는 것 자체가 법적 판단을 멀리 떠난 것이 된다”며 “계엄을 선포한 것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것인데, 군정과 쿠데타는 자유민주주의를 붕괴시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야당의 감사원장·검사 탄핵 시도가 계엄 선포의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은 “그동안 어떤 비상조치를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야당의) 감사원장과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들에 대한 탄핵 발의 움직임을 보고 상당히 심각하다고 생각했다. 이들을 탄핵한다는 것은 형사 사법 질서에 치명타를 주는 것”이라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야당에 불리한 것들을 감사원에서 맡는다 해서 탄핵한다는 것은 정말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상황이라 판단했기 때문에, 대통령이 가진 헌법상 비상조치를 통해 국민들에게 확실하게 알리고 직접 나서길 바라는 마음에서 (계엄을) 생각했다”고 했다.

또 “메시지 계엄이었기 때문에 계엄 선포문·담화문은 김용현 전 국방장관이 준비했고, 저는 (포고령의) 야간 통금 부분만 제외했다”며 “그러나 이것이 실제로 집행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사·여론조사 꽃에 군을 투입하라는 지시도, 부정선거 의혹 관계자들을 수사하란 지시도 한 적 없다고 했다.

정치인 체포 의혹에 관해서는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누구를 체포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위치 파악이 가능하냐고 물으며 명단을 줬더니, 검토 후 (조 청장이) 다시 전화로 ‘영장 없이 불가능하다’고 했다는 걸 들었다”며 “메시지 계엄이었기 때문에 계엄사 조직도, 합동수사본부도 아예 구성되지 않았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도 “공소사실 전체를 부인한다”며 “야당의 탄핵 남발과 예산 폭주, 선거관리위원회의 행정 질서 위기 등을 국민에게 알리고자 대통령이 한 정당한 권한 행사”라며 검찰 측 주장에 반박했다.

◇ 尹, 검찰 PPT 조목조목 대응…점심은 사저에서

윤 전 대통령은 이날 검찰이 준비한 PPT 자료를 한 페이지씩 짚으며 반박에 나섰다. “PPT 6페이지를 봐달라”고 한 뒤, 해당 페이지에 적혀 있는 검찰의 공소 사실이 왜 잘못됐는지 설명하는 식이었다.

재판장은 오전 재판을 마치며 윤 전 대통령에게 “(발언을) 40분 정도 하셨는데 오후에 20분 정도 발언 시간을 드리겠다. 시간을 칼같이 끊자는 것은 아니니 준비해서 오후에 말씀해달라”고 했다.

그러자 윤 전 대통령은 “오후에는 효율적으로 간소하게 해보겠다. 제가 만든 자료가 아니라서…”라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이 사전에 자료를 준비하지 않고, 검찰의 PPT 내용을 하나하나 반박하다 보니 말이 길어졌다는 취지다. 일부 방청석에서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윤 전 대통령은 오전 재판을 마친 뒤 정오쯤 자택으로 복귀해 점심 식사를 했으며, 변호인단은 법원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재판은 오후 2시 15분부터 다시 열렸다.

오후에 이어진 재판에선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1경비단장과 김형기 특수전사령부 1특전대대장에 대한 증인 신문이 진행됐다. 군복 차림으로 증언대에 선 조 단장은 “이진우 수방사령관에게 ‘경내로 들어가서 국회 외부의 출입을 통제하라’고 들었다”고 했고, 김 대대장은 “이상현 특전사 제1공수특전여단장으로부터 국회 담을 넘어가서 ‘의원을 끌어내라’는 임무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이들에 대한 윤 전 대통령 측의 반대 신문 등 이후 절차는 오는 21일 재판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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