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킬로이의 그랜드슬램, 올해가 그해일까… 마지막 퍼즐 남기고 11번째 마스터스 도전 “잡음 차단중”

로리 매킬로이가 9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GC에서 제89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개막을 앞두고 16번홀 벙커에서 연습하고 있다. 오거스타｜로이터 연합뉴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2011년 마스터스 토너먼트 최종라운드를 4타차 선두로 출발했으나 후반에 믿을 수 없는 난조에 빠진 끝에 공동 15위로 마쳤다.

10번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했고, 11번홀에서는 4퍼트 끝에 더블보기를 기록하며 추락했다. 당연히 우승할 것이라고 믿었던 그해에 대몰락의 쓴 맛을 본 이후 마스터스는 그에게 언제나 애증의 대회였다.

올해 17번째 마스터스 출전에 나서는 매킬로이가 한 번도 입어보지 못한 그린 재킷에 도전한다. 2011년 US오픈과 2012, 2014년 PGA 챔피언십, 2014 디 오픈 챔피언십을 제패한 그가 마스터스 우승 단추를 꿴다면 진 사라센, 벤 호건(이상 미국), 게리 플레이어(남아공), 잭 니클라우스, 타이거 우즈(이상 미국)에 이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6번째 선수가 된다. 우즈가 마지막으로 그랜드슬램 주인공이 된 2000년 이후 25년 만이다.

매킬로이는 2014년 PGA 챔피언십 이후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적이 없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해 US오픈에서 최종일 마지막 4홀을 남기고 1타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보기-보기-파-보기를 기록한 끝에 브라이슨 디섐보(미국)에게 역전패 했다.

매킬로이가 3개 메이저 대회를 모두 우승한 후인 2015년부터 매년 마스터스에서는 그의 그랜드 슬램 달성 여부가 늘 화제가 됐다. 지난해까지 최근 10년간 마스터스에서 매킬로이는 6차례 톱10에 올랐지만 정상을 밟지는 못했다. 2022년에는 공동 2위로 정상에 가장 가깝게 접근했으나 첫 마스터스 챔피언이 된 스코티 셰플러(미국)와는 3타차로 멀었다.

매킬로이는 9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GC에서 열린 대회 전 공식 인터뷰에서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에 관한 질문을 받고 “그건 잡음(noise)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런 잡음을 최대한 차단하려고 노력중이다. 이 대회를 한 해 동안 치르는 다른 대회들과 똑같이 대해야 한다.”

그가 표현한 잡음이란 팬과 주변의 기대, 언론의 관심으로 인한 압박감, 그리고 자신에게 쏟아지는 모든 시선과 이야기 등을 종합한 것이다. 매킬로이는 “그런 서사와 잡음을 이해하지만, 고개를 숙이고 내 일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AP통신은 앞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선수들 가운데 플레이어, 니클라우스, 우즈는 마지막 퍼즐을 맞추는데 3년 이상 걸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메이저 대회 8승을 거둔 톰 왓슨(미국)은 마지막 퍼즐인 PGA 챔피언십을 남기고 24번이나 도전했지만 결국 그랜드슬램을 완성하지 못했다.

또한 올해 17번째 도전인 매킬로이보다 더 많은 도전에서 첫 그린 재킷을 입은 선수는 19번째 도전에서 우승한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뿐이라고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매킬로이에게 유리할 것은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매킬로이는 올해도 여전히 강력한 우승후보다. AT&T 페블비치 프로암과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을 제패해 가장 먼저 시즌 2승을 달성했고 통산 29승을 쌓았으며 섬세한 그린 공략이 필요한 오거스타 내셔널GC에 맞설 가장 유용한 통계인 어프로치 이득타수(SG)에서도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다. 최근 불거졌던 팔꿈치 통증도 문제가 없다고 했다.

어쩌면 올해가 바로 그 해가 될까. 매킬로이는 또 한 번 큰 기대와 압박감 속에 마스터스 첫 우승에 도전한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