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희생 강요하는 시총 상위사들 유증

김세관 기자 2025. 3. 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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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삼성SDI 등 시가총액 상위 상장사들의 유상증자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SDI 주총에서는 소액주주연대의 트럭시위가 등장하기도 했고, 3월 정기주총에서 주주제안 안건이 상정된 기업도 수십곳으로 작년보다 크게 증가한 것으로 안다"며 "한화에어의 유증 역시 주주들의 일방적 희생 강요로 보여질 수 있어 주주행동주의 운동을 더욱 자극하는 유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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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스페이스 로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삼성SDI 등 시가총액 상위 상장사들의 유상증자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현금이 필요한 기업들의 대규모 자금마련이 명분이지만 주주들을 납득시키지 못하고 있다. 기업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가 골자인 상법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라는 점이 금융투자업계의 이목을 끈다.

28년까지 3.6조 자금 조달…유증 안해도 굴러가는데 왜?
22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하 한화에어)에 따르면 지난 20일 이사회를 열고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이하 유증) 계획을 장 마감후 기습 발표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유증 발표 타이밍과 조달된 자금에 대한 투자 집행 시기에 대해서는 의문부호를 나타내고 있다.

구체적으로 조달된 자금이 2028년까지 4년에 걸쳐 투입된다. 연간 투자 목표액이 한화에어의 연간 영업이익 약 2조원을 초과하지 않는다. 주주가치에 영향을 줄 것이 뻔한 유증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지 않더라도 대응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자본시장 일각에서 한화에어가 말한 자금 조달 목적이 아닌 다른 이유로 급하게 현금이 필요한 상황에 처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제기한다.

현재 한화그룹은 한화그룹 경영권 승계의 첫 삽인 한화에너지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인 김동관·김동원·김동선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유증 기업 속출할 수도
기습 유증 발표 이후 한화에어 주가는 지난 18일 52주 최고가인 78만1000원에서 지난 21일 한때 20%넘게 하락한 62만원 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기존 주주들의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앞서 삼성SDI도 최근 2조원 규모의 유증을 발표했다. 투자 목적 자금조달을 이유로 밝혔지만 주주들의 반발이 거세다. 지난 19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유증 관련 주주들 간 격한 고성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주주들은 유증 외의 자금 조달 수단을 고려하지 않은 점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기도 했다.

금투업계 관계자들은 상법개정안이 시행되기 전 이 처럼 기업들의 대규모 유증 사례가 속출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지난 13일 국회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추가로 주주 구성원까지 확대하도록 하는 상법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상법 개정안에 대해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정치 상황이 유동적이기 때문에 기업들의 불안은 여전한 상황이다. 상법 개정안 내용대로라면 투자재원 조달을 위한 유증이 기존 주주의 의결권 희석으로 해석될 수 있어 유증이 지금보다 어려워질 수 있다.

아울러 주주들과의 충분한 소통없이 추진되는 회사 결정이 최근 확대되고 있는 주주행동주의 활동을 부채질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SDI 주총에서는 소액주주연대의 트럭시위가 등장하기도 했고, 3월 정기주총에서 주주제안 안건이 상정된 기업도 수십곳으로 작년보다 크게 증가한 것으로 안다"며 "한화에어의 유증 역시 주주들의 일방적 희생 강요로 보여질 수 있어 주주행동주의 운동을 더욱 자극하는 유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관 기자 s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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