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마지막 퍼즐”, “김연경 라스트 댄스”…봄배구 기대하세요
“우리는 이미 첫번째, 두 번째 목표를 이뤘다. 세 번째 목표인 챔피언결정전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리겠다.” (현대캐피탈 필립 블랑 감독)
“김연경 선수가 은퇴한다. 이 멤버 그대로 이겨서 우승하고 싶다.” (흥국생명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
정규 시즌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성한 만큼 두 감독의 발언에는 거침이 없었다. 현대캐피탈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해 팀 역사상 첫 트레블 달성을 꿈꾼다. 흥국생명 역시 은퇴를 선언한 김연경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챔피언결정전에서 승리해 2018∼2019시즌 뒤 6년 만의 통합 우승을 노린다.
21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24∼2025 V리그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는 봄배구에 진출한 남자부 3개 팀(현대캐피탈, KB손해보험, 대한항공), 여자부 3개 팀(흥국생명, 현대건설, 정관장)의 감독과 대표선수가 참석해 개성 있는 출사표를 던지며 선전을 다짐했다.
현대캐피탈은 세 번째 트로피를 꿈꾼다. 시즌 전 치른 코보컵과 더불어 정규리그에서 1위를 했기에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완벽한 시즌의 ‘마지막 조각’을 채우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대표 선수로 참석한 세터 황승빈은 “누군가의 간절함이나 경험보다는 저희 팬들의 목소리가 승리의 원동력이다. 속담에도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고 하지 않나. 저희 팬분들의 목소리가 다른 팬 분들보다 작은 적이 없다”며 단호한 어조로 출사표를 밝혔다.
황승빈의 이러한 발언은 2위 KB손해보험 대표 선수 세터 황택의와 3위 대한항공 대표 선수 세터 한선수를 겨냥한 발언이기도 했다. 지난 시즌 최하위로 마무리한 KB손해보험은 이번 시즌 후반기 15승3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2위에 올라섰다. 황택의는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보다 우리 선수들의 간절한 마음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저 역시 황승빈과 한선수보다 코트에서 더 열심히 뛰어다닐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 시즌 디펜딩 챔피언인 3위 대한항공은 5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노린다. 대한항공을 두고선 시즌 막판 외국인 선수를 교체해 지난 시즌에 견줘 전력이 약해졌다는 평가가 있지만, 두꺼운 선수층과 다년간 축적된 경험이 봄배구에서 저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선수는 “우승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저희가 가지고 있는 경험이 있다”며 “저희가 할 수 있는 배구가 플레이오프에서 나온다면 분명히 우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팬투표와 기자단 투표에서 현대캐피탈은 각각 82.1%, 68.8%를 얻어 세 팀 중 가장 유력한 우승팀으로 꼽혔다. 블랑 감독은 ‘포스트시즌에서 보여줄 배구를 음식에 비유해달라’는 요청에 “매운 소스가 들어간 음식을 준비하겠다. 한국분들이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고 답해 공격적인 배구를 예고했다.
여자부에서는 흥국생명의 우승 확률이 93.8%(기자단 투표), 85%(팬투표)에 달했다. 흥국생명은 2위 현대건설과 3위 정관장의 전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유일하게 온전한 전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김연경의 라스트 댄스 역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연경은 “많은 분이 흥국생명의 우승을 기대하는 상황에서 챔피언결정전을 치르게 됐다. 어느 때보다 팀 분위기가 좋고 선수들이 잘 준비하고 있다”며 “이번 연도에는 통합우승으로 마무리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당차게 말했다.
흥국생명의 통합 우승과 더불어 김연경의 최우수선수(MVP) 선정 여부 역시 팬들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김연경은 “개인적으로 최우수선수 선정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워낙 많이 받았다”며 미소 지은 뒤 “팀 우승에 집중하고 있다. 잘하다 보면 또 최우수선수상 역시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재치있게 답했다.
김연경은 또 ‘통합우승을 결정짓는 마지막 점수에 어떻게 가담하고 싶은가’라는 말에는 “마지막 포인트에서 기회가 온다면 블로킹으로 마무리하고 싶다. 상대의 공격을 막으면서 마무리하고 싶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우승 공약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보험 상품이 하나 나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제가 흥국생명 소속이지만 보험은 잘 모르기 때문에 회사에서 알아서 (좋은 상품을) 내서 혜택을 줘야 한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주전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이라는 악재에 시달리는 3위 정관장은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고희진 정관장 감독은 “2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게 됐지만, 저희 상황이 좋지가 않다”고 털어놨다. 외국인 선수 반야 부키리치(등록명 부키리치)와 박은진이 봄배구에서 부상을 털고 출전할 수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고희진 감독은 “(현대건설과)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지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두 선수의 출전은) 경기 당일 돼 봐야 알 것 같다. 우리 트레이너들이 밤낮으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선수들도 의지가 있다. 꼭 뛰게 돼 좋은 전력으로 현대건설과 멋지게 맞붙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위 현대건설 역시 아시아쿼터 위파이 시통(등록명 위파이)의 부상에 더해 외국인 선수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등록명 모마)의 부진까지 겹쳐 봄배구 전망이 어둡다.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은 “위파이가 부상이 있어 모마 쪽으로 공격 점유율을 높일 수밖에 없다. 공격 성공률이 더 잘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마지막에 힘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다시 한 번 힘을 모아 열정들이 나타난다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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