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맞고 그 돈 잘 지킬 수 있겠습니까?

김진웅 2025. 3. 23.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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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아즈미 마사토의 <부자의 그릇> 이 말하는 '돈의 그릇'

[김진웅 기자]

책 <부자의 그릇>은 소설 형식의 스토리텔링으로 구성돼 부의 본질과 통찰을 갖게 한다. 회사 생활 하느라고 어려운 용어로 구성된 재테크 책 읽기가 귀찮은 사람, 새롭게 재테크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사람, 투자와 돈의 본질에 대해서 공부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술술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자영업을 하다가 망한 주인공에게 남아 있는 돈은 밀크티 한 잔조차 살 수 없는 형편. 자판기 앞에서 서성거리던 그때 한 노인이 나타나 20%의 금리로 100원을 빌려준다(100원 빌려주고, 120원 받는다). 주인공은 넙죽 받는데, 그때부터 노인은 돈에 대한 철학을 설파한다. 돈이란, 자신의 그릇에 맞게 들어온다고... 20%는 고금리인데, 당신이 왜 사업을 하다 망한지 알겠다는 등.

돈은 무엇인가? 우리를 행복하게도 하고, 불행하게도 하지 않는가? 없으면 불편하고, 너무 있어도 불행해질 수 있는 것이 돈이다. 양면성을 지녔다는 의미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듯 자본주의 맛을 본 사람이라면, 너 나 할 것 없이 돈을 추구하고, 가능하면 돈을 많이 소유하길 바란다. 이처럼 돈은 사람으로 하여금 갈증을 일으킨다.

돈의 그릇
ⓒ dylan_nolte on Unsplash
우리는 흔히 로또에 당첨된 사람의 후일을 쉽게 접한다. 실제 통계적으로도 우리가 바라고 원했던 고액이 주머니에 들어온다면 파산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 왜 그럴까? 많은 돈을 통제할 능력이 우리에게 없기 때문이다. 훈련이 부족하고, 돈의 가치나 돈의 쓰임새, 본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남은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당장 로또를 맞아서 최소 10억 원에서 30억 원이 생겨도 그 돈을 관리할 수 있다고 우리는 자신한다. 그렇지 않은가?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영험한 기운을 풍기는 노인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사람에게는 각기 자신이 다룰 수 있는 돈의 크기가 있다"라고 말이다.

사람에게는 각자 자신이 다룰 수 있는 돈의 크기가 있거든. 이 말은 먼저 자신의 그릇을 키워야 그에 맞는 큰돈이 들어온다는 뜻이다. 그릇이 작으면 어쩌다 우연히 큰돈이 들어온다고 해도, 결국 모조리 나가버리고 만다. -책 220 쪽.

돈을 쫓기는 하지만 돈을 어떻게 관리하고, 소비해야 하는지 우리는 제대로 알고 있는가?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돈을 추구하는 만큼 관련된 지식도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돈을 많이 갖고 싶어 하지만 그만한 열정으로 돈의 본질, 기능, 쓰임새에 대해서는 알려고 하지 않는다.

마치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8세 아이에게 100만 원을 준다면, 아니 10만 원을 준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편의점이나 무인 간식점에 가서 두서없이 돈을 쓰다 못해 중요한 줄 모르고 길에 버릴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다.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 거액이 생긴다 하더라도 곧 사라지고 말 것이라는 의미다.

이 책을 저술한 저자 이즈미 마사토는 돈의 가치와 중요성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고자 일생을 헌신한 일본에서 돈을 가장 잘 관리하는 전문가로 알려졌다.

이 책은 저자 본인의 사업 실패 경험을 토대로 구성된 소설로서 대중에게 쉽게 접근하고자 했다. 이를 통해 인생에 있어 중요한 돈과 대인관계에 대한 철학, 기법 등을 숙고하게 한다.

무엇보다 경험! 그 자체가 소중하다고 전달한다. 1억 원을 갖고 사업을 해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1억 원을 투자한 결과인 사업의 성공과 실패 여부를 떠나 1억 원을 어떻게 다룰 줄 아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자.

