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면 몸·마음 건강해지고 삶이 달라집니다 ”
과로로 응급실 드나들던 전직 방송PD
지인 권유로 체력회복 위해 달리기 시작
7개월만에 풀코스 완주…자신감 커져
러닝의 즐거움에 집중한 유튜브 개설
고도비만 독자와 달리는 콘텐츠 선보여
러닝이 주는 긍정적인 변화 알리고파


숨이 턱끝까지 차오른다. 심장은 터질 것 같다. 그러다 이내 몰려드는 성취감. 요즘 많은 이들이 달리기에 빠져 있는 이유다. 달리기를 시작하려는 사람이라면 유튜브에서 이재진씨(49)가 운영하는 ‘마라닉TV’를 한번쯤 봤을 것이다. 러닝이 주는 긍정적인 변화를 몸소 겪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까지 전파하는 이씨를 만났다.
약속 장소는 이씨의 사무실 근처 공원. 사진 촬영을 위해 러닝 복장을 해달라는 부탁에 그는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블루투스 이어폰을 낀 채 반바지 차림으로 나타났다. 어디서든 힘차게 달릴 수 있을 것 같은 영락없는 러너였다. 뛰는 모습을 여러차례 부탁했음에도 그는 지친 기색 없이 달리고 또 달렸다. 허리는 꼿꼿이, 발놀림은 가볍게, 입가에는 미소를 띤 채.
이씨는 전문적인 운동선수도, 어렸을 때부터 달리기를 해오던 사람도 아니다. 그가 러닝을 시작한 건 30대 후반이던 2013년. CJ ENM 방송 PD로 일하며 과로로 인한 위경련 때문에 여러번 응급실에 실려 갈 때였다. 지인이 건강 관리법으로 달리기를 권했지만 그는 오랜 시간 망설였다. ‘가뜩이나 체력이 떨어졌는데 달리기를 할 수 있을까. 학교에서 달리기를 하면 힘들기만 했는데.’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는 마침내 달리기 시작했다.
“지금도 처음 달리던 날을 잊을 수 없어요. 전속력으로 달리니 10분도 못 가 숨이 차고 헛구역질까지 나더라고요. 그런데 내 힘으로 무언갈 해냈다는 성취감이 드는 거예요. 다음날 첫날 속도의 60%로 달리니 30분을 뛸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꾸준히 달리기를 해나갔다. 불룩 나온 배가 들어가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지고, 주위 사람들에게서 안색이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수없이 들었다. 매일매일 달릴 수 있는 거리가 늘어나는 게 눈에 보이니 달리기가 재미있어졌다. 달리기를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하프 마라톤(21.0975㎞)을 뛰었고, 이후 4개월 뒤에는 풀코스(42.195㎞)를 완주하기에 이른다.
이씨는 달리기를 한 뒤 그의 삶에서 가장 많이 달라진 부분으로 ‘체력’과 ‘자신감’을 꼽는다.
“‘마라톤 완주도 해냈는데 다른 건 못하겠어?’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됐죠. 퇴사를 결심하고 유튜브에서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콘텐츠를 제작해보기로 했어요. 실패하더라도 이 체력이면 택배 일도 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었죠.”
이씨는 2016년 회사를 나와 영상 제작사를 차렸다. 하지만 초반 다짐과 달리 수입이 보장된 방송국 외주 제작 업무를 주로 하게 됐다. 이렇게 해선 퇴사한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 무렵 내 콘텐츠를 선보일 때가 됐다는 확신이 들었다. 자신의 삶을 바꾼 러닝이 다른 사람의 삶도 바꿀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2019년 유튜브 채널 마라닉TV를 열었다.

‘마라닉’엔 ‘마라톤을 피크닉처럼’이라는 뜻이 담겼다. 다른 러닝 전문 유튜버들이 달리기 기술을 다룬다면 마라닉TV는 달리기의 즐거움과 달리기가 주는 변화를 중점적으로 소개한다.
“매일 댓글과 이메일을 확인해요. 러닝 덕분에 삶이 바뀌었다는 구독자들의 이야기를 읽으면 무척이나 뿌듯하죠. 갱년기 때문에 무기력증을 앓고 체중도 많이 증가한 50대 여성이 있었어요. 제 유튜브를 보고 달리기를 따라 했는데 10㎏이 빠지고 관절 통증이 사라졌대요. 지난해 10월부턴 고도비만인 구독자 5명과 달리는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어요. 그들의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과정이 다른 구독자들에게도 용기를 주고 있습니다.”
이씨에겐 두가지 목표가 있다. 첫째는 풀코스 마라톤을 3시간 이내에 주파하는 것. 두번째는 지금처럼 러닝의 매력을 널리 알리는 것이다.
“구독자 100만명이 목표인 적도 있었어요. 마음이 조급해지고 숫자를 계속 확인하게 되더라고요. 요즘에는 100만 구독자가 아니어도 지금 하는 일이 충분히 의미 있고 즐겁다고 생각 중이에요. 유튜브는 물론, 책과 강연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달리기로 삶이 달라지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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