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 사교육비' 조사 뜯어보니... 놀라운 결과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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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6세 미만 미취학 아동의 1인당 사교육비가 월평균 30만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영어유치원'(영어학원 유치부)으로 불리는 유아 영어학원의 월평균 비용은 154만5천원이었다. 소득 규모별 사교육비 격차는 7배에 육박했다. 교육부는 13일 이런 내용의 '2024 유아 사교육비 시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 주도로 유아 사교육비 현황을 조사해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사진은 이날 서울 강남구 한 영어유치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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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에는 영유아 사교육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인 통계가 없다. 통계 작성을 위한 시도는 있었다. 2017년과 2024년 각각 사전조사 성격의 '유아 사교육비 시험조사'를 진행했다. 반면 본조사는 미뤄지고 있다. 정부는 국가 승인 통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시험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최근 국회와 시민단체 등의 요구와 사회적 관심이 거세지자, 지난 13일 시험조사의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남점순 교육부 영유아정책총괄 과장은 "저희가 그동안 한번도 이걸 밖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시험조사이고, 국가 승인 통계가 아닌 한 밖으로 표현할 이유가 없었다"며 "그런데 국회의원 등 너무나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게 됐다.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일부내용을)발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서 발표된 시험조사의 일부 내용들은 예상했던 대로 영유아 사교육의 과열을 확인해 줬다. 시험조사는 지난해 7~9월 3개월 간 6세 미만 자녀를 둔 부모 1만3241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사교육비 지출 총액은 약 8154억 원으로, 연간으로 환산하면 3조2000억 원에 이른다.
유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전체유아 기준 15만8000원, 참여 유아만 따로 보면 33만2000원이다. '가정양육' 영유아는 85만6000원으로 집계됐다. 통계 상 가정양육으로 분류된 영어유치원은 154만5000원, 놀이학원은 116만7000원으로 조사됐다.
시험조사의 조사대상은 구체적으로 명시 되지 않았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전은옥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공개된 시험조사에서 조사지역은 제시되지 않았다. 이에 전 선임연구원은 2024년 9월 통계청 채용정보에서 '2024 유아사교육비 도급조사원' 자료를 확인했고, 시험조사의 대상 지역에서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노원구, 양천구 등과 같은 사교육 과열 지역이 제외됐다고 말했다.
전 선임연구원의 발제 후 토론회 좌장을 맡은 임미령 수도권생태유아공동체생활협동조합 이사장은 핵심지역 5곳이 빠진 사실을 지적하며 "(교육부가) 전체 (영유아)사교육비를 낮추고 싶었던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를 대표해 토론회에 참석한 남점순 과장은 "5개 핵심지역 빠졌다고 했는데 그 부분은 왜 뺐는지 저도 잘 모르겠다"며 "통계청이랑 같이 한 것인데 어디가 들어갔고 안 들어간 것을 우리가 다 볼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남 과장은 "올해는 자료 조사 된 것을 갖고 심층 연구를 할 것"이라며 "(빠졌다고 지적 받은) 5개 지역은 반드시 넣겠다"고 강조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은 우리나라 사교육 1번지이자, 영유아 사교육 문제를 국내외 관심사로 키운 진원지라는 점은 일반적인 상식이다. 조사 지역에 대한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2호선 삼성역과 3호선 학여울역 사이에는 영유아를 대상으로 운영 중인 영어유치원 간판을 쉽게 볼 수 있다.이날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정수경 양재2동 어린이집 원장은 '영유아 부모들이 자녀를 어린집 대신 사교육 학원에 보내면서 강남 지역 어린이집들은 사활이 걸린 치열한 원아모집 경쟁에 내몰렸다'고 증언했다.
정 원장은 "원아 확보를 위한 기관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부 기관에서는 특별활동의 종류와 개수를 늘려 부모의 기대를 충족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임미령 이사장은 "정 원장께서 현장 이야기를 해주셨다"며 "서초, 강남의 영유(영어 유치원)가 급속히 확대되면서 정상적 교육 불가능한 상황이고, 어린이집들이 급격히 폐원을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이예진 부산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유아교육기관 내부에서 이뤄지는 특별활동이나 방과후 프로그램은 형식적으로는 공교육의 일부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사교육의 성격을 지닌 활동들이 많다"고 짚었다.
이 연구위원은 "장소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이고 활동명이 감성놀이, 창의 체험, 언어 자극과 같은 개념으로 제시되기 때문에 보호자 입장에서는 이를 사교육으로 인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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