나도 스물두 살 때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첫 월급이 165만 원이었다. 직장 생활을 10년 이상하다 보니, 이젠 집도 자가로 마련했고, 금융 자산은 많지는 않아도 몇천만 원이다.

내게 만일 당장 1억 원이라는 돈이 생기더라도 그만한 돈을 다뤄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처음 165만 원을 벌던 스물두 살 청년과는 돈의 본질과 돈의 방향성, 쓰임새를 더 많이 알게 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꼭 사업이 아니더라도 열심히 일해서 돈을 저축하다 보면 언젠가는 일정 정도의 자본이 형성된다.

그것 또한 경험이다. 돈을 모으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자본을 형성할 동안의 궤적이 내 머리와 몸, 삶에 그려진다.

마사토는 역설한다. 부자는 돈을 좇지 않고, 돈을 부르는 능력을 기른다고 말이다. 이 능력을 기르다 보면, 신용이라는 것이 쌓인다.
우리의 그릇을 판단하는 건 바로 주변 사람들이다. 즉, 그릇이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는 그 그릇보다 큰 기회가 굴러오지 않는다. 역으로 해석하면, '우리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는 우리에게 오지 않는다'고도 볼 수 있다. -책 222 쪽.
 책 <부자의 그릇> 표지.
ⓒ 다산북스
'돈의 교양'

살다 보면, 큰돈이 필요할 때가 반드시 온다. 은행에서 빌리든지, 부모·형제·지인에게 빌리든지 말이다. 내 집 마련,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학자금과 유학자금, 사업자금 등. 그런데, 나의 그릇은 내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남이 판단해 준다고 마사토는 이야기한다.

100% 공감한다. 나조차도 내 집 마련을 위해 대출을 했다. 학교 다닐 때는 학자금 대출도 조금 했다. 꾸준하게 직장 생활을 하고, 저축을 하고, 빌린 돈을 잘 갚다 보니 나에 대한 남의 평가가 그렇게 박하지 않았다. 나는 신용도가 꽤 좋은 편이었다.

책을 읽기 전에 이런 생각을 깊게 해보지 않았는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이 남길 수 있는 것 중 '신용'이 있지 않을까? 사람이 이름도 남기겠지만 분명, 내 삶의 궤적은 신용으로 평가되고, 신용으로 매듭지어지는 것 아닐까?

사업이 망했다든지, 실직을 했다든지, 원하는 삶을 펼쳐 나가지 못했다든지, 현재 빚이 많더라도 차근차근 신용을 키워나가는 삶을 살아내면서 돈의 그릇도 키우고, 마인드도 긍정적으로 다시 세워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책의 안내에 따라 우리 삶 앞에 놓인 다양한 역경을 딛고 다시 삶을 이어나갈 수 있는 용기를 장착해서 각자의 돈 그릇을 확장시켜 돈과 인생을 건전하게 세워나가자.

'부자의 그릇'의 저자 이즈미 마사토는 일생을 '돈의 교양'을 전파하는 데 바쳐온 일본 최고의 경제금융교육 전문가다. 자신의 실제 사업 실패담을 바탕으로, 돈의 본질과 인간관계에 관한 명쾌한 통찰을 이 책 한 권에 담았다.

그동안 우리는 그저 돈이 많이 생기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만 갖고 있었을지 모른다. 어쩌면, 우리가 돈을 바라는 이유는 돈 때문에 비굴한 인생을 살기 싫어서가 아닐까? 나다운 삶을 누구나 다 추구한다.

아쉽게도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나다운 삶, 시간적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돈이 더 많으면 유리한 게 사실이다. 그래서 정치적 성향과 종교적 사상과 무관하게 사람들은 노동하면서 투자도 하고, 사업에 뛰어들기도 하고, 기본적으로 저축을 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이것 하나는 제대로 알 수 있다. 우리가 추구하려는 삶의 토대 중 하나인 돈 또한 그릇이 갖춰졌을 때, 부를 관리할 수 있는 준비가 됐을 때 비로소 더 빛이 난다는 것을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필자의 SNS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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