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물면 초록 속살이 '버석 찐득'…한국인도 빠졌던 '그 초콜릿' 속을 채운 건 [맛있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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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한동안 열풍이 불었던 '두바이 초콜릿'은 중동 두바이 제과업체 '픽스 디저트 쇼콜라티에'(픽스)가 개발한 초콜릿 디저트다.
초콜릿 내부를 가득 채운 필링이 특징으로, 카다이프라고 불리는 중동 지역 소면을 튀겨 볶아 만들었다.
이후 만들어진 픽스만의 '두바이 초콜릿'은 처음엔 중동의 전통과 서구식 제과 기술이 접목된 이색 과자로 주목받았고, 지금은 세계인의 디저트로 당당히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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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서 시작된 중동 인기 과자
현지선 '국가 정체성'으로 자리 잡아
국내에서도 한동안 열풍이 불었던 '두바이 초콜릿'은 중동 두바이 제과업체 '픽스 디저트 쇼콜라티에'(픽스)가 개발한 초콜릿 디저트다. 초콜릿 내부를 가득 채운 필링이 특징으로, 카다이프라고 불리는 중동 지역 소면을 튀겨 볶아 만들었다. 두바이 초콜릿을 발명한 픽스 창업자 사라 하무다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카다이프로 만든 필링을 "쿠나파(knafeh)"라고 부른 바 있다.
중세 팔레스타인서 전 중동으로 퍼져
국내에선 생소한 이름이지만, 쿠나파는 중동이 열광하는 과자다. 얇은 소면을 부숴 만든 바삭한 페이스트리에 견과류와 치즈, 달콤한 시럽을 곁들여 만든 것으로, 정확한 기원은 불분명하나 10세기 중동 파티마 제국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쿠나파가 가장 먼저 만들어진 곳은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나블루스라는 곳이다. 나블루스식 쿠나파는 '쿠나파 나블루스'라는 고유명사를 가지고 있을 정도다. 나블루스는 오늘날 팔레스타인에 속해 있다.
팔레스타인의 소도시에서 태어난 디저트는 곧 전 중동 세계로 전파된다. 10세기 중동 지역을 지배한 파티마 제국은 이집트부터 팔레스타인에 걸쳐 광대한 영토를 자랑했다. 이들은 이슬람 전통에 맞춰 라마단(이슬람 달력 9월째의 금식 기간)을 지켰는데, 빵은커녕 물도 입에 대선 안 됐지만 과자인 쿠나파는 먹을 수 있었다고 한다. 금식 기간을 지키느라 굶주린 신도들 사이에서 쿠나파의 인기가 치솟기 시작했고, 곧 쿠나파는 전 중동이 즐기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집트계 영국인 사업가 하무다 CEO 또한 어린 시절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이집트식 쿠나파를 먹으며 자랐다고 한다. 그는 2021년 두바이를 들른 뒤 특별한 디저트를 찾다가, 초콜릿에 쿠나파를 넣는다는 발상을 떠올렸다. 이후 만들어진 픽스만의 '두바이 초콜릿'은 처음엔 중동의 전통과 서구식 제과 기술이 접목된 이색 과자로 주목받았고, 지금은 세계인의 디저트로 당당히 자리 잡았다.
쿠나파 원조 도시, 지금은 전쟁 포연 속에쿠나파는 중동에선 달콤한 과자 중 하나이지만, 팔레스타인에선 민족 정체성의 중요한 구심점 중 하나다. 현재는 영국 런던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계 셰프인 사미 타미미는 지난해 가디언 기고 글에서 쿠나파를 "팔레스타인의 전통"이라고 표현하며 "우리는 축제 기간에 이 음식을 만든다. 쿠나파 없이 팔레스타인에선 축하할 일이 없다"고 찬사를 보냈다.
나블루스에선 온 마을 주민들이 모여 쿠나파를 만들었다고 한다. 2010년엔 나블루스 주민들이 합심해 만든 '세계에서 가장 큰 쿠나파'가 기네스북 세계 기록에 등재되기도 했다.
쿠나파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의 깊은 골을 드러내기도 한다. 2020년 한 이스라엘 블로거가 치즈 대신 간 쇠고기를 넣어 쿠나파를 만들자, 팔레스타인 누리꾼들이 몰려가 정통 방식의 쿠나파가 아니라며 '댓글 폭탄'을 쏟아냈다. 쿠나파의 진짜 기원을 둘러싼 문제도 두 나라 사이에서 자존심 싸움으로 비화한다. 팔레스타인은 쿠나파 나블루스를 최초의 쿠나파로 보고 있지만, 이스라엘 일각에선 '예루살렘식 쿠나파'가 더 앞섰다는 목소리가 있다.
안타깝게도 오늘날 나블루스에선 쿠나파가 제조되지 않는다. 2023년 10월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선제공격한 이후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영토에 대한 대대적인 보복 군사 작전에 착수했다. 전쟁이 서안지구까지 확대되면서, 나블루스도 교전에 휘말렸다. '미들 이스트 모니터' 등 현지매체들은 이스라엘군이 지난 2월 이후 나블루스의 난민 캠프 일부 구조물에 대한 철거를 진행 중이라며 주장하고 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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