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팔릴 줄 알았더니”…보험사 M&A 올해도 ‘첩첩산중’

허지은 2025. 3. 2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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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M&A]
메리츠, MG손보 인수 무산…청산 위기
우리금융 경영실태평가 등급 하향에
동양·ABL생명 패키지 인수도 변수
이 기사는 2025년03월22일 07시30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올해 속도를 내던 보험사 인수합병(M&A)이 미궁 속에 빠졌다. 메리츠화재가 MG손해보험 인수를 포기하면서 MG손보의 청산 우려가 커진 가운데, 동양·ABL생명의 패키지 인수를 추진하던 우리금융지주 역시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하향되면서 인수에 변수가 생겼다. 보험사 M&A가 번번이 무산될 경우 새 주인을 찾고 있는 다른 보험사 매물의 인기도 덩달아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챗GPT를 활용한 이미지]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의 MG손해보험 인수,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등 성사 기대를 모았던 보험사 M&A가 지지부진하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13일 이사회를 열고 MG손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벌써 다섯 번째 매각 무산이다. 예금보험공사는 새 인수 희망자를 찾기 위해 시장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선 가교 보험사를 설립하거나 MG손해보험의 청·파산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가교 보험사는 2012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 활용된 방식이다. MG손보의 124만 계약자 중 예금자 보호 대상 계약은 가교 보험사가 인수하지만, 나머지 가입자의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청·파산의 경우 계약자들은 예금자보호 한도 내에서만 해약 환급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MG손보 노동조합은 메리츠화재 인수보다는 청·파산이 낫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메리츠화재에 인수될 경우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따라 고용 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 메리츠화재는 우협 선정 이후 노조 측의 반대로 본사 출입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메리츠화재는 제대로 된 실사조차 하지 못한 채 우협 지위를 반납하게 됐다.

경평 3등급 우리금융…조건부 승인 가능성도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엔 경영실태평가 결과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9일 우리금융의 경영실태평가 결과 내부통제와 리스크관리 부문에서 자회사 M&A 등 주요 경영의사결정 시 사전검토, 자회사의 부당대출 등 금융사고 관리 등 다수의 미흡한 사항이 드러났다며 기존 2등급(양호) 대비 한 등급 낮은 3등급(보통)을 책정했다.

금융지주회사 감독규정에 따르면 지주회사가 자회사를 편입하기 위해선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2등급 이상이어야 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직전 경영실태평가에 대비해 세부 평가항목 중 상향조정된 항목보다 하향조정된 항목이 다수 발생했다”며 “여타 금융지주와 비교할 경우에도 리스크관리 측면에서 다소 미흡한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다만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조건부 승인’ 결정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2004년 우리금융은 경영실태평가 3등급 상태에서 LG투자증권 인수를 추진하다 금융당국의 조건부 승인을 받은 바 있다. 당시 당국은 우리금융의 LG투자증권 정상화 의지와 고객 보호·시장 안정 등에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종 인수 여부는 금감원이 아닌 금융위원회의 판단으로 결정된다. 금감원은 금융위원회로부터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에 대한 자회사 편입 승인 심사를 의뢰받아 자료를 검토 중이며, 이달 중 결과를 금융위에 통보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내부 안건 소위원회를 거쳐 정례회의에서 인수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쌓인 보험사 매물만 6곳…새 주인 찾기 쉽지않네

시장에선 쌓여있는 보험사 매물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현재 매물로 나와있거나 잠재 매물로 거론되는 보험사는 MG손해보험, 동양·ABL생명 외에도 롯데손해보험, KDB생명, BNP파리바카디프생명 등 6곳에 달한다. 하지만 수차례 추진된 매각이 무산되면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 산업은행은 KDB생명 매각을 잠정 중단하고 KDB생명을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했다.

가장 몸값이 높은 롯데손해보험의 경우 기업가치에 대한 이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손보 최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의 희망 매각가는 약 2조원 수준이지만, 실적 감소와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하락 등 자본 건전성 훼손 우려가 커지며 매각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금감원은 최근 수시검사를 통해 롯데손보의 재무 건전성과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관련 리스크 등을 점검한 바 있다.

보험사 매물의 최대 인수 후보로 꼽히는 금융지주들이 M&A에 소극적이라는 점도 한 몫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동안 비은행 강화를 외치던 금융지주들이 최근 들어 무리한 M&A보다는 경영 안정에 집중하고 있다. 우량 매물의 경우 몸값이 가장 큰 난제고, 부실 위험이 있는 보험사를 인수하기도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허지은 (hurj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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