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약’ 일찍 먹을수록 알츠하이머병 위험 낮아진다? 뭐길래
알츠하이머병 조기 발병 위험이 높은 사람들에게 뇌에 축적되는 아밀로이드 단백질를 제거해주는 항아밀로이드제를 일찍부터 처방하면 조기 발병 위험이 줄어든다는 추가적인 임상시험 연구결과가 나왔다. 《랜싯 신경학(Lancet Neurology)》에 발표된 미국 세인트루이스워싱턴대(WUSTL) 연구진 주도 논문을 토대로 의학전문매체 메디컬 익스프레스가 19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WUSTL 의대의 랜달 베이트먼 석좌교수(신경학)가 이끄는 국제연구진은 뇌에서 아밀로이드의 과잉 생산을 유발하는 희귀 유전적 돌연변이를 가진 73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이들은 임상시험 참여 당시 인지기능에 문제가 없거나 경미한 수준이었지만 모두 30대~50대에 알츠하이머병 발병이 확실시되는 사람들이었다.
연구 시작 당시 인지 문제가 없었고 가장 긴 기간인 평균 8년 동안 약물을 투여 받은 22명의 하위 그룹은 증상 발생 위험을 본질적으로 100%에서 약 50%로 낮아졌다. 이번 연구 결과는 치매로 가는 첫 단계가 뇌에 아밀로이드 응괴가 생기는 것에서 시작하며 그 응괴를 제거하거나 형성을 차단하면 증상 발생을 막을 수 있다는 '알츠하이머병 아밀로이드 가설'을 뒷받침한다.
연구진은 2012년부터 알츠하이머병 예방치료제로서 항아밀로이드 약물을 평가하기 위해 '유전적 요소가 우성인 알츠하이머병 네트워크(DIAN)'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임상시험에 참여한 모든 참가자는 인지 저하가 전혀 없었거나 매우 경미했으며, 가족력을 기준으로 알츠하이머 발병이 10년~15년 뒤로 예상됐다.
2020년 원래의 임상시험이 종료됐고 연구진은 스위스 제약사 로슈와 그 미국 계열사인 제넨텍이 제조학 약물 중 간테네루맙(gantenerumab)이 뇌의 아밀로이드 수치를 낮추고 알츠하이머병 관련 단백질의 일부 수치를 개선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연구진은 무증상 그룹에서는 인지 기능 개선의 증거를 찾지 못했다. 약물복용군과 위약복용군 모두 인지 기능 저하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그를 해결하기 위해 임상시험 연장을 결정했다. 그러나 원래 3년으로 계획되었던 추가 임상시험은 평균 2.6년으로 짧아졌다. 로슈/제넨텍이 3차 임상시험 결과가 기대에 못 미쳐 2022년 11월에 간테네루맙 개발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추가 임상시험의 데이터 분석결과, 증상이 나타나기 수년 전에 뇌 아밀로이드 응괴를 제거하면 증상 발생과 치매 진행이 지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무증상 상태에서 치료를 시작해 가장 오래 치료받은 하위 그룹에서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였다.
원래의 임상시험 기간 동안 다른 약물이나 위약을 복용한 적이 있어 2~3년의 연장 기간 동안 간테네루맙만 투여 받은 참가자 그룹에서는 아직 인지 기능에 대한 관찰 가능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가장 오래 치료받은 그룹은 평균 8년 동안 간테네루맙을 투약 받았다. 이는 예방을 위해 발병 수년 전부터 치료가 필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8년 치료 그룹에서는 치료 효과가 강력해 증상 발생 위험이 절반으로 줄었다. 50% 효과 크기는 증상이 나타난 사람의 수뿐 아니라 각 참가자의 예상 발병 예측 시점까지 감안한 추정치다. 따라서 향후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효과 크기는 더욱 커진다. 반대로 현재 건강한 일부 사람들은 장래에 증상이 나타나 효과 크기가 줄어들 수 있다.
간테네루맙을 포함한 항아밀로이드 약물은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RIA)'로 알려진 부작용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뇌 영상 촬영에서 국소적 부종이나 혈액 반점이 나타나는 것이다. 연장 임상시험에서 대부분의 ARIA는 자각 증상 없이 저절로 해결됐지만 소수는 심각한 증세를 보였다.
실제 연장 임상시험에서 ARIA 발생률은 원래의 임상시험보다 3분의 1 더 높았다(30% 대 19%). 연구진은 연장 임상시험에서 더 높은 용량을 사용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두 명의 참가자는 약물 복용을 중단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ARIA가 발생했지만, 이후 회복됐다.
이들 임상시험은 유전적 요소로 조기 발병 위험이 높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지만 그 연구결과는 일반 알츠하이머병 예방 및 치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연구진은 보고 있다. 조기 발병과 후기 발병에 상관없이 알츠하이머병은 기억력과 사고력 문제가 발생하기 20년 전부터 아밀로이드가 뇌에 서서히 축적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또 조기 발병 알츠하이머병 돌연변이군의 모든 임상시험 결과는 후기 발병 알츠하이머병 임상시험에서도 그대로 재현됐다.
간테네루맙은 개발을 멈췄지만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의 레카네맙(상품명 레켐비)과 미국 일라이 릴리의 도나네맙(상품명 키순라)도 있다. 두 약물은 알츠하이머병 예방약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DIAN 연구진은 알츠하이머병 우성 돌연변이를 가진 가족 구성원을 대상으로 2가지 임상시험도 추가로 진행 중이다. 하나는 레카네맙(상품명 레켐비)의 알츠하이머병 예방효과에 대한 임상시험으로 현재 데이터 분석 단계다. 다른 하나는 일라이 릴리에서 만든 연구용 항아밀로이드제 렘테르네툭(remternetug)을 18세 참가자들에게 복용하게 하고 최대 25년 전부터 복용했을 때 예방효과를 확인하는 임상시험이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thelancet.com/journals/laneur/article/PIIS1474-4422(25)00024-9/abstract)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hanguru@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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