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명품·금괴부터 챙겨라"…이혼 때 쟁탈전 벌어지는 이유 [노종언의 가사언박싱]
CCTV 찍혀도 소유 증명 '난망'
상향혼 열풍이 바꾼 이혼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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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이 24.9%라는 역대 최고 시청률로 2024년 4월 종영했다. 이 드라마는 남자 주인공이 신분 상승을 위해 여자 주인공을 이용하는 '역 신데렐라' 서사를 담고 있다. 재벌 김지원과 결혼한 김수현은 아내의 시한부 진단에 처음엔 기뻐하며 유산을 노리지만, 결국 진정한 사랑을 되찾는 스토리다.
한국 사회의 상향혼 열망은 상상 이상으로 강하다. 소득 수준이 비슷한 남녀가 결혼하는 소득동질혼 빈도가 주요 선진국 중 최하위(조사 대상 34개국 중 33위·한국은행)이며, 1인당 사치품 소비액이 전 세계 1위(2022년 기준·모건스탠리)를 기록하고 있다.
이혼 시 첫 행동은 '고가품 확보'
이러한 문화 속에서 이혼 과정에서 가장 빈번하게 벌어지는 일은 무엇일까? 바로 집을 나가면서 고가물품을 모두 가져가는 것이다. 명품시계, 명품백은 물론이고 준재벌급 가정에서는 금괴, 고가 미술품, 도자기, 무기명 채권 등 다양한 재산을 확보한다.
이유는 명확하다. 이러한 재산을 미리 가져간 후 본인이 가져간 사실을 부인하면, 해당 재산은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또한 그동안은 친족상도례 조항으로 인해 이혼소송 중이라도 배우자의 절도는 처벌받지 않았다.
다행히 친족상도례 조항이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아 적용이 중지되었고, 이혼소송 중의 절도 행위도 형사적으로 처벌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법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혼소송 전후의 재산 절취는 여전히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증명의 어려움, 재산 보호의 한계
실제로 이혼소송 중 고가 물품을 가져가는 경우가 많지만,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피카소나 고흐의 명화처럼 소장자가 명확한 초고가 물품들은 거래정보 등을 통해 소유자를 파악하기 어렵지 않다.
그러나 고가의 명품 핸드백이나 시계의 경우, 국내 소장자가 극히 드문 한정판이 아니라면 현재 소유자를 특정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러한 물품들은 소유자 이름표가 부착된 채 거래되지 않기 때문에, CCTV에 명확히 촬영되지 않는 한 판사 입장에서는 어떤 물품이 절취되었는지 확인할 수 없다.
필자가 경험한 실제 사례를 보면, 상속소송에서 아버지가 별세하자 맏아들이 금고에 있던 달러를 모두 가져갔으나, 재판 결과 이를 증명하지 못했다. CCTV를 통해 금고를 열고 물건을 가져가는 모습은 확인되었으나, 그 물건이 달러인지와 액수가 얼마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재산 보호를 위한 현실적 대안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집안 금고보다 외부 대여금고를 활용하는 것이 추후 문제 발생 시 안전할 수 있다. 고가품의 경우 이혼이나 상속 과정에서 가족 중 누군가가 가져가면 법적 보호를 받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우므로 사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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