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포 재개발정비구역 지정 적법 판결…의미와 시사점[판례방]

성주원 2025. 3. 22. 12: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의미있는 최신 판례 공부방(18)
온라인 주민설명회도 적법 인정
50만 미만 도시, 기본계획 생략 가능
행정청 재량권 넓게 인정한 판결

[하희봉 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최근 대법원은 군포시 E역세권 재개발 사업과 관련한 ‘지구지정처분 취소소송’(2024두55006)에서 군포시의 손을 들어주는 최종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도시정비사업 추진 과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여러 쟁점에 대한 법원의 판단 기준을 명확히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1심부터 대법원 판결까지, 어떤 쟁점들이 다투어졌고, 법원은 어떤 근거로 판단을 내렸는지 자세히 살펴본다.

사진= 챗GPT 달리
사건의 시작은 2020년 1월, 가칭 ‘△△역세권 재개발 사업 준비위원회’가 군포시에 정비구역 지정 입안을 제안하면서부터다. 이후 피고(군포시장)는 보완을 요구했고, 준비위원회는 2020년 11월, 기존 제안에 준주거지역을 포함한 새로운 입안을 제안했다. 피고는 관련 절차를 거쳐 2021년 12월 30일, 최종적으로 정비구역을 지정·고시했다.

이에 이 사건 준주거지역의 토지 등 소유자인 원고들은 절차상, 실체상 하자를 주장하며 정비구역 지정 처분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원고들의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았다. 먼저 원고들은 제2 입안제안이 무효이고, 제1 입안제안 동의서를 재사용한 것은 위법하며, 피고가 동의 현황을 조사할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절차적 하자). 또한 원고들은 피고가 주민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고, K 복원 계획과 배치되며, 준주거지역 포함은 재량권 일탈·남용이라고 주장했다(실체적 하자).

1심 재판부는 정비계획 입안 제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고, 동의서 재사용에 관한 명확한 금지 규정이 없으며, 피고가 동의 현황을 조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한, K 복원 계획과의 배치, 준주거지역 포함 여부는 모두 피고의 재량 범위 내에 있다고 봤다.

원고들은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 역시 1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원고들은 2심에서 피고가 주민설명회 일시를 서면 통보하지 않고,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한 것과, 기본계획 수립 없이 정비구역을 지정한 것이 위법하다고 추가로 주장했다.

2심 재판부는 도시정비법상 주민설명회 서면 통보 의무가 없고, 코로나19 상황에서 비대면 방식은 적절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인구 50만 미만 도시는 도지사가 인정하면 기본계획 수립 의무가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원심(2심) 판결에 법리 오해 등 잘못이 없다고 판단, 최종적으로 원고들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특히 다음 두 가지 쟁점에 주목했다.

첫 번째는 주민설명회 개최 방식이다. 대법원은 도시정비법상 주민설명회 개최 방식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는 점, 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온라인 방식의 주민설명회도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두 번째는 기본계획 수립 의무다. 대법원은 도시정비법 제4조 제1항 단서의 입법 취지를 고려, 인구 50만 명 미만 도시의 경우 도지사가 인정하면 기본계획 수립 없이 정비구역 지정이 가능하다고 재확인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도시정비사업 추진 과정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쟁점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첫째, 주민설명회 등 절차적 쟁점에 대해 유연한 해석을 내렸다. 이는 시대 변화에 발맞춰 불필요한 절차를 간소화하고, 사업 추진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기본계획 수립 의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 인구 규모에 따라 기본계획 수립 의무를 달리 적용함으로써, 지역 특성에 맞는 탄력적인 도시정비사업 추진이 가능해질 것이다.

셋째, 정비구역 지정 과정에서 행정청의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했다. 이는 전문적 판단을 존중하고, 지역 여건에 맞는 맞춤형 정비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행정청의 재량권 확대는 주민과의 소통 및 투명성 확보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과제를 남긴다. 주민설명회, 공람 절차 등을 통해 주민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이를 정비계획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이번 대법원 판결은 도시정비사업이 효율성과 공공성의 조화 속에서 추진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앞으로 도시정비사업이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도시 발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하희봉 변호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학과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4회 변호사시험 △특허청 특허심판원 국선대리인 △(현)대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국선변호인 △(현)서울고등법원 국선대리인 △(현)대한변호사협회 이사 △(현)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성주원 (sjw1@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