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정현’의 부활이 우연이 아닌 이유

유석주 2025. 3. 23.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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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유석주 인터넷기자] ‘작정현’의 상승세는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부활을 위한 개인과 팀, 그리고 감독 김태술의 노력까지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고양 소노 이정현(25,187cm)은 22일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 2024-2025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서울 삼성과의 맞대결에서 23점 4어시스트로 활약했다. 이정현은 지난 20일 대구 한국가스공사전을 포함해 이날까지 두 경기 평균 21점 4어시스트를 기록, 발목 부상에서 복귀한 뒤 최고의 활약상을 이어갔다. 과연 무엇이 이정현의 부활을 이끌었을까. 점프볼은 중계화면을 통해 이정현의 플레이를 자세히 조명하는 시간을 준비했다.

1. 공이 없는 ‘없정현’ : 오프 볼 무브와 3인 액션, 김태술 감독이 바라는 ‘쉬운 농구’

이정현은 핸들러다. 공을 쥐고 있을 때 그 장점이 극대화되고, 흐름을 탈수록 위력이 배가 되는 유형의 자원이다. 그런 이정현이 이날 경기에선 공이 없을 때도 득점력이 번뜩였다. 아래 화면을 보자.

 


이정현이 공을 쥔 채 디제이 번즈와 투맨 게임을 시도하지만, 준수한 수비수인 저스틴 구탕이 뒤로 쳐지지 않고 이정현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발이 느린 코피 코번은 압박에 참여하기보다 핸들러의 돌파 구역을 제한했고, 케빈 켐바오는 코너에서 공간을 넓혔다. 이정현의 돌파와 번즈의 페인트 존 진입에 어려움이 생긴 상황. 소노의 선택은 이정현에게 공을 없애는 것이었다.
 


곧바로 번즈에게 공을 건넨 이정현. 이후 바로 림 쪽으로 쇄도하는 기브 앤 고 (give and go)를 시도했고, 이를 눈치챈 켐바오는 이정현의 쇄도와 동시에 45도로 올라오며 자신의 수비수 최현민이 코너에서 도움 수비를 못 가게 유도한다. 결과는 이정현의 앤드원. 순식간에 전개된 간결하고 깔끔한 패턴이자, 김태술 감독이 원하는 ‘유기적이고 쉬운 농구’다.
 




2. 공을 쥐고 있는 ‘있정현’ : “자신 있게, 하고 싶은 거 해!” 온 볼 플레이어를 위한 동료들의 세팅

지난 20일 한국가스공사전에서도, 그리고 이날 삼성전에서도 김태술 감독은 이정현에게 ‘하고 싶은 거 다 공격적으로 해라. 단 스페이싱만 지켜줘라’라는 말을 전했다고 경기 후 인터뷰에서 언급했다. 공간 안에서의 자율. 이는 공을 쥔 이정현을 깨운 한마디였다. 아래 화면을 보자.


삼성의 파울 후 소노가 인바운드로 공을 잡은 상황. 공을 쥔 정희재는 공격 의사가 없고, 반대편의 이정현과 앨런 윌리엄스를 주시하고 있다. 이때 이정현과 윌리엄스가 같은 타이밍에 기습적으로 컷인을 시도한다.
 


이정현이 공을 잡는 데 성공했지만, 잡은 위치와 뒤의 수비를 고려할 때 바로 득점하긴 애매한 상황이었다. 이에 이정현은 다시 하프코트 오펜스로 전환을 시도했고, 이때 이정현을 위한 동료들의 움직임이 빛났다.

공을 쥔 이정현이 오른쪽 코너로 빠져나와 정희재를 스크리너로 활용했고, 각각 윙과 탑에 있던 최승욱과 이근준은 이정현의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며 공간을 넓혔다. 자연스레 이정현과 글렌 로빈슨 3세 사이엔 넓은 거리가 생겼고, 이를 놓치지 않은 이정현은 스텝 백 3점을 터뜨리며 삼성의 타임아웃을 불러냈다.



볼 핸들러의 단순한 1대1이 아닌, 넓은 공간 활용을 유도한 네 명의 유기적인 움직임이 만들어낸 득점이었다. 만약 동료들이 멈춰서 아이솔레이션을 지켜보기만 했다면, 이정현은 좁은 공간을 파고들거나, 베이스라인 페이드 어웨이로 더 빡빡한 슛을 던져야 했을 것이다. ‘공간과 자신감’을 강조한 김태술 감독의 지시를 코트 안 모두가 그대로 이행한 셈이다.
비슷한 순위의 상대와 치렀던 멸망전. 소노는 ‘있정현’과 ‘없정현’ 모드를 적절히 섞어가며 삼성을 상대로 완승했고, 덕분에 부산 KCC와 리그 공동 8위로 어깨를 나란히 하며 순위 반등의 불씨를 살렸다. 구성원 모두의 치열한 노력과 계산이 빛난 가운데, 과연 되살아난 이정현과 소노는 남은 일정에서 다시 도약할 수 있을까. 다음 시험대는 오는 25일, 안양 정관장을 상대로 펼쳐진다.

 


#사진_박상혁 기자, tvN SPORTS 중계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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