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팰릿출하’ 잇단 잡음

서효상 기자 2025. 5. 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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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시장, 일부지역 한시적 유예
지자체 협력이유…형평성 어긋나
팰릿출하 어려운 중소농가들
지방도매시장 등으로 내몰려
“시장별 유통환경 고려했어야”
2024년 7월 서울 가락시장에 출하된 수박. 전량 옥타곤 상자에 담긴 채 팰릿으로 출하됐다.

수박 팰릿출하를 두고 수도권 도매시장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장별 유통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서울 가락시장을 좇아 물류 표준화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지역만 팰릿출하 유예…형평성 어긋나”=구리시장은 2022년 수박 팰릿출하를 전면 도입했으나 여전히 삐걱대고 있다. 강원 양구 등 일부 지역에서 구리시장으로 수박을 낼 때 이른바 ‘바라출하(산물출하)’를 고수하면서다.

이런 모습 뒤에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요청이 자리한다. 양구군은 2023년 구리시에 양구산 수박에 대해선 팰릿출하 적용을 유예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팰릿출하를 위해선 수박 선별장을 건립해야 하는데 3년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구리시는 양구군과 협약을 맺고 구리시장으로 출하하는 양구산 수박에 대해선 바라출하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그 기한이 올해말이다.

하지만 이는 다른 지역에서 형평성 논란을 제기하는 근거가 됐다. 경기 양평 청운농협 관계자는 “우리 지역에선 구리시장이 팰릿출하를 전면화한다고 공지하면서 지자체와 협력해 비용을 들여가며 선별장을 지었는데, 협약 체결을 이유로 어떤 곳만 산물출하를 양해해주는 건 시장 스스로 형평성을 무너뜨리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올해말로 팰릿출하 허용 기간이 끝나는 양구지역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전승원 양구군농협 상무는 “기존 선별장이 규모가 작아 성출하기 출하량의 50%밖에 소화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당초 2025년을 목표로 신규 선별장 건립을 추진했으나 부지 선정 등 진행이 늦어져 유예기간 연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구군농협에 따르면 이 지역은 7월초∼8월초 성출하기 땐 오전 2시부터 오후 9시까지 선별장을 돌린다. 그래도 연간 수박 출하량인 5520t을 다 소화하지 못해 전량 팰릿출하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방도매시장으로 내몰리는 중소 수박농가=수박 팰릿출하로 도매시장의 물류 표준화에는 기여했을지 몰라도 정작 중소농들은 점점 지방도매시장으로 밀려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팰릿출하할 여건이 되지 않아 바라출하를 받아주는 시장으로 출하처를 옮기고 있어서다.

인천 강화군 불은면에서 6611.6㎡(2000평) 규모로 수박을 재배하는 신재성씨(52)는 본래 구리시장으로 수박을 출하했다. 그러다 구리시장이 전면 팰릿출하를 시행하면서 강서시장으로 출하처를 이동했다. 신씨는 “강서시장에서도 4월부터 (바라출하 물량을) 안 받으니 막막하다”며 “우리 지역에서는 수박 재배 자체를 꺼리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에서 1만6529㎡(5000평) 규모로 수박농사를 짓는 권용일씨(31)도 대체 출하처를 찾고 있다. 권씨는 “강서시장으로 출하하려면 외부 선별장을 통해야 하는데 1t차 한대 기준으로 선별비가 1회당 30만원대”라면서 “바라출하 때 17만원선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높다”고 토로했다.

가락시장 따라하는 ‘가락바라기 팰릿 정책’이 문제 키워=팰릿출하는 많은 농산물에서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유독 수박에서만 잡음이 많은 건 팰릿출하 정착에 성공한 가락시장만 좇아 시장별 유통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정책을 추진한 데 따른 결과라는 지적이 힘을 얻는다.

2016년 가락시장이 수박 팰릿출하를 도입한 건 경매장 면적 부족이 원인이었다. 바라출하로 들어오는 수박을 차에서 내리고 선별하는 과정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 다른 과일 경매까지 연쇄적으로 늦어지는 불편이 컸다. 도매시장법인들이 앞장서 충북 음성 등에 수박 전문 선별장을 마련했고 공사와 협력해 지게차와 옥타곤 상자 지원 등 팰릿출하 기반도 꾸준히 다졌다.

그러나 강서시장·구리시장은 경매장 면적이 부족하지 않다는 게 시장 안팎 유통인들의 지배적 평가다. 배진수 농협구리공판장 과일중도매인조합장은 “오전 11시∼오후 4시까지 경매장이 텅 비는 낮시간을 활용하면 바라출하되는 수박을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며 “팰릿출하를 위한 부담을 산지에 모두 떠넘기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꼬집었다.

임성찬 한국시장도매인연합회장도 “강서시장에서도 낮시간을 이용하면 바라출하 물량을 시장 안에서 충분히 선별할 수 있는데도 받지 못하게 됐다”며 “올해 시장 내 시장도매인의 수박 반입량은 급감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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