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용기·숟가락 씻어 쓰는 우리 엄마…계속 써도 괜찮을까?

권나연 기자 2025. 4. 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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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의 삼각형 모양 마크 확인해야
숫자·제품 소재로 재사용 여부 판단
‘2 HDPE’·‘5 PP’라면 재사용도 안전
코팅 벗겨졌거나 변색됐으면 버려야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이미지투데이

“품질도 너무 좋고 놔두면 다 쓸 데가 있어. 옛날엔 이런 거 없어서 못 썼지.”

서울 금천구에 사는 직장인 주모씨(37)가 주방 곳곳에 일회용품을 보관 중인 어머니에게 자주 듣는 말이다. 주씨의 어머니는 생수병을 비롯해 플라스틱 배달 용기, 일회용 숟가락·포크, 심지어 만두나 김밥을 포장할 때 쓰는 스티로폼 도시락 용기까지 깨끗하게 씻어 차곡차곡 쌓아둔다.

어머니도 나름의 이유와 계획이 있다. 일회용 숟가락은 꿀이나 청을 뜨는 용도로 쓰면 되고 국물류를 포장했던 플라스틱 용기는 멸치·다시마 육수를 담기에 적당하다고 주장한다. 또 생수병은 다들 쌀이나 참기름·들기름 등을 담는 데 사용한다고 항변한다.

주씨는 너무 오랫동안 사용되고 있는 일회용품이 알뜰한 어머니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일회용품도 손상만 없다면 여러 번 사용해도 괜찮은 걸까.

많은 사람이 흔히 배달 등에 사용하는 플라스틱 제품은 단 한 번만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제품에 따라 몇 번 더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있다. 이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플라스틱 제품 밑면이나 옆에 새겨진 삼각형 모양의 ‘마크’를 살펴봐야 한다. 마크에는 영어나 숫자로 플라스틱 소재가 작게 적혀 있는데, 소재에 따라 재사용이 가능한 제품이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플라스틱 제품에는 숫자 1~7이나, 각 숫자가 의미하는 소재인 ▲1 ‘PET’ ▲2 ‘HDPE’ ▲3 ‘PVC’ ▲4 ‘LDPE’ ▲5 ‘PP’ ▲6 ‘PS’ ▲7 ‘OTHER’ 등이 적혀있다. 숫자와 소재가 병기된 제품도 있다.

플라스틱 제품의 소재를 구분하는 마크. 환경부

1번 PET는 음료수나 생수병, 과일 포장, 테이크아웃 음료 컵, 도시락 용기 등에 사용된다. 일회 사용 목적으로 만들어진 해당 용기는 여러 번 사용하면 안 된다. 재사용하면 박테리아가 번식할 우려가 있어서다. 특히 고온에서 변형이 일어나 환경호르몬이 방출될 수 있어 뜨거운 물을 담거나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것은 금물이다. 뜨거운 물을 부으면 모양이 우그러지는 생수병에 들기름·참기름을 담아뒀다면 지금 당장 다른 용기로 교체하는 것이 좋다.

숫자 1과 PET가 병기된 테이크아웃 음료 컵.

2번 HDPE는 고밀도 폴리에틸렌으로 100℃ 열까지 견딜 수 있다. 아이들 젖병이나 장난감, 세제류 용기에 주로 사용된다. 여러 번 재사용할 수 있고 전자레인지 사용도 가능하다.

3번 PVC는 폴리염화비닐로 열에 약하다. 랩이나 비닐, 일회용 그릇을 만들 때 주로 사용한다. 열에 매우 약하기 때문에 전자레인지 사용이 금지되며 여러 번 사용하면 안 된다. 저밀도 폴리에틸렌을 의미하는 4번 LDPE도 비닐봉지나 비닐장갑 등을 만드는 소재로 일회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5번 PP는 폴리프로필렌으로 가볍고 열에도 잘 견디는 소재다. 우리가 실생활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반찬 용기가 폴리프로필렌으로 만들어진다. 음식 보관에 적합하며 재사용도 가능하다. 배달 용기도 PP 소재로 만든 제품이 많다. 죽·찜·국처럼 뜨겁거나 몇 차례 더 데워먹을 가능성이 높은 음식을 담을 때 사용한다.

‘PP’가 적힌 플라스틱 배달용기.

6번 PS는 폴리스틸렌으로 가볍고 매우 저렴해 일회용 숟가락이나 포크, 컵라면 용기 등에 사용한다. 쉽게 금이 가거나 부러질 수 있는데 이때 미세플라스틱이 나올 수 있다. 또 열을 가하면 발암물질이 나와 고온에서 사용하면 안 된다. PS 재질의 컵라면 용기를 전자레인지에 넣고 가열하지 말라는 것도 환경호르몬이 나올 가능성이 있어서다. 7번 OHTER은 복합적인 페트 소재로 가급적 일회만 사용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2번 HDPE, 5번 PP로 만든 제품은 재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제품들도 변색이 심하거나 세척을 해도 냄새가 난다면 버려야 한다. 간혹 일회용 숟가락을 요리용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PP재질로 된 숟가락이라도 높은 온도에서 여러 번 재사용하면 코팅제가 벗겨져 미세플라스틱 등 유해 물질이 나올 수 있다.

일회용 플라스틱 숟가락뿐만 아니라 용기도 재사용한다면 높은 열을 가하지 않아야 한다. 플라스틱은 온도가 높을수록 환경호르몬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서다. 기름기가 많은 음식도 플라스틱과 반응할 수 있어 일회용 용기에 오래 담아두지 말아야 한다. 또 흠집이 많은 일회용 플라스틱도 가급적 버리고, 버리기가 아깝다면 음식을 담는 용도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제품에 변형이 없더라도 너무 여러 번 재사용하면 코팅이 벗겨져 미세플라스틱이 나올수 있으므로 아깝더라도 주기적으로 버리는 게 좋다.

만약 흔하게 볼 수 있는 1번 ‘PET’ 소재 플라스틱을 재사용하고 싶다면 3가지 원칙을 지키는 것이 좋다. 해당 원칙은 ▲열을 가하거나 뜨거운 것을 담지 말 것 ▲음식을 담는 용도로 사용하지 말 것 ▲표면을 감싸고 있는 매끈한 코팅이 벗겨졌다면 버릴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등을 재사용하고 싶다면 우선 세균이 번식하지 않도록 깨끗이 씻은 후 물기를 잘 말려야 한다”며 “열로 인해 변형된 플라스틱은 재질에 따라 유해 물질이 나올 수 있어 표면이 손상된 제품은 즉시 폐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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