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시민을 지키는’ 대통령으로…”[신문 1면 사진들]
※신문 1면이 그날 신문사의 얼굴이라면, 1면에 게재된 사진은 가장 먼저 바라보게 되는 눈동자가 아닐까요. 1면 사진은 경향신문 기자들과 국내외 통신사 기자들이 취재한 하루 치 사진 대략 3000~4000장 중에 선택된 ‘단 한 장’의 사진입니다. 지난 한 주(월~금)의 1면 사진을 모았습니다.
■4월 7일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한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하고 첫 주말을 보냈습니다. 오랜만에 통잠을 자 개운하다는 얘기를 지인들로부터 들었습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의 탄핵심판 선고 영상을 반복해 보면서 감격의 여운을 즐겼습니다. 헌재의 시간이 가고 대선의 시간이 왔습니다. 대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대선 주자들도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대선의 시간’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이미지를 찾았습니다. 월요일자 1면 사진은 청와대 본관에 걸려있는 역대 대통령들의 초상화입니다. 다음 대통령의 집무실은 다시 청와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의미도 담았습니다. 사진 왼쪽에 빈 공간을 두었습니다. ‘다음 대통령은 누구일까요?’라는 질문처럼 읽히길 바란 공간이었습니다만, 저 공간을 차지할 초상화의 인물은 윤 전 대통령이겠네요.
■4월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폭탄’에 중국·유럽연합(EU) 등이 ‘맞불관세’를 예고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졌습니다. 국내 증시도 요동을 쳤습니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5% 넘게 폭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하루 만에 33원 넘게 올랐습니다. 미국 관세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국내 금융시장은 변동성이 커졌습니다. 이날 증시 장 초반에는 코스피200 선물지수가 1분 이상 5% 넘게 하락하면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으로 H은행 딜링룸은 사진기자의 출입처가 됐습니다. 딜러들이 정신없이 일하는 곳이지만, 드물게 사진기자 ‘친화적인’ 공간이기도 합니다. 폭락한 코스피·코스닥 지수 종가와 치솟은 원·달러 환율을 보여주는 사진을 1면에 썼습니다.
■4월 9일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지는 21대 대통령 선거일이 오는 6월 3일 화요일로 확정됐습니다. 정부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관련 안건을 상정·심의·의결했습니다. 선거일은 임시공휴일로 지정됐습니다.
1면 사진으로 56일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일을 표시한 문구를 붙이는 장면을 골랐습니다. 전날 코스피 종가 등의 숫자 위주의 사진을 쓰고, 이어 다시 숫자가 도드라지는 사진을 썼습니다. 사진이라는 매체의 관점에서 보면 숫자, 글씨가 많은 사진을 좋아할 수는 없지만, 신문사진의 시선으로 본다면 직관적이어서 자주 용납이 되곤 합니다. 사진의 제목은 <다음은 ‘시민을 지키는’ 대통령으로>입니다.
■4월 10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들을 지명한 것에 대해 월권 논란이 일었습니다. 그중 이완규 법제처장은 윤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12·3 비상계엄 다음날 이뤄진 ‘안가회동’에 참석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있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1면 사진은 논란이 인 다음날 이 처장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에 나와 눈을 감은 채 앉아 있는 모습입니다. 뒤로 지난해 12월 26일 한덕수 권한대행이 발표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 권한 행사는 자제”해야 한다는 내용의 대국민담화 화면이 떠 있습니다. 그땐 안 된다고 했던 한 대행이 지금은 된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4월 11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 대한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한다고 밝혔습니다. 급락하던 세계 증시가 큰 폭으로 반등했습니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크게 오르며 장을 마감했습니다. 예측할 수 없는 ‘오락가락’ 트럼프 정부의 즉흥성에 미국 신뢰도가 치명적 타격을 입었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의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르고, 그가 아는지조차 불분명하다”라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1면 사진은 트럼프가 백악관에서 행정서명을 하던 중 취재진에 ‘상호관세 90일 유예’와 관련한 발언을 하는 모습입니다. 사진의 포커스는 트럼프가 아닌 트럼프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재무장관과 상무장관의 표정에 맞춰져 있습니다. 프랑스 국적의 통신사 사진기자의 시선에 잡힌 장면입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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