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선택'이 백악관 외교참사로 …젤렌스키 "후회 안 해"
이후 정상회담 분위기 급속 냉각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설전을 벌인 사건에 대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뒤늦게 입을 열었다.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은 권투 챔피언 벨트를 선물하려던 계획을 바꿔 우크라이나 전쟁 포로들의 사진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건넸는데, 이후 회담 분위기가 급속히 냉각됐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때 행동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공개된 타임지 인터뷰에서 당시 행동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내 가치관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었다"며 "하지만 대화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려고 우크라이나 권투 선수 올렉산드르 우식이 보유한 챔피언 벨트를 선물로 준비했다. 그러나 막판에 계획을 바꿔 우크라이나 전쟁 포로들의 사진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건넸다. 사진 속 포로들은 참혹할 정도로 쇠약한 모습이었으며 일부는 고문 흔적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을 받아든 트럼프 대통령 표정은 굳어졌다. 타임지에 따르면 백악관 관계자들은 이때부터 분위기가 급속히 냉각됐다고 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더 적극적으로 도왔다면 사진 속 군인들이 그 같은 고통을 받지 않았으리라는 듯한 메시지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됐다는 것. 타임지는 "챔피언 벨트를 선물했더라면 분위기가 밝아졌을지도 모른다"고 짚었다.
이 대목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챔피언 벨트 대신 포로 사진을 건넨 행동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간 대 인간으로서 가족, 사랑하는 사람이 겪는 고통을 트럼프 대통령과 공유하고 싶었다는 것.
그러나 백악관 회담은 외신들이 '외교 참사'라고 보도할 정도의 실패로 끝났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백악관과 광물 협정을 체결하는 대가로 미국의 안전보장 확약을 요구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3차 대전을 걸고 도박을 한다"며 질타한 뒤 우크라이나 대표단을 전부 내보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선물로 준비한 챔피언 벨트를 챙기지도 못한 채 백악관을 나왔다. 벨트는 현재 백악관에 보관돼 있다고 한다. 타임지는 "실패한 외교의 기념품이 됐다"고 평했다.
인터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상당히 신뢰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려를 표했다.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 러시아 쿠르스크에서 자국 군대가 우크라이나 군을 완전히 포위했다고 주장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그대로 믿는 듯했다는 것. 젤렌스키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 주장은 거짓이라고 반박해도 통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 최근 들어 백악관 관계자들이 러시아가 제공한 정보가 자체적으로 파악한 정보와 어긋나는 상황에서 러시아 정보를 사실로 택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정보를 통해 백악관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며 "우크라이나가 종전을 원하지 않으니 강제로 종전시켜야 한다는 정보를 미국에 보내고 있다"고 했다.
현재 미국, 러시아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우크라이나 종전을 목표로 회담을 진행 중이다. 25일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회담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하나,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측 요구를 들어줄지는 미지수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협상 자체가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러시아 점령지 반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러시아의 재침공에 대비한 미국의 안전보장 등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핵심 협상 주제들은 아예 논의되지 않거나, 우크라이나 입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특히 러시아는 종전 후 우크라이나 군대를 대규모 감축하고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이유로 미뤄뒀던 대선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안보 전문가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밀어내고 친러시아 정권을 세우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본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간섭한 일이 아니라는 입장.
키이우 인디펜던트 등 우크라이나 매체들은 "푸틴 대통령은 단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 때문에 협상장에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협상은 러시아의 시간끌기 전략에 불과하다고 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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