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류로 500억 무인차량 성능평가?... 방사청이 자초한 K방산 공정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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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억 원 규모의 '다목적 무인차량' 사업이 시작부터 공정성 시비에 휘말렸다.
최고 성능을 조건으로 내걸었던 방위사업청이 입찰 도중 "실물 평가보다 서류 평가를 우선하겠다"고 통보하면서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13일 "방사청 주장대로라면 최고 성능 확인을 위한 실물 평가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며 "애초에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방사청이 협상을 앞두고 특정 업체에 유리한 평가 방식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은 본래 사업 취지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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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청, 성능 중심 평가 방식 적용하고도
최고성능 검증 기준 명시 안 해 갈등 야기
실물 평가서 서류 상 성능 초과해도 미반영
"실물 평가 왜 하나" vs "법에 기준 명시"
500억 원 규모의 '다목적 무인차량' 사업이 시작부터 공정성 시비에 휘말렸다. 최고 성능을 조건으로 내걸었던 방위사업청이 입찰 도중 "실물 평가보다 서류 평가를 우선하겠다"고 통보하면서다. 방사청은 애초 명확한 평가방식을 제시하지 않았다. K방산 미래 경쟁력의 시금석으로 꼽혀온 지상무인체계의 첫 단계부터 논란을 자초했다.
방사청은 지난해 4월 사업을 발주하며 목표시한을 2026년으로 잡았다. 다목적 무인차량은 군인 대신 감시·정찰·전투·물자이송의 다양한 작전을 수행하는 플랫폼으로, 육군이 처음 전력화하는 무인체계다. 첫 양산규모는 500억이지만, 후속사업과 해외시장까지 고려하면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방사청은 '가격'보다 '성능'에 초점을 맞췄다. 통상 군이 요구하는 최소 성능만 충족하면 가격이 저렴한 쪽을 택하지만, 이번에는 성능이 좋은 쪽에 가점을 주도록 했다. 과거 흑역사를 감안한 조치다. 2020년 이 무기체계의 시범업체를 정하는 과정에서 최소 요건을 갖춘 두 업체가 입찰가로 모두 '0원'을 써내 사업자를 '가위바위보'로 정한 전례가 있다.
하지만 방사청이 '최고 성능' 검증 방법을 명시하지 않아 혼선을 빚었다. 국내 방산업체 A, B사는 각각 다른 환경과 조건에서 성능시험을 수행한 결과를 제안서에 담았다. 제안서 평가 이후 '실물 평가'를 통해 속도, 탑재 중량 등 6개 항목을 실제로 검증하는 단계가 남았기 때문에 별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실물 평가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던 방사청은 지난달 말 돌연 서류 평가를 우선한다고 밝혔다. 실물 평가를 하되 기존 제안서에 담긴 내용보다 성능이 안 좋게 나올 경우에만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가령, 제안서에 최고 시속 40㎞라고 기재된 제품의 성능을 실제로 측정해 최고 시속 60㎞가 나와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논리다. '성능'을 강조한 이번 사업의 성격에 부합하지 않는 방식이다. 제안서상 수치는 A사가 높게 나왔는데, 이는 더 유리한 환경에서 측정한 영향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애당초 경쟁 자체가 공정하지 않았다고 볼만한 대목이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13일 "방사청 주장대로라면 최고 성능 확인을 위한 실물 평가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며 "애초에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방사청이 협상을 앞두고 특정 업체에 유리한 평가 방식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은 본래 사업 취지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A사는 "법령상에 '현장 확인 결과가 제안서 내용보다 높은 수준일 경우 제안서 내용을 기준으로 평가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오히려 제안서 제출 마감 후 내용 변경을 엄금하고 있는 취지를 고려하면, 특정 업체에 유리하도록 절차를 바꿀 경우 국방 획득 사업 전반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엄효식 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이번 문제는 방사청이 애초에 평가 방식과 기준을 명확히 하지 않아 촉발된 것"이라며 "어느 한 쪽이 패하면 큰 법적 다툼으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방사청은 "공정한 평가가 될 수 있도록 기준과 방법, 절차 등을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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