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재개시 타깃 종목은…"대차잔고 급증·고평가 종목 주의"

이민영 2025. 3. 2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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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화학·철강 등 공매도 집중 가능성…과거 공매도 잔고 상위 종목도 유의
공매도 종목도 시장수익률 영향 더 커…결국 핵심은 펀더메털 "실적 중심 투자해야"
공매도 (PG) [박은주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이민영 기자 = 오는 31일 공매도 전면 재개를 앞두고 투자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단기간에 공매도가 몰리는 종목의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 투자자들은 타깃 가능성이 있는 종목을 선별하는 데 집중하는 분위기다.

증권가에서는 대차거래 잔고가 늘어나거나 고평가되고, 과거에 공매도가 많이 이뤄졌던 종목을 중심으로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을 예상해 갖고 있지 않은 주식을 빌려서 팔았다가 주가가 내려가면 싸게 사서 갚아 이익을 내는 투자 기법이다.

'공매도 선행지표' 대차잔고 증가 종목 유의…로봇·화학·철강

증권가에 따르면 우선 대차잔고가 증가하는 종목이 공매도 타깃이 될 수 있어 주시해야 한다.

23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대차잔고는 9억691만7천주로 한 달 전(8억2천211만7천주) 대비 10% 늘었다. 금액으로 보면 43조3천635억원에서 47조3천42억원으로 3조9천400억원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코스닥시장 대차잔고도 10조4천334억원에서 10조5천324억원으로 990억원 증가했다.

대차잔고는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주식을 빌려온 뒤 아직 갚지 않은 물량을 뜻한다. 국내는 무차입 공매도가 금지돼 있어 공매도를 위해서는 대차거래가 필수이므로 공매도의 선행지표로 여겨진다.

특히 최근 로봇, 화학, 철강 등 업종 중심으로 대차잔고가 대폭 늘어나 주의가 요구된다.

대표적으로 로봇주인 전진건설로봇 대차잔고는 한달 새 3억4천만원에서 60억1천500만원으로 18배 수준으로 급증했으며, 티로보틱스 대차잔고도 4억9천200만원에서 58억7천200만원으로 12배 수준으로 늘었다.

화학주인 그린케미칼과 애경케미칼 대차잔고도 한달 새 각각 444%, 326% 늘었으며, 동양철관과 하이스틸 등 철강업종 대차잔고는 각각 392%, 250% 증가했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공매도의 대기자금으로 볼 수 있는 대차잔고가 늘어나는 업종이 있다"며 "화학, 철강, 조선, 배터리 등"이라고 짚었다.

이어 "대차가 늘었다고 반드시 공매도가 몰리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 대부분 공매도 금지 전에 공매도가 활발했기에 공매도 재개 이후에도 활발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공매도 (PG) [강민지 제작] 일러스트

과거 공매도 잔고 많았던 종목 유의해야…고평가 업종도 주의

과거 공매도가 많이 이뤄졌던 종목도 다시 공매도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숏 포지션(매도전략)에 대한 수요가 그만큼 많았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 금지 직전 거래일인 2023년 11월 3일 기준 코스피 공매도잔고 비중 상위 종목에는 이차전지, 화학, 관광 관련 종목이 대거 포진했다.

당시 공매도잔고 비중이 컸던 상위 1위와 2위 종목은 호텔신라와 롯데관광개발로 이들 종목의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잔고액 비중은 각각 7.6%, 5.7%에 달했다.

SKC(5.6%), 포스코퓨처엠(3.9%) 등 이차전지주와 코스모화학(3.2%) 등 화학주도 공매도 잔고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 전 코스피 업종별 잔고 관점에서 호텔/레저, 화학 등 잔고가 높았던 상황"이라며 "해당 업종의 공매도 비중이 순차적으로 늘 가능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높아 기업가치보다 고평가받는 종목 중 이익 전망이 어두운 종목이 공매도 재개 시 타격을 받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로봇, 화학 업종을 대표적으로 꼽는다.

배철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 기간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이 높아진 업종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공매도 재개 후 밸류에이션은 높지만 이익 전망은 양호하지 않은 로봇, 화학 등의 업종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매도(CG) [연합뉴스TV 제공]

증권가 "실적 중심 투자해야"…"공매도 재개 후에도 주도주는 유지될 것"

이들 세 조건을 종합하면 화학, 철강, 로봇 등의 업종이 공매도 주요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공매도 상위 종목의 수익률도 중장기적으론 시장수익률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만큼 단순 하락 베팅은 삼가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신희철 iM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상위 종목들이 3개월 뒤 하락했는지 여부 비율을 살펴보면 해당 비율은 결국 코스피 상승·하락에 크게 좌우됐다"며 "단순히 공매도 상위 종목에 대한 하락 베팅은 지양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결국 공매도 관련 투자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펀더멘털(기초체력)이어서 기업 실적을 최우선으로 염두에 두고 투자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펀더멘털이 받쳐준다면 공매도 재개를 전후해 잠시 조정은 있어도 이를 오히려 비중확대의 기회로 삼아볼 만할 것"이라며 "기계, 조선, 방산·우주, 운송은 최근 이익 전망이 상향하고 있어 그 후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공매도가 현재 시장을 주도하는 업종 색깔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우세하다. 제조업 중심의 국내 증시에서 반도체, 방산 등의 주도주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민규 연구원은 "공매도 재개는 국내에 한정된 이슈이고 주도주인 반도체는 글로벌 테마로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공매도 재개가 주도주의 흐름을 바꿀 가능성은 낮다"며 "주도주가 계속 주도하는 흐름이 예상된다"고 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도 "공매도를 재개하더라도 장기적으론 결국 강한 주식은 계속 강하고 약한 주식은 다시 약해질 것. 주도주도 공매도 타깃이 될 수 있지만 주도주를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며 "제조업이 강한 한국 증시에선 우주방산, 원전 등이 주도주의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mylux@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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